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_ 정수복 지음, 문학동네, 410쪽, 1만5000원
2002년 서울 생활을 접고 파리로 삶의 거처를 옮겼다. 유학시절까지 합친다면 15년 이상을 이국 땅 프랑스에서 보낸 셈이다. 그래서 서울이 내 인생 제1의 도시라면 파리는 제2의 도시가 됐다. 그 체험을 독자와 나누는 건 나의 기쁨이다.
나는 2009년과 2010년, 파리에서의 자유로운 걷기와 책읽기를 바탕으로 한 책 ‘파리를 생각한다’와 ‘파리의 장소들’을 펴낸 바 있다. 이번에는 내 인생 제3의 도시인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아를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이라는 책을 냈다. 아를을 중심으로 한 프로방스는 그간 10여 차례 여행과 방문, 장기 체류로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장소다. 이 책은 2005년 7월과 8월, 여름 한 달 동안 쓴 일기다.
책 앞쪽에는 프로방스 전체를 소개하는 글을 담았고, 뒤쪽에는 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리며 살던 프랑스의 여러 장소와 그곳에 얽힌 나의 사적 이야기를 덧붙였다. 표지와 내지에 프로방스에서 직접 찍은 60여 장의 사진도 넣었다. 그러나 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여행일기’다. 그러기에 프로방스의 자연과 문화, 예술, 역사와 사람들을 소개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내 내면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일기 속에서 사회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나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과 새로운 학문의 돌파구를 모색한다. 어느 장소에 가든 그 장소와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내 친구들을 비롯한 프랑스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지금은 사라진 사람들과의 대화도 들어 있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반 고흐다. 2005년 여름, 나는 반 고흐가 그림에 인생을 걸고 살았던 아를에 머물면서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 편지의 구절들이 내 마음을 파고들어왔다. 그래서 반 고흐와 나의 심층 대화가 시작됐다. 그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과 진정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찾기 위해 당분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구별해 보아야 한다면서 “네가 나를 쓸모없는 건달로 보지 않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으로 본다면 내 마음이 편하겠다”고 썼다. 동생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형을 세상에서 가장 잘 이해하는 정신적, 물질적 후원자가 됐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늘 더 빠르게 뛸 것을 강요하는 한국의 분위기에 이 책은 다소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완전한 휴식’은 소란한 장소를 빠져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에서 시작해,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일로 이어진다. 그런 꿈을 통해 우리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고 성숙해지기를 기대한다.
정수복 │재불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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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_ 서경식 지음, 권혁태 옮김
“구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에서 태어난 나는 원래 모어여야 할 언어(조선어)를 박탈당하고 과거 종주국의 언어를 모어로 해서 자라났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일본어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일본어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일본어라는 ‘언어의 벽’에 갇힌 수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1995년 에세이집 ‘소년의 눈물’로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 상을 받은 저자는 시상식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1951년 일본 교토 출생인 그는 자신의 모어 속에 제 민족을 억압한 침략국의 제국주의적 시선이 담겨 있음을 안다. 하지만 그 틀을 결코 벗어날 수 없음 역시 절감한다. 이에 대한 통찰과 다양한 정치·역사·철학적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도쿄게이자이대 법학부 교수인 저자는 박정희 정권 시절 ‘유학생 간첩 사건’에 연루돼 각각 19년과 17년씩 고국에서 옥살이를 한 서승, 서준식 형제의 동생이다. 돌베개, 472쪽, 2만원
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_ 김영두 지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두 성리학자 퇴계와 율곡의 상소문을 통해 그들의 정치철학과 지향점을 분석한 책. 퇴계가 무진년(1567) 갓 즉위한 열일곱의 어린 임금 선조에게 올린 건의서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와 율곡이 7년 후 같은 임금에게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주된 참고자료로 삼았다. 저자에 따르면 퇴계는 자신의 소명을 은거와 강학으로 여겼다. 반면 율곡은 관료로서 나라에 헌신하려 했다. 이들의 상소에는 두 인물의 이러한 개성과 더불어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려는 공통된 의지가 담겨 있다. 서강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로 일하는 저자는 그동안 ‘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 등의 저서를 통해 성리학의 현대적 의미를 밝혀왔다. 이 책에는 ‘실천하는 지성 퇴계와 율곡에게 현실 정치의 길을 묻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역사의아침, 287쪽, 1만3000원
숨겨진 심리학 _ 표창원 지음
경찰대 교수인 저자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사건 유형과 용의자의 심리상태·행동양식 등을 분석해 범인을 검거하고 자백을 이끌어내는 프로파일러다. 1989년 경찰 업무를 시작한 뒤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범죄자와 마주해온 그는 프로파일러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현대인에게도 매우 유용하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서로 밀고 당기기가 팽팽해진 극한의 순간,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찰나의 말과 행동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때 승리하려면 프로파일러 못지않은 순간 판단력으로 상대를 사로잡고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알려주는 설득과 협상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적은 정면에, 호감 가는 사람은 오른쪽에 두어라’ ‘약점 없는 상대는 약점을 만들어라’ ‘말보다 몸의 언어를 들어라’와 같은 구체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토네이도, 304쪽, 1만5000원
역자가 말하는‘내 책은…’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_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비아북, 261쪽, 1만3500원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는 영국의 철학자 러셀이 98세를 일기로 작고하기 몇 주 전까지 검토했던 원고다. 러셀은 20세기 최고의 사상가로 일컬어진다. 그는 철학자이고 수학자였으며 노벨문학상 수상자, 교육혁신가, 지성·사회·성 해방 옹호자, 평화와 시민권·인권을 제창한 운동가였다. 그는 평생 여러 분야의 책을 70권 이상 출간했다. 이 책은 러셀이 쓴 수많은 책과 에세이 가운데 심리, 정치, 교육, 종교, 윤리, 성과 결혼 등 6개 주제에 해당하는 최고의 문장들을 발췌해 모은 결과물이다.
책의 구성은 특이하다. 이 책을 엮은이는 철학교수 로버트 에그너. 그는 앞서 언급한 6가지 주제에 대한 러셀의 관점을 요약한 뒤 수많은 저서에서 발췌한 러셀의 문장들을 소개한다. 나는 이런 이유로 이 책을 ‘러셀의 보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 박물관의 코디네이터는 러셀의 사상을 본질적으로 반영하면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물건들을 진열해놓았다. 우리나라 독자의 경우 러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판단에서, 한국어판에는 부산외국어대의 박병철 교수의 해설이 추가됐다.
독자 중에는 넓은 박물관을 관람하다가 다리 근육이나 두뇌의 피로 때문에 전체를 다 보지 못한 채 돌아선 경험을 한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이들은 “더구나 철학자의 박물관이라니 얼마나 근엄하고 지루하겠는가” 지레 겁먹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러셀은 모든 주제에 대해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이며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내놓는다. 근엄한 태도 뒤에 몸을 숨긴 어른들은 어린아이에게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혹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으면 윽박지르거나 엉뚱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나 러셀은 기도 꺾이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끈질기게 매달린다. 외람된 말이긴 하지만 ‘아무튼 철학서는 읽기가 어렵군’이란 생각이 들 때마다 노인 러셀이 아니라 당당하게 질문을 던지는, 맹랑한 러셀 어린이의 모습을 상상해볼 것을 권한다.
이 책 말미에는 발췌된 글의 원저 목록이 실려 있다. 1920년부터 1969년까지, 약 50년에 걸쳐 이어지는 40여 권의 책과 여러 편의 에세이 목록은 러셀이 생애 동안 얼마나 방대한 양을 집필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한평생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기를 추구하며 머리뿐 아니라 가슴과 다리로 활동해온 러셀의 열정을 확인하면 책읽기가 확연히 달라질 거라고 감히 장담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기 소개된 러셀의 원저들을 ‘모조리’ 읽고픈 열망이 솟구칠지도 모른다. ‘모조리’가 아니라 딱 한 권이라도 더 찾아 읽는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독자의 마음은, 단단히 굳어진 기성 제도에 말없이 순종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우기 위해 러셀이 휘두른 재치의 칼날에 깊은 상처를 입었을 테니까.
이순희│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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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_ 야마자키 후미오 지음, 김대환 옮김
“내가 만약 불치의 병에 걸려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면, 내 마지막 삶은 결코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현직 의사인 저자가 수많은 병원사(病院死) 현장을 목격하고 내린 결론이다. 그는 고칼로리 수액과 진정제에 의지한 채 인간으로서 그 어떤 의사 표시도 못하고 죽어간 한 남자의 삶을 담은 ‘한 남자의 죽음’ 등 12개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당신은 정말 병원에서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따뜻한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마지막 나날을 납득한 뒤 ‘좋았다’고 생각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이런 사례로 소개한 한 암 환자는 삶의 마지막 며칠을 그리워하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지난 일주일이 지금까지 살아온 40여 년의 세월보다 더 소중했다”였다. 잇북, 296쪽, 1만2000원
빗물과 당신 _ 한무영·강창래 지음
서울 광진구의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 주민들은 수도요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빗물저장시설에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스타시티의 사례는 2008년 국제물학회지 커버스토리에 소개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이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현실화한 과학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2001년부터 빗물 연구에 매달려왔다. 저자에 따르면 빗물은 지구의 물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열쇠다. 그러나 많은 이가 산성비 공포 때문에 이 자원을 외면하고 있다. 저자는 특별한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지구에 강한 산성비가 내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처음에는 위험물질이 비와 섞여 내릴 수 있지만, 20분 정도가 지나면 다 씻겨 내려간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 강창래는 인터뷰 전문 저술가로 책의 집필을 맡았다. 알마, 241쪽, 1만5000원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_ 패트리샤 맥코넬 지음, 신남식·김소희 옮김
“개는 우리 몸의 작은 변화까지 아주 예민하게 감지해내는 동물이다. … 앞 또는 뒤로 1~2㎝만 몸의 기울기가 바뀌어도 겁에 질린 길 잃은 개를 우리 쪽으로 유인할 수도 있고 쫓아버릴 수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동물학 부교수인 저자는 ‘개의 가장 좋은 친구(Dog′s Best Friend)’라는 가정견 훈련 회사를 운영하며 30년간 개를 훈련시켜왔다. 공동 역자 가운데 신남식은 에버랜드 동물원장을 지낸 서울대 수의대 교수, 김소희는 동물칼럼니스트다. 동물, 그중에서도 개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인 세 사람이 쓰고 옮긴 이 책은 개의 문제 행동이 실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다. 동시에 개의 행동을 제대로 해석하고, 개와 올바르게 상호작용하기 위해 우리의 몸짓과 목소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페티앙북스, 405쪽, 1만8000원
역자가 말하는‘내 책은…’
자연자본주의 _ 폴 호큰·에이머리 로빈스·헌터 로빈스 지음, 김명남 옮김, 공존, 767쪽, 3만5000원
1999년,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하던 필자는 에너지 정책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교토의정서가 막 채택된 시점이어서 여러 나라가 앞 다퉈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었다. 에이머리 로빈스의 ‘소프트 에너지 경로’를 읽은 것은 그 무렵이다. 그 책은 이른바 ‘소프트 에너지’로 작금의 에너지 위기와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필자는 이 책이 1970년대 후반에 쓰인 책이라는 점에 놀랐다. ‘20년 전에 제안된 의제가 이제야 현실적으로 토론되는구나’ 싶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10년, 필자에게 로빈스가 공저한 ‘자연자본주의’를 번역할 기회가 왔다. 1999년 발간된 책이었다. 다른 사람의 책이었다면 10년의 시간차가 있는 책을 번역해 소개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저자가 미래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것, 그의 전망은 시간이 흘러 퇴색하기는커녕 갈수록 각광받는다는 것, 그가 제안하는 시나리오는 구체적이면서도 원칙적이라 세부적인 환경 변화에 크게 구애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꺼이 번역을 맡았다.
‘자연자본주의’는 현재의 산업자본주의와 대비되는 자연친화적인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꼽는 자연자본주의 원칙은 네 가지다. 첫째, 자원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것. 둘째,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을 닫음으로써 쓰레기(낭비)가 아예 생기지 않게 만들되, 그 모범을 생물계에서 찾을 것(이것을 생물모방이라고 한다). 셋째, 재화의 제조와 소비에 집중하는 경제를 넘어 소비자가 실제 원하는 서비스 자체를 공급하는 경제를 구축할 것. 넷째, 자연 자본을 덜 파괴하는 것을 넘어 복원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
저자들은 이 네 가지 원칙으로 현재 기업 활동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오염, 기후 변화의 위협, 공동체 해체 같은 골칫거리들은 기업 활동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운명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에서 오는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언뜻 너무 낙관적인 전망으로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들은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 분야에서 성공적인 모범 사례를 무수히 소개한다. 그 누구도 피해를 감수할 필요 없는 진정한 ‘윈-윈’ 전략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런 방향을 향한 정책적 부추김, ‘너지(nudge)’ 정책이 필요할 뿐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같은가? 그럴 만하다. 21세기의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녹색 경영’ 혹은 ‘친환경 개발’이 이와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트렌드의 원조가 바로 이 책 ‘자연자본주의’다. 과거에 몽상가로 곧잘 조롱받았던 에이머리 로빈스는 2009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이름을 올렸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다는 뜻이다.
김명남│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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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 _ 데이비드 웨인스 지음, 이정명 옮김
여행가 이븐 바투타는 1325년 7월 고향을 떠난 뒤 1354년 돌아갈 때까지 약 30년 동안 12만㎞에 달하는 세상을 주유했다. 독실한 이슬람 신도였던 그의 발길은 성지 메카·메디나부터 인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까지 여러 대륙을 넘나들었고, 이 경험을 충실히 기록한 여행기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리크의 ‘동유기’와 더불어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영국 랭커스터대 이슬람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바투타가 기록해놓은 과거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당시 여행자가 경험한 세계를 오늘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한다. 바투타가 만난 세계의 통치자들, 그가 접대받은 각국의 음식들, 그리고 그가 거쳐 간 세계 곳곳의 사회집단과 종교·사회·문화에 대한 설명을 통해 과거의 ‘여행기’에 담겨 있던 진귀한 경험들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산처럼, 376쪽, 1만8000원
붓다의 치명적 농담 _ 한형조 지음
“관자재보살은 ‘이제는 자유롭게(自在) 사물을 볼(觀) 수 있게 된 분’을 뜻합니다. … 자유롭게 본다는 것은 전망대 위의 망원경처럼 사방팔방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 우리는 자신의 욕망과 관심이라는 좁은 대롱을 통해서만 사물을 보기 때문에, … 전체를 보기는 더욱 더욱 아득합니다. 그래서 전체를 보는 통찰력, 즉 일체지(一切智)는 여래와 부처의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인 저자는 불교 경전 ‘금강경’ 해설을 통해 종교를 넘어서는 인문학, 인간학으로서의 불교의 가치를 조명한다. ‘금강경’ 자구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정신을 짚어내겠다는 의미로 ‘금강경 별기(別記·별도의 해설)’라는 부제를 붙였다. 문학동네, 377쪽, 1만9800원
우리는 미래를 훔쳐 쓰고 있다 _ 레스터 브라운 지음, 이종욱 옮김
“사람들은 흔히 내가 생활양식의 변화, 신문지 재활용, 또는 전등 교체에 관해 이야기해주기를 기대한다. 이것들은 본질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결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 세계 경제를 개조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신속하게. 이것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 필요한 변화를 위해 온힘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환경 위기를 경고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지구정책연구소(Earth Policy Institute)’ 소장으로, 1987년 유엔환경상을 받았다. 저자는 최근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기후 재앙을 우리가 미래를 훔쳐 쓴 데 대한 대가라고 해석한다. 그가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풍력·태양열·지열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혁명, 생태 도시 건설, 지구 자원 보호 등이다. 환경재단도요새, 454쪽, 2만5000원
역자가 말하는‘내 책은…’
리더십 코드 _ 데이브 얼리치ㆍ놈 스몰우드ㆍ케이트 스윗먼 지음, 김영기 옮김, 나남, 248쪽, 1만4000원
LG전자 부사장인 필자는 기업의 HR 업무를 33년 이상 담당하면서 수많은 리더를 선발·육성·평가해왔다. 몇 분의 CEO를 직속상사로 모시고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접할 기회도 누렸다. 동시에 스스로 한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왔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영국 속담에는 ‘잔잔한 바다에선 누구나 선장’이란 표현도 있다. 많은 리더가 있지만 훌륭한 리더는 드물며, 누구나 리더인 듯하지만 위기의 순간을 맞아봐야 진정한 리더를 가릴 수 있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언제나 특별한 소수여야 하고, 백척간두의 순간을 접해야만 진정한 리더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기업에서 인재개발 업무를 맡아오면서, 한 조직의 리더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리더십이란 무엇이며,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하는 것이었다. 늘 존경하던 데이브 얼리치(세계 최고 리더십 육성 기관인 RBL그룹의 창업자)와 그의 동료들이 펴낸 ‘리더십 코드’를 읽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에 번역을 결심했다. 데이브 얼리치는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부 교수이자 컨설팅회사 RBL그룹의 파트너다. 미국 경제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2005년 가장 창의적인 연구자 10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가 쓴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다른 리더십 책들과 차별된다. 첫째, 리더십의 기본 원칙을 강조한다. 둘째, 균형 있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셋째,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는 실행방법을 제시한다.
필자는 1994년부터 최근까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연수원인 크로톤빌(Crotonville)을 열 번 넘게 방문했다. 그 과정에서 위대한 기업은 리더의 육성으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사실 인재의 성장 없는 사업 성장은 불가능하다. 사람이 모든 가치창출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 책을 읽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리더십 컨설팅 분야의 전문가인 마셜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더십 코치를 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천(Practice)이죠. 사람들 대부분이 리더십의 원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요. 머리로만 하는 리더십은 아무 쓸모가 없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리더다. 크든 작든 한 조직의 리더일 수도 있고, 프로젝트나 특정 업무를 책임진 리더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앞으로 더 큰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은 리더십을 경험하거나 스스로가 리더십을 키워갈 때 반드시 옆에 두고 보아야 할 최고의 참고서가 될 것이다.
김영기│LG전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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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RUNNING) _ 토르 고타스 지음, 석기용 옮김
“달리기는 단순히 문화적, 역사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의미를 내포한다. 토르 고타스는 잉카·수메르 시대의 달리기부터 최근의 피 튀기는 기록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두 다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보여주며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들도 놓치지 않는다.” 미국 시사지 ‘타임’의 서평은 ‘한 편의 세계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미덕을 충실히 소개한다.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민속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달리기는 ‘오로지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의해서만 고양될 수 있는 자유의 감정’을 선물한다.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주자가 무척이나 깨끗한 자세로 대지를 가로질러 물 흐르듯 미끄러져 나갈 때 근육들의 우아한 비상과 멋진 조화는 실로 인상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움직이고, 느껴야만 하는 방식이다.” 책세상, 744쪽, 3만2000원
루소 _ 리오 담로시 지음, 이용철 옮김
‘고결한 천재, 성자와 같은 인물, 혁명의 아버지’ 혹은 ‘불안한 정신병자, 비열한 인격의 소유자, 파시즘의 선조.’ 장 자크 루소는 지지파와 반대파에 의해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논쟁적인 인물이다. 하버드대 문학교수인 저자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에밀’ ‘사회계약론’ 등 루소의 주요 저작과 편지 같은 사적인 기록까지 꼼꼼히 검토한 뒤 심리분석학적 방법으로 그의 평전을 썼다. 저자에 따르면 루소는 이성과 진보의 논리에 반기를 든 문명 비판자였으며, 기독교의 강압적 교리와 원죄설을 거부한 반역자였고, 인류 최초로 인간 불평등의 기원을 탐색하며 인민 주권을 주창한 혁명적 사상가였다. 동시에 시계공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음악학 식물학 정치학 교육학 등에서 일가를 이룬 진정한 천재이기도 하다. 부제는 ‘인간 불평등의 발견자’다. 교양인, 767쪽, 3만5000원
반란의 조짐 _ 보이지 않는 위원회 지음, 성귀수 옮김
“마침내 우리는 깨달았다. 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경제 자체의 속성이 곧 위기라는 사실을. 일자리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노동이 남아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건 위기가 아니라 바로 성장이라는 사실을.” 2008년 11월 프랑스 정부는 ‘테러리스트 범죄조직’을 만들었다는 혐의로 ‘보이지 않는 위원회’ 멤버 9명을 검거했다. ‘반란의 조짐’은 이들이 서구 문명 해체와 자본주의 폐기 등의 주장을 담아 만든 팸플릿이다. 27~34세 젊은이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원 이상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9명은 3개월 넘게 이어진 수사 끝에 증거 부족으로 전원 풀려났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 책을 두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권력이 이토록 두려워하는 책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고 평했다. 여름언덕, 156쪽,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