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호

시월이 붉어지거든

  • 입력2012-09-20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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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이 붉어지거든
    호곡號哭소리를 들으시라.

    잘못 복사된 사본처럼

    푸른 젊음이 결핍된 엽맥葉脈 구석구석

    바람 행로만 기록한

    저 깊은 소沼에 홀연히 젖어든



    돋은 그늘을 보라

    초여름 돌기마다 회오리 휘돌아

    붉게 산발한 머리채 이고

    인적 없는 계곡에서

    한 풍경을 도려내는

    저 핏빛 號哭소리를 들으시라

    남루한 방조자여

    때론 잎 그늘 아래 덧칠한 제 그림자

    벗어둔 채

    붉게 낡아가는 허공에서

    울음 찾으려

    슬픔 찾으려

    그릉그릉 그리 오르시는가

    분신焚身한 몸, 저 불타는 만장을 보시라

    빼곡한 문장과 무성한 사연의 흉상이

    뒹구는 길가에 선

    방조자여

    한여름 행적을 기억하시라

    10월이 붉어지는 것은

    沼에 얼비친 葉脈의

    슬픈 눈자위 때문임을

    붉은 號哭소리에 조문하시라

    -박희호

    박희호

    ● 1954년 대구 출생
    ● 1978년 동인지 ‘시문’으로 작품 활동 시작
    ● 작품집: 시집 ‘그늘’ ‘바람의 리허설’‘거리엔 지금 붉은 이슬이 탁본되고 있다’

    ●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 일간문예뉴스 문학in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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