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 끌리는 책, 330쪽, 1만5000원
필자가 한국 경제를 다룬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대략 세 가지다. 우선 한국과 같이 증권시장 규모(시가 총액)가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유사한 나라의 경우, 실물경제를 이해하려면 증시가 경제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실물경제 분석은 반쪽의 경제 분석에 그치게 된다. 시중의 많은 한국 경제 관련 서적이 대체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증권시장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필자가 증시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한국 경제의 실상을 분석한 게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이다.
두 번째 동기는 새 정부의 국정 화두인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지표의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GDP 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그리고 가계소득의 평균이 설명하는 계층은 상위 1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런 평균을 기준으로 한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은 필연적으로 나머지 90% 계층의 소외현상을 낳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 실물경제와 다수 국민의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의 모든 경제적 차별화의 온상은 판도라 상자와 같은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노동시장 구조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악 수준의 약탈적이고 차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결국 1차 분배시장인 노동시장으로부터 모든 차별화가 시작된다. 노동시장의 차별화는 개인 간 능력의 차별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제도의 잘못, 그리고 잘못된 제도를 시정하려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과 의지 부족 때문이다. 이런 비정상적 차별구조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복지정책은 하위계층에 대한 시혜적(잔여적) 복지에 그칠 뿐이다. 즉, 잘못된 구조를 만들어놓고 여기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떡고물을 던져주는 형태의 복지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제대로 된 교통신호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교통사고만 나면 달려드는 앰뷸런스나 견인차를 도로 주변에 잔뜩 대기시켜놓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 최고의 복지정책은 1차 분배시장인 노동시장 구조를 비정상적 차별구조에서 정상적인 차별구조로 개선하는 데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부의 2차적인 복지비용도 줄일 수 있고, 정부의 복지정책 역시 시혜적이 아닌 노동의욕과 노동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돼 다수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며 살아가고 있는 한국 경제는 겉모습과 실제 모습에 많은 차이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것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독자에게 한국 경제의 현실을 실제에 가깝게 진단해줄 것이다. 또한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행복시대’가 과연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김승식 | (주)디스커버리 인베스트먼트 부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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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 | 앨빈 토플러 외 지음, 김원호 옮김
대표적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아내 하이디 토플러와 함께 쓴 책. 바람직한 정치 변화를 위한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보의 발전과 확산이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제3의 물결’ 사회에는 ‘21세기식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필요한 정치 원리로 ‘소수자들에 의해 행사되는 권력’‘반(半)직접 민주주의’‘의사결정의 분배’ 3가지를 제시했다. 복잡한 사회일수록 결정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부담을 분산하고, 결정에 관계된 이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라는 조언이다. 토플러는 제2의 물결 혁명을 이뤄낸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당장 전환의 과정을 시작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정치 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혼란으로 폭군이 출현하거나, 새로운 민주주의로 평화롭게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말이다. 청림출판, 216쪽, 1만5000원
식민지 유산, 국가 형성, 한국 민주주의(전 2권) | 정근식·이병천 엮음
우리에게 식민지 유산은 무엇이며, 그것은 현대 한국 사회, 특히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탈냉전, 민주화, 세계화 시대에 식민지 유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에 23명의 학자가 참여해 2년6개월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했다. 일제강점기에 물려받은 유산들이 광복 국면을 거쳐 현재까지 어떤 방식으로 변해왔는지를 헌정 체제와 이념, 법과 제도, 경제, 사회ㆍ문화의 네 가지 영역에서 검토한다. 민족주의적 수탈론과 신우파적 식민지 근대화론이 맞서온 기존 시각을 넘어 식민지 유산의 성격을 지배, 복종, 저항의 복합체로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어느 한 면만 봐서는 제대로 평가하거나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책세상, 1권 556쪽 2만5000원, 2권 508쪽 2만3000원
국세청 파일 | 한상진 지음
국세청은 국정원, 검찰, 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지만, 그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다. ‘신동아’기자인 저자가 지난 5년간 가장 가까이에서 ‘숨은 권력’ 국세청을 지켜본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이명박 정부 전·현직 국세청장들이 정치권력과 손잡으려고 한 내막, 1년간 국세청을 초토화한 국세청 로비사건 등 각종 국세청 사건과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세청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각종 사건을 살펴보면 ‘지난 5년의 대한민국’을 돌아볼 수 있다. 끊이지 않는 국세청 비리에 대해 저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세청은 바람을 탄다. 권력을 손에 넣은 정치인들은 국세청을 가만두지 않았다”고 말한다. 국세청이 대한민국 경제를 튼튼하게 지켜주는 중심기관으로 바로 서기 위한 저자의 제언은 관계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보아스, 324쪽, 1만4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회통합형 대북정책 | 나남, 470쪽, 2만8000원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크게 보면 햇볕정책과 반(反)햇볕정책 간의 대립과 불화로 응축할 수 있다. 그만큼 간극이 커 보였고 공방도 치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다. 양자 모두 대북정책은 ‘안보와 대화(지원)라는 두 날개로 날아가는 새’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도 서로 적의(敵意)의 칼을 들이대왔다. ‘양자 사이를 메울 길은 없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은 씌어졌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하는 바람에서다.
수렴을 위해서는 햇볕정책을 진화의 산물로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정희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김영삼의 북핵 동결 노력(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이 있었기에 햇볕정책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햇볕론자들은 이를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이나 남북정상회담만 해도 역사적인 업적임이 분명하나 이를 ‘햇볕정책 성과’로만 한정지음으로써 ‘퍼주기의 대가’처럼 비쳤다.
남북 문제에 관한 한 선구자요 전문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찰력과 신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역대 보수 우파 정권이 이런 DJ를 대화와 논리로 압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과잉대응은 오히려 DJ의 위상만 높여주는 일이 됐다. 이로 인해 대북정책 논의는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 이제라도 반햇볕론자들은 ‘DJ 프레임’에서 벗어나 DJ보다 더 적극적인 대북 화해 협력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은 대화, 시간, 상호주의, 사람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모색될 수 있다. 모든 포용정책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하고, 과잉대화도 과소대화도 피해야 하며, 오해의 소지가 많은 상호주의라는 말은 ‘호혜주의’로 바꿔야 한다. 특히 1990년대 대북정책을 함께 주도했던 임동원과 이동복의 화해가 절실하다. 새 대통령은 이 두 사람을 함께 쓸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3C’라는 모델을 제시했다.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내적으로는 국민적 합의(Consensus), 남북 간에는 신뢰(Confidence), 주변국과는 정책의 양립성(Compatibility)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이 성공을 거뒀을 때는 3C가 모두 높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뤘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발 나아가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을 위한 이론적 기초로서 ‘한국적 현실주의’의 구축이 긴요함을 의미한다. 대북정책의 한국적 현실주의는 ‘정치적 현실주의(Political Realism)와 자유주의(Liberalism) 사이로 난 해협을 기능주의(Functionalism)라는 배를 타고 올라가는 것’과 같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분단’에 대한 합의 △‘상황의 이중성’에 대한 인정 △자유주의적 가치(협력)에 대한 고려 △기능주의에 대한 합의가 그것이다. 대북정책은 이 네 축을 기초로 수립, 집행돼야 한다. 한국적 현실주의와 3C 모델은 햇볕만으로도, 반햇볕만으로도 충분치 않고 양자의 수렴을 통해서만이 비로소 적실성이 있는 대북정책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호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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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기쁨 | 황동규 지음
젊은 날 ‘즐거운 편지’ 등으로 사랑과 우수를 노래하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선 늙은 몸에 대해, 인생의 종점을 눈앞에 둔 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장기기증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고는 “아직 상상력 난폭하게 굴리는 고물차 다된 뇌나 건질 만할까”(‘장기기증’)라고 대응하기도 하고, 어두워진 형광등을 보고는 “몸이여, 그대 처분에 나를 맡겨야 하지 않겠나”(‘이 저녁에’)라고 탄식한다. 인생의 종점을 화두로 삼으면서도 시종일관 어둡지 않고 밝고 명랑하다. 정년 이후 독서와 산책, 친구들과의 단출한 여행 등 소소한 일상과 노인의 헛헛함을 낙관으로 채웠다. 시인은 “시를 좇아가다 보니 바야흐로 삶의 가을이다. 주위에 자신의 때깔로 단풍 들거나 들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가득 찬 잔만큼 아직 남은 잔이 마음을 황홀케 한다”고 말한다. 문학과지성사, 157쪽, 8000원
문명의 배꼽, 그리스 | 박경철 지음
‘시골 의사’ 박경철 원장이 2011년 겨울 이후 두문불출하며 세 차례에 걸쳐 그리스 구석구석을 답사한 끝에 내놓은 그리스 신화와 역사, 담론 등을 담은 인문 기행서. ‘왜 그리스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서구 문명이 탯줄을 댄 곳, 쉽게 말해 서구 문명의 배꼽 같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필을 위해 그리스를 넘어 그리스 유적이 많은 대영박물관과 터키까지 다녀왔다. 여행은 고대 그리스 문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싹튼 코린토스와 미케네, 올림피아, 스파르타 등 펠로폰네소스의 도시들에서 시작된다. 박 원장은 여행의 기록을 모두 10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책은 첫 번째 에피소드인 셈이다. 리더스북, 456쪽, 2만 원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 이시형 지음
2007년 강원도 홍천 산골에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세우고 ‘촌장’으로 지내는 저자가 자연 속에서 체험한 힐링 파워를 담은 산골 생활 에세이. 현대인은 정신없이 달려야 하는 세상에 내몰려 있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과열되면 고장이 나는 법인데. 이렇게 바빠서야 뇌라고 성할 리 없다”는 그는 “이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휴식”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거든 시간이 해결해준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믿어보라” “세상살이 어렵고 힘들면 자연 속 정적 속에 멈춰서 기다려보라. 가까운 공원이나 산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 일 말고 그냥 멍하니 산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고 충고한다. 장마다 김양수 화백의 자연 명상 그림이 들어가 자연의 아름다움, 명상의 깊이를 더한다. 이지북, 336쪽, 1만5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매튜 A. 크렌슨 외 지음, 후마니타스, 524쪽, 2만3000원
A: “많은 사람이 연방정부에 고객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고객이 있다. 바로 미국 국민이다.”
B: “공직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고객 마인드… 모든 것을 고객 마인드에서 바라봐야 한다.”
A는 1993년 집권한 미국 클린턴 행정부 부통령 앨 고어가 한 말이다. B는 그 몇 년 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민고객론’을 주창하며 한 이야기다. 이것은 한국의 정치가 미국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시민을 고객으로 ‘재창조’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등장한 새로운 것이 아니며, 미국 정치의 오래된 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왜 ‘시민’을 굳이 ‘고객’으로 만들고 싶어 했을까?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를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로 바꿔야 하며, 이런 정치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부패구조를 양산하는 기존 정당들이다… 정당 없는 선거, 정당이 아닌 정책 중심의 선거로 선거경쟁이 바뀌어야만 정치가 혁신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언론, 재계, 정치인들이 주창해온 이 논리는, 한국의 유권자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이 주장은 한국의 특수한 정치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19세기 말 미국 정치의 어떤 조건에서 ‘발명’된 것이다. 늦게 국가를 건설했고 민주주의를 시작했던 대한민국이기에 미국이 앞서 그 고민을 했다는 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 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 같은 ‘3김 정치’나 ‘차떼기’ 관행이 있었을 리도 없건만, 왜 1세기도 더 전에 미국에서 똑같은 주장들이 맹위를 떨쳤던 것일까.
건국 시점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제도, 정치인들의 인식과 가치관, 정치 행태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경험은 그야말로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미국은 가장 바람직하면서도 유력한 모델로 자리 잡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강도 높은 의존에 비해, 정작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경험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명예교수인 벤저민 긴스버그와 매튜 A. 크렌슨은 미국의 건국 이후 2세기가 넘은 긴 역사를 단숨에 훑어내리며, 미국 민주주의의 속살을 보여준다. 드문드문 알려진 미국 정치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역사적 인물들,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입법과 판결, 정치운동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통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빌려온 미국 민주주의의 논리, 주장, 운동, 개혁 입법들을 하나의 큰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하게 만들고, 이것이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특별한’ 방식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서복경 |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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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캐서린 메이어 지음
시사주간지‘타임’의 편집장을 지낸 캐서린 메이어가 지어낸 용어‘어모털리티’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 그 자체다. ‘나이에 맞는’이라는 수식어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연령층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 마케터들은 더는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나이에 머물러 사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소비하는가. 이 책은 어모털족이 어떻게 일하며 무엇을 소비하는지, 사랑과 결혼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들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이들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놀라운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가 삶을 어떻게 추구할지를 보여준다. 퍼플카우, 400쪽, 2만 원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올바로 사는 길이란 무엇일까’ ‘행복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까’ 이 책은 누구나 삶에서 부딪히는 쉽게 풀리지 않는 101가지의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국의 손꼽히는 대중 철학자 앤서니 그레일링은 철학이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믿는 사상가다. 그가 지금까지 쓴 글 가운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글을 모았다. “철학은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선택에 따라 살려고 하고, 그러면서 어떤 좋은 것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고 말하는 저자는 짧은 에세이들을 통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에서 부딪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스스로 대답하는 길을 찾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블루엘리펀트, 412쪽, 1만6000원
건곤일척 모든 것을 걸어라 | 하정민 지음
만년 하위 팀인 그린베이 패커스를 미국 최고의 미식축구팀으로 만든 빈스 롬바르디 감독,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야구 한국대표팀을 맡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과 쿠바를 연파하고 9전 전승으로 우승한 김경문 감독, 꼴찌를 도맡아 하던 롯데를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제리 로이스터 감독,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한국 양궁을 천하무적 팀으로 만든 서거원 전무이사…. 그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독창적인 전술과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18명의 명장은 뛰어난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경영인이기도 하다. 치밀한 전략을 짜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감한 결단력,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조직 관리의 혜안을 분석했다. 레인메이커, 308쪽, 1만38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바람의 사상 | 고은 지음, 한길사, 1068쪽, 2만7000원
“어제 서울대 문리대 교수들, 백낙청 파면 철회 요구서를 문교부에 제출했다. 법대, 상대, 문리대 학생들도 파면 철회 요구 시위를 했다. (…) 우리 문학에 대해 얘기했다. 시대에 지지 말자. 시대를 팽개치지 말자. 시대는 가고 문학은 남는다. 문학은 그가 태어난 시대를 떠난다. 이것이 문학의 현실이라고 누구에겐지 모를 역설을 했다.”
-1973년 12월 13일 금요일
‘이런 내용의 책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이 책의 원고를 처음 접하고 들었던 생각이다. ‘바람의 사상’은 1970년대 유신시대의 한복판에서 시인 고은이 써내려간 일기다. 매일 매일 자신의 하루를 정밀한 다큐멘터리처럼 써내려간 일기엔 우리가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저자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저자가 술 마시고 실례한 이야기, 유명 문인들의 개인사, 가족사, 여자 이야기, 하다못해 집안일을 봐주는 가정부 이야기까지. 저자의 소소한 이야기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젊은 일상 속에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야만 했던 시인의 열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평범한 하루의 마지막에 씌어진 비판 정신과 살아 있는 아포리즘을 매월의 제목으로 삼았다.
국난 극복의 역사가 없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식민지, 광복과 전쟁, 독재의 빛과 그림자로 채워진 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순수문학을 지향했던 시인은 이러한 역사의 풍랑에 휩싸이면서 점차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문학가가 돼갔다. 그는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는 당대의 역사가이자 문학가였다. 일기 속에는 한국 현대 정신사, 문화사, 정치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의 풍경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람의 사상’‘두 세기의 달빛’ 두 책에서 재생된 시인의 지난날을 머릿속에 그리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낸 노(老)시인은 자신의 자취를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자는 1970년대를 시인 고은의 역사의 시작이자 시간 속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 E. H 카는 과거의 변함없는 사실과 그 과거에 영향을 받아 현재를 살아가는 역사가의 탐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임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지난 몇 십 년간 우리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그러는 동안 세대가 바뀌었고, 이제 그 굴곡진 현대사를 잊고 지내는(?) 세대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있다.
새 대통령이 나왔다.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을 앞두고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잔소리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 아닌가. 이 책의 독자들이 책을 덮는 순간, 시대를 팽개치지 말고 미래의 통합과 화합을 위한 각자의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연 | 한길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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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 108인전 | 최용현 지음
‘삼국지’를 읽으면 갖가지 전형의 인간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인물들을 ‘난세에 일어선 군웅들’ ‘위나라의 인물들’ ‘오나라의 인물들’ 등 시대별 나라별 성격별로 분류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걸출한 인물들의 활약을 그림 보듯 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인물의 특성들을 압축해놓은 것이 아니다. 20여 년 동안 각종 매체에 ‘삼국지’ 인물평전을 써온 저자의 특성을 살려 평전 형식으로 알기 쉽게 엮어냈을 뿐 아니라, 인물들 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흔히 조조 라이벌을 유비로 알고 있지만 저자는 조조의 명실상부한 라이벌로 ‘원소’를 꼽는다. 비록 조조에게 패했지만,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룬 원소야말로 진정한 라이벌이라는 것. 원소는 당대 최강의 전력으로 조조와 승부를 겨루다 패망한 하북의 강자다. 일송북, 451쪽, 1만9800원
경락상관론 | 오다 히로나리 지음, 손인철·이문호 옮김
경락은 한의학의 생리와 병리, 진단과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경락은 신경이나 혈관처럼 가시적인 존재가 아니다. 눈으로 볼 수 없어 인간의 육감에 의존하는 편이 좀 더 확실하다. 결국 ‘氣(기)’로 찾는 것이다. 이 책은 경락의 상하, 좌우, 전후, 표리, 시간, 장부 상호 간의 상관성을 밝혀 효과적인 치료혈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경락의 기초개념부터 임상 응용에 이르기까지 경락의 상관성을 토대로 이론과 응용 방법을 쉽게 설명했다. 경락의 유주는 알고 있지만 정확한 변증과 효과적인 시치에 어려움을 겪는 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울러 안마, 추나, 마사지, 미용 등 경락과 관련 있는 제 분야에도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지상사, 528쪽, 4만3000원
까칠하게 힐링 | 송형석 지음
현대인의 불안심리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심리학 관련서는 대부분 딱딱한 이론서이거나, 가벼운 심리 테스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책은 실제 상담사례집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한 내용을 유머를 섞어 만화로 구성해, 어떤 심리학·정신과 전문서적보다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전문의답게 고민의 본질과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사람 간의 관계를 망치는 분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분노란 원래 진화의 산물이다. 내가 지겠다는 생각이 들면 생존의 차원에서 교감신경을 자극시키고, 뇌의 모든 목표를 상대에게 이기는 데 집중하는 현상이 분노다. 약한 자가 자신의 방어 능력을 순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인 셈’이라며 ‘분노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잃고 뒤늦게 후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서울문화사, 288쪽, 1만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