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에서 틈이 날 때마다 악기 연습을 하는 최정환 변호사. 몇 해 전 드러머 남궁연에게서 처음 드럼을 배웠다고 한다.(왼쪽) 스노보드를 즐기는 최정환 변호사.(오른쪽 아래)
그러다 한 친구가 제안했다. 중창단을 만들어보자고. 그는 시큰둥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한남동에 모여서는 노래하며 놀던 ‘한남학파’가 뿔뿔이 흩어져 제 갈길을 간 지 20년이 가까워온다. 제각각 변호사, 판·검사가 되어 점잔을 빼고 있는데 중창단이 가능할까. 그런데 다들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처음엔 연습은커녕 잘 모이지도 않았는데, 두어 달이 지나니 화요일 저녁 8시면 아무리 급하고 바쁜 일이 있어도 8명이 다 모였다. 모임 이름도 생겼다. ‘레몬셔벗 싱어즈.’ 2005년 초의 일이다.
“제각각이던 음색이 다듬어지고 그럴듯하게 화음이 만들어지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어요. 가요에서부터 클래식, 오페라 아리아까지 부르다보면 2시간이 금방 갔어요. 삶이 무료해지고 지칠 나이에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죠. 다시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고.”
뭔가 하고 있고, 제대로 되어간다는 성취감은 공연을 해보자는 용기로 이어졌다. 2005년 여름, 100석 공연장에 가족들을 초대해놓고 무대에 섰다. 노란색 넥타이를 맨 아빠의, 남편의, 그리고 아들의 진지한 모습에 눈물을 찔끔 흘리는 가족도 있었다.

지난 12월10일, ‘레몬셔벗 싱어즈’의 네 번째 공연이 열렸다. 최 변호사는 최근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를 만들고 관련 정보 공유 및 연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