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김동유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를 허물다

김동유

1/4
  • 2006년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생존 작가로는 최고가인 3억2000만원에 작품이 낙찰, 단숨에 화단의 기린아로 떠오른 김동유. 하지만 화제를 모은 ‘이중초상’은 그의 단면일 뿐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과 존재의 차이를 규명하는 작업이다.
김동유

◆ 1965년 충남 공주 출생<BR>◆ 목원대 회화과, 동 대학원 서양화 전공<BR>◆ 2007년 ‘The Face(사비나미술관)’ 등 개인전 10여 회<BR>◆ 2008년 11월 독일 뮌헨 브라운배랜스화랑 개인전

지금은 주춤한 상태지만 3~4년 전부터 그림 재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한국 미술시장이 활황을 이뤘다.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시중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에 밀려든 탓도 있지만, 경제성장이 중산층의 눈을 문화예술로 돌리게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런 미술시장의 새로운 바람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사람이 김동유(金東有·43)다. 그의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2006년 5월28일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서 추정가의 25배가 넘는 3억2000여만원에 낙찰되었다. 한국 생존 작가로는 최고가였다. 사람들은 김동유라는 낯선 이름에 흥분했다.

해외 미술시장에서 그의 선전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2005년 11월27일 세계 굴지의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홍콩 아시아 컨템퍼러리 경매에서 해외경매사상 가장 많은 23점의 한국 작가 작품이 낙찰됐는데, 김동유의 ‘반 고흐’가 이 중 최고가인 88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로부터 6개월 만에 다시 그 기록을 경신하면서 김동유는 ‘무명작가’ ‘지방작가’라는 딱지를 떼고 미술동네의 한복판에 당당하게 서게 됐다.

이후 그는 화랑가에서 일약 인기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가 어렵던 시절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간 그를 문전박대하던 대형 화랑에서도 구애의 손길을 뻗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고향인 공주 근교에 칩거한 채 작업에 몰두, 화상과 컬렉터들을 애태우고 있다.

그런데 한국 생존 작가 중 작품이 가장 ‘비싼 값’에 해외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작가라는 허명에 가려 우리는 정작 김동유의 진가를 보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동유와 그의 진정한 모습은 큰 차이가 있다. 마치 우리가 그림을 보면서 그 그림이 묘사하는 실재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처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김동유는 그림처럼 우리 인식 속에 자리 잡은 하나의 허구적 존재일 뿐이다.



보이는 것의 허무함

김동유

김동유씨가 논산 폐교에 마련한 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유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사실을 그린 그림이 그 사실과 일치하는가, 아니면 그 사실의 외피만 재현했을 뿐인가’라는 전통적인 회화에 대한 집요한 질문이다. 그는 이런 미학적이면서 존재론적인 질문을 꾸준히 되물으면서 작업해온 작가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김동유의 ‘이중초상’, 즉 한 사람의 작은 얼굴들이 모여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만드는 작품은 그가 하는 작업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중초상이 그에게 세속적인 성공을 안겨주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과 존재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다.

빛이 없다면 우리는 주변 사물을 볼 수 없다. 불이 켜지고 빛이 주변을 감싸면서 우리는 주위 사물들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들은 빛이 밝혀짐으로써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사물에만 집중한다. 이를 ‘존재의 망각’이라고 한다. 이것은 존재가 없다면 존재자와 대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상파 화가 모네의 커다란 수련 그림을 더 자세히 살펴볼 생각으로 그림 앞에 바짝 다가가면 어느 순간부터 그림 속 수련은 보이지 않고 물감덩어리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1/4
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목록 닫기

김동유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