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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근성 ‘인삼’ 기질 한국, 한결같이 따뜻한 ‘홍삼’ 되다

음양오행설로 해석한 세계 야구 한일전

냄비근성 ‘인삼’ 기질 한국, 한결같이 따뜻한 ‘홍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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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근성 ‘인삼’ 기질 한국,           한결같이 따뜻한 ‘홍삼’ 되다

3월18일 ‘2009 WBC’ 일본과의 세 번째 경기에서 4대 1로 승리한 우리나라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마운드로 몰려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한국과 일본.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로 불리는 두 나라는 역사로 보나 지정학적으로 보나 숙명의 라이벌일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스포츠 경기를 비롯해 그 어떤 경쟁에서도 ‘비록 1등은 놓쳐도 일본에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만약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비교도 되지 않는 성적으로, 그것도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지 못했다면 일본에 석패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은 긴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우리의 인체는 겉모습부터 각 세포의 모양에 이르기까지 사람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다단해 보이는 ‘소우주’도 실은 a, g, c, t라는 네 가지 유전자 정보의 조합에 불과하다. 단순한 유전자가 서로 섞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다. 이렇듯, 다양성이 단순성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서양의학의 큰 틀은 한의학 이론에도 적용되는데, 바로 음과 양의 개념이 그것이다. 이런 단순성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을 음양이론으로 파악하면, 우리는 양(陽)적인 불에 가깝고 일본은 음(陰)적인 물에 가깝다.

일본 협소, 냉혹함은 물 기질 탓

한국이 양적인 불에 가깝다는 것은 질병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속에 불이 타오른다는 ‘화병(火病)’은 정신신경장애 증상으로 국제 정신의학계에 정식 등록될 정도다. 한의학적으로 화(火)는 몸의 기운을 상징하는 기(氣)가 과잉된 상태로 파악할 수 있다. 기가 충만한 민족이기에 우리는 집중력이 뛰어나고 문제 해결에 있어 핵심에 바로 접근하며 사태를 바로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한편으론 참을성이 부족하고 조급히 굴며 쉽게 포기하는 단점이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와서 맨 먼저 배운 말이 ‘빨리빨리’였다는 점은 조급증에 안달이 난 우리의 본성을 잘 보여준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광화문 응원은 이런 불같은 성질의 절정을 보여줬다. 경기장도 아닌 곳에 100여만명의 군중이 한데 모여 한결같이 붉은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외친 것은 장엄한 불길의 표출이었다. 집에서 뛰쳐나와 다같이 미친 듯 함성을 외치는 모습은 작은 들불이 산불로 번지는 광경이었다. 마치 마음의 불길이 온 세상에 번져나간 듯했다.



불은 기름을 태워 없앤다. 불은 타오르며 그 내재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고서야 꺼진다. 크게 타오를수록 기름은 빨리 소진된다. 이런 성질은 ‘냄비근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본의 민족성은 고요히 질서 있게 흐르는 물에 비유된다. 전철이나 버스, 공원 등에서 휴대전화 소리를 들어볼 수가 없다. 음식점이나 극장 매표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본 사람들의 광경은 뒤에서 흐르는 물이 앞선 물을 앞서지 않는 현상이나 다름없다. 일본 역사를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일왕을 바꾸겠다는 역성혁명이나 신분과 계층을 뒤바꾸는 싸움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음적인 물의 질서를 닮았다.

일제 36년의 긴 세월은 일본의 민족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기미독립선언 대표 33명 중 만해 한용운 선생 한 분을 제외하곤 모두 변절의 과정을 밟았다. 일제가 격정적인 한민족의 정기를 고요히 꺾어 저항정신을 사그라뜨린 과정은 습기가 쇠를 녹슬게 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 모두를 적심으로써 친일과 항일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불꽃같은 근성을 물로써 잦아들게 만드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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