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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매력을 찍다

인간의 매력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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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매력을 찍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첫 사진, 눈은 감기고 입은 한껏 벌어진 장사익의 클로즈업은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길게 빼고 싶은 대목에선 한없이 느긋한’ 노래를 들려준다. 두루마기 옷고름을 매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 스태프들과 함께 손과 마음을 모으는 모습에서 “인생은 즐겁게, 우정은 길게, 음악은 아름답게, 지화자 좋다!”가 울려 퍼진다. 이제 김형영의 시 ‘꽃구경’은 장사익의 노래가 되어 관객들은 눈물을 훔친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중략)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타고난 풍각쟁이와 사진쟁이

공연 뒤 뒤풀이 장소에서 장사익은 새납(태평소)을 불며 흥겹게 논다. 그는 소리꾼 이전에 태평소 연주로 이름을 얻었다. 1993년 전주대사습놀이 ‘공주농악’과 전국민속공연대회 ‘결성농요’에서 태평소 연주로 각각 장원과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가 소리꾼으로 변신한 것은 뒤풀이에서의 노래 실력이 계기가 됐다. 젊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술 담배 못하고 숫기 없는 그가 뒤풀이 때 장사익 스타일로 부른 ‘뽕짝’이 좌중을 압도했다. 동료, 후배들의 권유에 못 이겨 처음 무대에 오른 1994년 ‘장사익 소리판-하늘 가는 길’이 큰 인기를 끌면서 그는 태평소 연주 대신 노래를 부르며 살게 되었다.

이처럼 ‘장사익 사진집’의 여백을 읽다 보면 슬슬 그의 ‘찔레꽃’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뉴욕 시티센터에서 열리는 ‘장사익 소리판 꽃구경’ 공연(4월18일)을 앞두고, 4월4일 그는 조촐한 동네 무대에 섰다. ‘평창동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릴레이 공연’에 아랫동네(서대문구 홍지동) 사람으로서 찬조 출연한 것이다. 차가 달리는 대로변 가설무대에서 벌어진 무료 공연이었지만 그는 “동네 분들을 한꺼번에 만나니 오늘이 장날 같다”며 분위기를 띄운다. 천생 풍각쟁이다. 그 곁을 김녕만 작가의 카메라가 그림자처럼 따른다.

신동아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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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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