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요시히로 지음, 한기홍 옮김, 글통, 328쪽, 1만5000원
책 ‘김정은과 김여정’은 김정은 통치 이후 북한 권력 전면에 나선 김여정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을 승계하는 작업을 추진하자, 김여정이 “정치의 세계에 몸담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호소했다고 서술한 대목이 눈에 띈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자 김여정이 정치 전면에 등장해 대외 활동을 나선 것이 자의(自意)에서 비롯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김여정에게 의지하는 까닭은 뭘까. 저자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는 고독한 남매라는 점, 둘째 김정은이 신뢰할 수 있는 부하가 없다는 현실이다. 김정은은 권력 승계 이후 10년이 되는 현재까지 당과 군 인사를 수시로 단행하고 있다. 최근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인민군 총참모장 박정천은 일곱 번째 총참모장이었다. 잦은 간부 인사는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는 그만큼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참모가 부족하다는 실상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김정은이 김여정에게 의지하는 세 번째 이유로는 최고지도자의 건강이 꼽힌다. 김정은은 고혈압과 당뇨, 통풍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아버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업무에 복귀한 이후 여동생 김경희가 각종 행사에 동행한 것처럼, 김정은 공개 활동에 김여정이 동행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것.
대남, 대미 비난 발언을 주도하며 북한의 실질적 2인자로까지 여겨지는 김여정을 매개로 북한 정권의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슈트 입은 조선인
이제상 지음, 타임라인, 392쪽, 2만3000원
저출산·고령화, 불평등과 양극화,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 진영 논리와 국론 분열 등.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이 됐음에도 대한민국은 여러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저자는 한국 사회 내부 구조와 한국인 내면에 전근대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책 제목처럼 대한민국이 겉모습은 선진국처럼 슈트를 입고 있지만 의식과 태도, 사고방식 등 내면은 여전히 중세 조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저자는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근대화를 완성하려면 조선을 계승할 것이 아니라 조선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터리 전쟁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지음, 안혜림 옮김, 위즈덤하우스, 384쪽, 2만 원
20세기에 ‘오일쇼크’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배터리 전쟁’이 있다. 배터리 전쟁이 발발한 기저에는 세계 각국이 2050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탄소중립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는 저장할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으로 지금껏 널리 쓰이지 못했다. 그러자 2차전지가 개발되면서 그 한계를 극복했고, 꾸준한 성능 개량으로 재생에너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시장 분석 및 금융서비스 기업 S&P글로벌 배터리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인 저자가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과 배터리를 매개로 주요 경제주체들이 벌일 경쟁과 자원 전쟁의 불씨를 상세히 짚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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