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전세계 인구 중 3700만명이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경험하며, 이중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심혈관질환의 4대 위험요인은 고혈압, 흡연, 당뇨병, 고지혈증이며, 이 가운데 고혈압은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인류의 생명을 광범위하게 위협하는 심혈관질환의 배후에 고혈압이라는 원인질환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고혈압 환자가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것만으로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과 함께 55세 이상, 남성, 흡연, 당뇨병과 같은 다른 심혈관계 위험인자들을 동반할 확률이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다.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35% 이상이 3개 이상의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고혈압 환자가 이러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지닐 경우 향후 심혈관질환을 겪게 될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동반할 경우엔 단순 고혈압 환자에 비해 그 위험성이 커진다. 여기에 흡연과 고령이라는 위험인자까지 더해지면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과거엔 이러한 심혈관 위험인자를 각기 조절했으나 최근엔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인자들을 통합관리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10% 낮추고, 치료 전 지질(脂質) 수치에 관계없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10% 낮추게 되면 심혈관질환 발생을 무려 45%나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유럽에서 시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인 ‘ASCOT-LLA’ 결과에 따르면, 비교적 혈압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고위험군(群)의 고혈압 환자에게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아토르바스타틴을 투여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철저히 관리한 결과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단순히 수치상의 혈압 관리뿐 아니라 환자의 심혈관계 위험발생 정도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심혈관계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혈관을 얼마나 꾸준히 관리하느냐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현명한 방법 중 하나라 하겠다.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 정상인의 3배
고혈압은 중년 이후 주요 사망원인인 심장병, 뇌졸중 등의 원인질환이다. 일반적으로 30세 이상 남자의 약 3분의 1, 여자의 4분의 1이 고혈압이며,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도 높아져 60세 이상 남녀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 환자일 정도로 흔한 성인병이다. 2001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의 25%, 여자의 39%가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
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 때문. 체내 혈압이 올라가면 뇌, 심장, 신장 등 신체 주요 장기에 손상을 불러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고혈압에 의한 혈관 손상의 정도는 장기가 손상된 정도를 반영한다. 고혈압 합병증은 혈압이 높아서 생기는 합병증과 고혈압으로 동맥경화가 촉진돼 나타나는 이차적인 합병증으로 나뉜다. 전자에는 악성 고혈압, 심부전, 뇌출혈, 신경화, 대동맥질환 등이 있으며, 후자에는 관상동맥질환, 급사, 뇌경색, 말초혈관질환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하지 않은 환자는 정상인보다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3배나 높으며, 심부전은 6배, 뇌졸중은 4배나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평소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고혈압 환자의 치료 목표가 되는 혈압수치는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 그리고 확장기혈압 90mmHg 미만이다. 환자가 고령이라도 140/ 90mmHg 아래로 낮추는 것이 좋다. 또한 당뇨나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는 목표혈압을 130/ 85mmHg로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요인 유무에 따라 치료 목표 혈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개인에 따른 목표 혈압은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치료의 기본은 식생활 개선
고혈압 치료의 기본 원칙은 식생활 개선. 필요에 따라 혈압강하제를 복용해 혈압을 조절하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며 사망률을 최소화한다.
1)운동운동은 안정상태에서나 활동할 때 혈압과 맥박을 강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체중감소,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의 증가, 스트레스 해소 등의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역도, 턱걸이, 팔굽혀펴기 같은 무산소 운동보다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줄넘기 따위의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조깅을 할 때는 목표 심장 박동수를 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에는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므로 구기종목과 같이 상대방과 경쟁하는 운동은 삼가도록 한다.
운동 종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운동의 강도다. 심장 박동수를 이용해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간편한데, 운동시 최대 능력의 40~60%에 달하는 운동 강도를 정한다. 운동 초기에는 운동시간을 15~45분으로 정하는 것이 알맞고 운동에 적응되면 1시간 정도까지 늘린다. 운동 빈도는 주 3~5일이 적당하다. 운동을 통한 혈압 강하효과는 일주일에 3일, 하루 1시간씩 꾸준히 할 때 6~8주 사이에 나타난다. 그러나 40대 이상에서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병원에서 운동처방을 받고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2)금연흡연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릴 수 있지만, 흡연 자체가 지속적인 혈압상승에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도한 흡연자의 경우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이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지속적인 혈압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혈액응고, 혈중지질의 변화, 세(細)동맥 확장의 감소 등 심혈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혈압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아무리 혈압을 잘 조절하더라도 흡연을 하게 되면 심장질환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
3)절주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압강하제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을 하루 30ml 이상 섭취하면 경증 고혈압의 빈도가 3~4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알코올을 매일 35~40ml 이상 마시던 사람이 음주량을 80% 줄이면 1~2주 내에 혈압이 5mmHg 이상 떨어진다. 하루 알코올을 섭취 허용량은 30g 이하(맥주 1병, 소주 2∼3잔, 포도주 반병, 위스키 2잔)이며, 여자와 체중이 가벼운 사람은 허용량의 반만 섭취해야 한다.
4)체중 감량체중이 늘면 고혈압 자체의 위험성이 증가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합병증도 유발되기 쉽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원인에 관계없이 당지질대사 장애를 일으키며, 혈관 벽이 비대해지는 동맥경화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고혈압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서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체중을 감소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중을 10kg 줄이면 5∼20mmHg의 혈압 강하효과가 나타난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지속적인 혈압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6)약물치료식생활 개선만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혈압강하제로 치료한다.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의 흐름을 결정하는데, 원칙적으로 한 가지 약물로 시작해 서서히 그 양을 늘린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다른 약을 추가한다. 혈압강하제를 복용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중도에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근에 사용하는 강압제는 과거에 비해 효과도 우수하고 부작용도 적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최근엔 고혈압 치료제의 심장질환 예방 효과도 보고되고 있어 흡연, 나이 등 복합적인 심장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고혈압 환자에겐 더더욱 약물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인 고혈압은 평소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혈압 | 수축기 혈압 | 확장기 혈압 |
정 상 | 120 미만 | 80 미만 |
고혈압 전단계 | 120~139 | 80~89 |
1단계 고혈압 | 140~159 | 90~99 |
2단계 고혈압 | 160 이상 | 100 이상 |
白 尙 烘 |
국내 심혈관질환 치료의 대표주자로, 전문 진료분야는 동맥경화, 고혈압, 심부전 등. 2003년 1월 국내 최초로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되지 않던 말초동맥 폐쇄질환에 의한 허혈성 사지질환을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