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은 ‘조절하는’ 질환이지 ‘낫는’ 병이 아니다. 이 두 질환은 장기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단기간 성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방심하고 약물치료를 그만둔다면 원상복귀는 시간문제다. 약물을 복용할 때 임의로 건너뛰거나 반알로 쪼개어 복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용량을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맞춰 복용해야 한다. 약의 용량을 줄이고 싶다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한 후 허락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고지혈증 치료제로 많이 처방되는 스타틴 제제들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서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부작용의 빈도 또한 매우 낮은 안전한 약물이기에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콜레스테롤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이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걱정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2. 새우나 달걀, 오징어를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생성되고 제거, 배설되는 물질이므로 콜레스테롤 체내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특징에 따라 혈중 수치가 결정된다. 따라서 식습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므로 개인차가 크다. 유전적 특징은 교정이 불가능하므로 논외로 하고, 교정 가능한 인자를 들자면 역시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많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콜레스테롤 섭취보다 적색육이나 유제품 등에 포함된 포화지방산의 섭취가 동맥경화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오해하기 쉬운 사실의 하나는, 콜레스테롤이 포함돼 있지 않은 음식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향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 예를 들어 팜유와 같은 기름은 식물성으로 콜레스테롤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지만,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동맥경화증의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3. 마른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에 신경 쓸 필요 없다?
살이 찌면 중성지방치가 상승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촉진한다. 그러나 동맥경화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이다. 체형과 이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따라서 비만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은 일단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
4. 증상이 없으면 혈압이 조절된 것이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없음에도 혈압조절을 위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수십년 동안 고혈압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경화증의 진행이 빨라지고, 심부전이나 신장 기능이 손상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 치료는 단순한 ‘치료’ 개념보다는 앞으로 다가올지 모를 합병증에 대한 ‘예방’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5. 젊을 때의 고혈압은 그냥 지켜보다 나중에 조절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젊은 연령층보다 고령층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이 젊은 사람의 고혈압은 병이 아니고 나이 든 사람의 고혈압만 병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은 심장이나 신장을 손상시키며,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가장 큰 위험인자다. 또한 그 위험은 나이가 젊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고혈압이 있음이 확인되면 연령에 관계없이 정상 혈압 유지를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흡연, 스트레스, 과로 같은 요인에 둘러싸여 있기에 고혈압 치료를 더 열심히 받을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고혈압은 대부분 그 원인이 체질적인 것으로서 ‘본태성 고혈압’이지만, 젊은 연령에서 발견되는 고혈압은 뚜렷한 원인이 있는 ‘이차성 고혈압’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혈압을 올리는 원인이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원인으로는 부신의 종양이나, 신장 기능 장애, 신동맥의 협착, 호르몬 불균형 등이 있다. 원인이 확인된 경우 이를 제거하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도 혈압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젊은 사람도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콜레스테롤 및 혈압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비록 당신이 운동을 하고 있고,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심혈관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운동을 열심히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다른 위험인자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 과음, 당뇨병, 약간 높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이러한 위험인자에 포함된다.
7. 고혈압 치료를 하고 있으면, 콜레스테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혈압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심장발작 및 뇌졸중 위험을 줄이기에 충분하다?
고혈압 관리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으로 고통받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 하지만 심혈관질환은 한 가지 위험인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고지혈증을 함께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렇게 위험인자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면,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비록 혈압을 낮추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다른 위험인자에 대해 알아두고 의사와 상담해 모든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
8. 여성은 심혈관계 질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불행히도 심혈관질환은 남성만의 질병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860만명의 여성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이는 전세계 여성 사망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9. 젊고 건강한 사람은 심혈관질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심혈관질환은 대부분의 젊은 성인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사에 의하면 동맥 내의 콜레스테롤 플라크 축적은 사춘기 말기 혹은 성인기 초기에 시작된다고 한다. 즉 50세에 겪은 심장발작이 20세부터 형성된 플라크의 결과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젊을 때부터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금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시작한다면 앞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10.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심하게 높지 않다면 심혈관질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의학적 증거에 비춰볼 때 혈중 콜레스테롤치나 혈압 수치가 심각하게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좋지 않다. 즉 조금 높은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해로울 수 있다. 특히 이를 동시에 가지고 있거나 다른 위험인자가 병존한다면 그 위험성은 더욱 상승한다.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둘 다 약간 높은 경우라도 어느 한쪽이 심하게 높은 경우와 비슷하게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11. 운동과 올바른 식생활, 그리고 금연과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기에 충분하므로 약은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약물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의사만이 결정할 수 있다.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이 중요하지만, 대다수 환자의 경우 생활습관 변화만으로 콜레스테롤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낮추기엔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취할 수 있도록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12.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으면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유전적 요인은 조절할 수 없지만, 다른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 관리와 체중조절, 콜레스테롤과 혈압 관리, 금연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관리한다면 심혈관질환으로 발전할 위험도를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다.
金 孝 洙 |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와 미국 터프츠대에서 각기 동맥경화증과 심혈관 유전자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4년간 수행했다. 2004년 세계 최초로 골수천자가 필요 없는 획기적인 심혈관 재생 줄기세포요법을 개발, 200여 명의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시술했으며, 관련 논문이 영국의 의학저널인 ‘랜싯’에 실린 바 있다. 협심증 환자의 치료법인 관상동맥 성형술과 동맥경화증 분야의 권위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