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이후 상황, 박근혜 탄핵 때와 달라
계엄 직후 민주당 상승세, 잇단 독주로 꺾여
1월 둘째 주 차기 후보 8%…범보수 1위 ‘깜짝’ 등극
국회 ‘계엄 현안 질의’에서 국무위원 ‘사과 거부’ 모습 부각
‘보수의 심장’ TK에서 15%, 홍준표(11%) 따돌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 대세 형성 시작 분석
TK, 60대 이상, 국힘 지지층, 보수성향 ‘4대 지표’ 모두 상승세
이재명, 2002년 이회창 될까, 2017년 문재인 될까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로 정당 지지율 변화가 극심하다. 계엄 사태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올랐지만, 해가 바뀐 후 국민의힘 추격세가 거세다. 1월 둘째 주에 발표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양당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여권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정당 지지율과 여권 차기 지지도 변화의 원인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뉴시스]
어·대·명 vs 제2의 이회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탄핵 심판이 인용되고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선은 기정사실이 될까. 여의도 정치권 일각, 특히 야권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가 강해 ‘제2의 이회창’이 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기 대선 국면이 현실화했을 때 계엄 사태로 이완됐던 보수 진영 재건이 가능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처럼 제3의 후보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어느 쪽 얘기가 더 설득력 있는지 따져봤다.
리얼미터 2024년 12월 4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5.8%, 국민의힘은 30.6%이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5.2%포인트로 계엄 사태 이전인 11월 3주 14.6%포인트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윤 대통령의 남미 순방(11월 3주) 효과가 반영되고 여야 국회 예산 대치가 격화한 11월 4주 양당의 격차는 12.9%포인트까지 좁혀진 바 있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리서치앤리서치·리얼미터·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12월 14일 가결됐다. 윤 대통령은 이틀 전(12일) ‘계엄 사태 이후 4차 담화’를 통해 야당의 폭주를 비판하고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는데, 이것이 여론을 자극하면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의 계기가 된 것이다. 정당 지지율은 곧바로 반응했다. 12월 3주(19~20일 조사) 민주당 지지율은 50.3%로 전주보다 되레 2.1%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29.7%로 오히려 4.0%포인트 올랐다.
12월 27일 민주당 주도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날 국회에서 의결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마은혁, 정계선, 조한창)의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한 전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대해 여야 합의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전 대행 탄핵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12월 4주(26~27일 조사) 민주당 지지율은 45.8%로 급락해 계엄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11월 3주(30.3%)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한 전 대행 탄핵을 계기로 민주당 지지율 하락은 계속됐고, 국민의힘 상승은 더욱 탄력이 붙었다. 한 전 대행 탄핵은 민주당엔 역풍이, 국민의힘엔 순풍이 된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1월 초엔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한남동 관저 앞엔 수만 명 규모의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됐다. 1월 6일까지던 체포영장 시한은 설 연휴 전까지 연장됐다. 1월 1주 한 자리 숫자까지 좁혀졌던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1월 2주엔 국민의힘 40.8%, 민주당 42.2%로 초접전 양상으로 전환됐다. 결국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과 민주당 하락은 12월 27일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1월 초부터 계속된 윤 대통령 체포 시도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는 한동훈, 뜨는 김문수
야권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압도적 1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권에선 1위 주자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년 이상 범보수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 12월 16일 당대표 사퇴 이후 1위 자리를 놓고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경쟁했다. 올해 1월 들어선 오 시장과 홍 시장이 1∼2위를 다투고 한 전 대표는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오 시장, 홍 시장 시대는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2024년 12월 11일 국회 현안질의 때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이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다. [뉴시스]
김 장관이 범보수 1위로 떠오른 계기는 12월 11월, 국회의 ‘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사과’를 거부한 일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에게 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들어 “일어서서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끝까지 앉아 사과를 거부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장관은 강성 보수층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김 장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여지가 크다. 한국갤럽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세부 분석에선 범보수 주자의 향후 지지율을 결정하는 4대 선행 지표가 모두 김 장관의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4대 지표는 핵심 보수층을 대구·경북, 60대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보수 성향 등으로 구분한 것이다. 여기에 20~30대 남성 지지율을 더하면 5대 선행 지표가 된다. 다만 20~30대의 지지는 아직 여러 주자에게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여기선 다루지 않겠다.
김 장관은 4대 지표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상당한 격차로 앞서 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에선 김 장관이 15%로 홍 시장(11%)를 따돌렸다. 한 전 대표와 오 시장은 각각 3%에 그쳤다. 60대와 70대 이상에서도 김 장관은 한 전 대표를 제쳤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김 장관은 20%의 지지로 홍 시장, 한 전 대표에 여유 있게 앞서 있다. 보수성향에선 김 장관의 우위가 더욱 두드러졌다.
따라서 김 장관의 지지율은 더욱 상승할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탄핵 심판까지는 3개월 남짓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김 장관 지지율이 쉽게 꺾이지 않을 여건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현재 추세라면 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탄핵 심판 이후 변동 가능성은 있다.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 보수층은 중도·무당층 확장성이나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새로운 대선후보를 물색할 수 있다. 그러나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다른 인물로 교체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25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동아DB]
5년간 1위 하다가 선거일 하루 졌다
8년 전인 2017년 5월, 조기 대선과 비교해도 시사점이 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월부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2016년 12월 9일) 전후론 문 고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강 구도를 형성했다. 문 고문은 2017년 1월 선두로 올라온 뒤 2위권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당선했다.
반면 지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압도적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12월 14일) 이후 주요 언론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차기 주자 지지율은 30%대 초중반으로 고공 행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대표가 2002년 ‘이회창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2017년 ‘문재인의 길’을 갈 것인지에 있다. 올해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선거 시기는 대략 5∼6월로 점쳐진다. 즉 대선이 최단 4개월(120일)에서 최장 5개월(150일) 후로 예상되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정치적 변화도 반드시 이 대표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윤 대통령은 결국 공수처 등의 소환조사, 기소가 불가피하다. 또한 헌재 탄핵 심판 인용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 여야 정치지도자 모두에게 임기 중반 헌정 중단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보수층은 아직 조기 대선과 대선후보를 본격적으로 찾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미련, 탄핵 심판 기각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일 뿐 이 대표 대항마를 찾아 나설 것이다. 또한 범보수 차기 주자들도 점차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다. 이 대표가 30% 초중반 벽을 뚫지 못하면 2002년 이회창 후보처럼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원인을 두고 ‘야권에 대한 반사효과(이 대표와 민주당 거부 정서)’ 때문이란 분석과 ‘보수 과다 표집’이라는 주장이 맞서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민은 일종의 총의(總意)를 추구한다. 특히 선거 국면에선 더욱 그렇다. 국민의 총의는 균형 심리로 나타난다. 보수, 진보 어느 쪽으로 심각한 쏠림이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 민주당으로의 지나친 쏠림은 국민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그만큼 야당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현실화하면 ‘보수 재건’ 가능할까
국민의 이념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계엄 사태 이후 진보가 크게 확장됐다. 이는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진보 우위 이념 성향은 2021년에야 비로소 보수 우위로 재편된 적이 있다. 이번엔 불과 2∼3주 사이 이념 성향이 바뀐 것이다. 따라서 보수가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했을 개연성이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12월 27일 한 전 대행 탄핵, 1월 초부터 계속된 윤 대통령 체포 시도가 보수층의 여론조사 적극 응답을 유도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다소 부풀려졌을 수도 있다.
8년 전 2017년 16대 대선에서 범보수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력하게 무너졌다. 집권 여당은 현직 대통령 탄핵에 응분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안고 있다. 또 당시엔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됐다. 이번은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있고, 강력한 민주당 존재로 인해 지지층 결집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와 다르다. 다만 이런 점이 이번 조기 대선에서 보수 재건을, 나아가 대선 승리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보수 재건, 국민의힘 후보 vs 제 3후보
8년 전 대선은 1강(민주당 문재인), 2중(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2약(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구도로 치러졌다. 이번 대선은 1강(민주당 이재명), 2중(국민의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또는 1중(국민의힘), 1약(이준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분열되지 않고 있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탄핵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열망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을 대선후보로 선출할지도 의문이다.신동아 2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