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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上

다우와 리버모어를 잊어라! 럭비공 튈 방향이 보일지니…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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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上

월가가 만든 다우지수와 이동평균선은 기술적 분석의 토대가 된다.

대세상승에는 다시 세 단계가 있는데, 첫 단계는 경기와 이익호전에 대한 기대가 불씨를 지피는 상황이고, 둘째 단계는 경기호전과 이익증가가 확인되는 상황이며, 마지막 단계는 실현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희망이 시장에 반영되어 투기적 가수요가 일어나 더 이상 주식을 매수할 사람이 없어지는 국면을 가리킨다. 이 단계엔 인플레가 심화하고 금리가 오르며 거래량이 급증하는 특징이 있다.

대세하락 역시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주가가 추가상승하리라는 기대가 꺾이는 국면이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하고, 우둔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소화하면서 거래가 줄어들고, 주식의 주인이 바뀌기 시작하는 시점. 둘째는, 경기부진과 기업실적 하락이 확인되고 상당수의 투자자가 시장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며 매도자가 우위에 서기 시작하는 단계다. 셋째 단계에 들어서면 경기침체와 실적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근거 없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뒤늦게 매수에 가담한 투자자들이 절망하고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한다.

이런 장기 추세 외의 둘째 흐름은 대세상승과 하락 중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조정국면이다. 이때는 대략 30~60%의 주가하락(대세상승 중)이나 상승(대세하락 중)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이 순간 어리석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세가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지만, 현명한 투자자들은 그것이 아님을 믿고 기다리거나 기회로 여기고 추가 매수에 나선다. 이 흐름은 대개 3~4주에서 6개월 정가량 진행된다.

하지만 이때는 대개 전고점이 직전 고점을 돌파한 이후일 경우가 많고(추세반전의 경우에는 마지막 직전 고점이 의미 있는 최고가가 아니다), 조정시의 저점 역시 지난 저점보다 높다. 하지만 대세반전일 경우에는 저점이 지난 저점을 하회하는 경우가 많다. 또 거래량에서도 대세전환의 경우에는 하락시에 거래가 많고 상승시에 거래가 적지만, 추세내의 조정일 경우에는 상승시의 거래가 많고, 하락시의 거래가 적다.

마지막 흐름은 일간 가격 흐름이다. 이 흐름은 대개 큰 의미가 없다. 일간 흐름을 맞힐 수 있다는 아집은 일기예보가 온도나 풍량까지 정확히 맞히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일간 거래는 그것이 누적되어 큰 흐름을 만든다는 점에서 늘 추적하고 관찰해야 하는 대상이다. 일간 거래에서 중요한 흐름은 단지 거래가 수반된 박스권일 경우뿐이다. ‘거래가 수반된 박스권’이라는 말은 사려는 사람이 주식을 모으건, 팔려는 사람이 주식을 처분하건 간에 의미 있는 한 흐름의 변화라는 것이다.



이렇듯 다우 이론은 주식시장에서 파동과 추세의 개념을 만들었고, 이른바 지지선과 저항선의 개념을 창안했다. 주가의 의미 있는 저점을 잇고, 의미 있는 고점을 잇는 추세대를 그리거나 혹은 신고점을 돌파하는 순간 주가가 그것을 넘어서느냐 아니냐에 온 신경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이미 지난번 고점에 사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매수가격에 이르면 주식을 팔기 시작할 것이고, 고점을 넘어서면 더 이상 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주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논지를 전개했다.

탁월한 통찰이었고, 지금 보더라도 분명히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팔 사람이 없다는 것과, 더 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동의어가 아니다. 또 더 이상 살 사람이 없다는 것과, 팔 사람이 있다는 것 역시 동의어가 아니다. 다우가 간과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박스권에 대한 탁월한 통찰

다우 이론의 또 다른 통찰 중 하나는 주가의 박스권 움직임에 대한 인식이었다. 해밀턴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주가가 수주 동안 5%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청산을 위한 매물을 쏟아내고 있거나, 누군가가 매집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청산을 의미하는지, 매집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 없을 뿐이다.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박스권에서 주가가 위로 벗어날지 아래로 이탈할지에 대해 예측하고 포지션을 취한다. 하지만 그것은 눈앞의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를 예측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주가의 움직임을 단순히 추세와 강도로만 해석하던 시기에, 새로 매입하는 주식의 주인이 향후 시장을 이끌 힘을 가진 투자자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생각한 것은 주가 해석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시장은 ‘기술적 분석’이라는 중요한 기둥을 세우게 된다.

이에 대한 생각들은 후에 평균주가에 대한 변동성의 폭(밴드 이론)이나 표준편차를 반영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움직임(볼린저 밴드)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때 해밀턴이 말한 대로 ‘박스’는 그것이 주가의 의미 없는 궤적이건, 향후 추세를 알 수 있게 하는 신호이건 가격의 움직임에 대한 투자자들의 재인식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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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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