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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큰 손’ 군인공제회

“24년 연속 흑자, 주식·부동산 찍고 중앙 아시아로!”

‘금융계 큰 손’ 군인공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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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뱀을 잡아먹는다?

지금 군인공제회는 투자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이다. 군인공제회가 투자한 사업은 대부분 결과가 좋았기에 군인공제회가 투자했다는 소문이 있으면 너도나도 그 사업에 투자하려고 한다. 현재 군인공제회가 투자한 자금은 5조6000여억원인데, 이 가운데 부실투자로 판정된 것은 6% 정도인 3000여억원이다. 민간기업이 벌이는 투자사업에서도 10~20%는 부실에 빠지는데, 군인공제회의 부실투자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다.

‘금융계 큰 손’ 군인공제회

협력업체 수준이던 성동조선해양은 군인공제회가 투자한 후 ‘세계 톱 10’의 조선소로 발전했다. 경남 통영시에 있는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군인공제회가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말을 입증한 예로 성동조선해양이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경남 통영시에 있는 조선소로 2005년까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대형 조선소로부터 선박 부품인 블록을 주문받아 제작해주던 협력업체였다. 그런데 그해 군인공제회가 5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총 1550억원을 투입해 36.1%의 지분을 가지면서, 현대중공업처럼 직접 배를 짓는 ‘신조(新造)’회사로 탈바꿈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3월 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리면서 일약 세계적인 조선소로 부상했다. 국내 조선업계에 STX조선에 이은 또 하나의 기린아가 등장한 것이다. 지금 성동조선해양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8위, 국내 5위다.

요즘 재계의 관심은 세계 3위의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을 어느 기업에서 인수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때 증권가에서는 성동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렁이가 뱀을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인데, 성동조선해양의 배경을 아는 사람들은 이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본다. 성동해양조선의 배경에 있는 군인공제회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매입의향서를 제출한 회사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GS, 한화 4개사였다. 군인공제회는 물론이고 성동조선해양도 의향서를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동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는 불씨’다. 의향서를 제출한 네 기업이 파트너를 찾아 컨소시엄을 만드는 제2라운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보다 강하고 많은 원군(援軍)을 구한 기업이 거머쥐게 될 것이므로 진짜 경쟁은 제2라운드부터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키

네 기업이 짝짓기 경쟁에 들어가면, 성동조선해양은 그중 어느 한 기업을 골라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 이때 군인공제회는 팔짱을 끼고 성동조선해양의 행동을 지켜볼 수도 있고, 자신이 성동조선해양과 함께 그 기업의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장보고급 잠수함을 건조했고, 현재는 한국형 이지스급 구축함을 건조하는 방산업체다. 이러한 세계적인 조선소가 전적으로 민간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군도 이 조선소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으므로 군인공제회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높다.

문제는 군인공제회가 성동조선해양을 앞세워 간접적으로 참여하느냐, 아니면 성동조선해양과 함께 직접 참여하느냐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의향서를 제출한 4개 기업은 군인공제회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군인공제회가 어느 컨소시엄에 가담하느냐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결정짓는 방향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성동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주주가 된다면 지렁이가 뱀을 잡아먹는 기적은 현실이 된다.

군인공제회의 성동조선해양 투자가 빛나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골드만삭스가 한 투자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가 성동조선해양에 500억원을 투자할 때 골드만삭스는 성동조선해양보다 형편이 나은 S조선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금 성동조선해양의 실적은 S조선을 월등 앞서고 있다.

군인공제회의 뛰어난 안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전기차 제작업체인 CT&T에 대한 투자다. 군인공제회는 CreaTion and Technology의 이니셜을 딴 이 회사 지분의 25%를 갖고 있다. 전기차라고 하면 대단한 기술을 필요로 할 것 같지만, 실제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아주 평범한 형태로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전기차는 차량 내부에 탑재한 전지(電池)에서 나오는 전기로 운행한다. 운행이 끝나면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 방전된 전지를 충전해준다. 따라서 전기차에서는 전지가 핵심이다.

이러한 전기차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골프장이다. 골퍼들이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골프카, 즉 골프 카트가 바로 전기차다. 2005년까지 국내 골프장을 지배하던 골프카는 산요, 야마하, 히타치 상표를 붙인 일제(日製) 일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C-zone이라는 상표를 붙인 CT&T 전기차가 70%를 장악하고 있다.

CT&T의 골프카가 국내 골프장을 석권한 첫째 이유는 싼 가격 때문. CT&T의 골프카 가격은 일제 골프카의 65%를 밑돌았다. CT&T가 이처럼 낮은 가격에 골프카를 공급할 수 있었던 이유는 CT&T 임원진의 능력에 있다. CT&T 이영기 대표는 ‘포니정(鄭)’으로 불리던 고(故) 정세영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이끌던 시절 수출본부장을 지낸 사람이다. 이 회사의 기술고문인 이충구씨는 현대자동차의 기술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을 예측했고, 그 시대를 어떻게 열어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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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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