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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점점 좋아진다는데 왜 우리 삶은 점점 팍팍해질까

경제위기의 본질

세계경제는 점점 좋아진다는데 왜 우리 삶은 점점 팍팍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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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든 길

이들의 설명은 1950~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선진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룰 때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후 복구에 대한 수요가 높았고 무역량이 증가했으며, 교통·에너지·통신 등 신기술 전파, 과학기술·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이 한데 어우러져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리 길지 못했다. 1970년대 들어 이러한 성장에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 선진국들의 장점을 모방하며 급성장해 이들을 크게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계경제의 중심 축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가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반면 삶의 질에 대한 선진국 국민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었다. 경제성장은 날로 둔화돼 가는데 국민의 소비 수준은 높아만 갔고, 복지에 대한 열망 역시 수그러들 줄 몰랐던 것이다. 이럴 때 지혜로운 정치인이라면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며 국민에게 “어려운 시기가 찾아왔으니 다 함께 허리를 졸라매자”고 설득하며 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꾀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당장 표를 구걸해 정치 생명 연장하기에 급급했던 대부분의 정치인은 국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높은 경제성장률과 소비·복지 수준을 유지할 다른 방편을 찾았다(국민 역시 정치인이 제공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기꺼이 정치적 몰락에 동참하게 된다). 당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등 세계 주요 정치인들이 이른바 ‘적극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 발전’ ‘신자유주의’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정책’과 더불어 ‘금융을 통한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그리고 훗날 이러한 정책은 시중의 흔해진 돈이 주식·부동산 등 금융시장으로 몰리고 그로 인한 금융의 거품이 터지며 발생한 ‘금융시장의 위기’, 대기업·금융소득자들을 중심으로 한 부유층과 근로소득으로 연명하는 서민 사이의 극심한 빈부 차에 따른 ‘사회적 위기’, 정치인과 금융·경제인의 야합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며 마침내 2008년 세계경제위기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중 하나이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세계 최대 규모의 보험회사 AIG의 몰락 등으로 상징되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이면에는 사실 이 같은 세계경제 속 오랜 기간 누적된 고질적인 병폐, 즉 세계경제 불균형의 위기, 금융시장의 위기, 사회적 위기, 정치적 위기가 주요한 원인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우리는 단지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을 따름이다.

세계경제는 점점 좋아진다는데 왜 우리 삶은 점점 팍팍해질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주가지수가 회복하고 무역수지 등이 개선되었지만 서민의 생활 여건은 오히려 2008년보다 더 열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잘못된 진단, 잘못된 처방

세계경제위기를 진단하는 두 가지 시선인 ‘쉽고 달콤한 길’과 ‘어렵고 힘든 길’, 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그간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관되게 ‘쉽고 달콤한 길’을 고수해온 우리 사회가 겪어온 문제점들을 들추어보더라도 ‘쉽고 달콤한 길’이 갖는 문제점은 금방 드러난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부터 경제 회복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정부 재정적자,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쉽고 달콤한’ 정책을 단행했다. 덕분에 2011년 2/4분기 이후 1% 미만에 맴돌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2013년 2/4분기에 1.1%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위와 같은 일련의 정책 덕분에 수출이 늘어나고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해 우리 경제도 점차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우리 서민의 경제지표는 더욱 나빠져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소득 상승률을 넘어 가계경제에 주름이 깊어졌다. 또한 부동산 거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서민이 무분별하게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어 하우스 푸어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이미 감당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빚을 져 소비와 투자는 도저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가계는 지갑을 닫아버려 내수 시장은 더욱 취약해졌다. 은행 기준금리는 하락했다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시중금리는 여전히 높아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기업 대출이 어렵다.

증세 없는 복지를 부르짖던 이번 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바꾸어 소득세율을 높이는 바람에 자본·금융 소득 없이 근로소득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서민 대부분은 앞으로 더욱 힘겨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렇듯 ‘쉽고 달콤한 길’은 ‘세계경제는 좋아지는데 우리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잘못된 진단인 ‘쉽고 달콤한 길’의 잘못된 처방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설상가상 앞으로 세계경제위기는 더욱 급격한 속도로 악화될 것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우선 그동안은 경제성장에 관한 한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자연환경·에너지 자원이 기하급수적으로 훼손·고갈되고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변해 종국엔 우리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방사능 오염과 전력 부족으로 인한 경제 침체를 겪은 이웃 나라 일본이 그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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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 | 마시 코리아 부사장,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객원교수 조태진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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