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이제 ‘친환경’과 ‘지능화’라는 2개의 축으로 제품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수소연료전지차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기술력을 자부하고 있고, 하이브리드 분야에서도 도요타의 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친환경 자동차가 선진국의 연비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개발됐다면 저유가 시대에는 브랜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럭셔리 세단과 픽업트럭의 진입장벽을 뛰어넘는 방안으로 친환경 파워트레인 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라는 콘셉트에서 궁극적으로는 럭셔리 차종에서 브랜드 입지를 확보한 테슬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지능화도 마찬가지다. 벤츠는 2025년에 무인 트럭을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술적으로는 현대차도 무인주행 기술 상당히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주행 기술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된다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 소재와 정서적 거부감을 극복해야 하기에 상용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의 뛰어난 IT 역량을 고려하면, 무인주행 기술은 활용하기에 따라 현대차가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를 따라잡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예컨대 현대차의 주도로 세계 무인 자동차 경주대회 같은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BMW, 벤츠, 아우디, 도요타를 끌어들여서 무인 자동차만의 레이싱 대회를 여는 것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F-1이나 WRC (World Rally Championship) 우승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정의선의 현대차그룹은 생산과 제품에서 유연성, 친환경, 지능화라는 3가지 장기 과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과업을 달성하려면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도 보다 창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조직 문화에 유연성과 민첩성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정몽구 회장의 ‘총수 카리스마’는 현대차그룹을 단기간에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지위에 올려놓은 주요 원동력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진정성’을 외부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소통의 단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단적인 사례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과정에서 한때나마 현대차그룹의 이미지가 하락하고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부친의 경영 스타일을 존중하되 답습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소통의 리더십’을 구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들은 소탈하고 유머가 넘친다(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보인다). 그들이 왜 늘 웃음 띤 표정으로 직접 제품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조직 내 최고의 아이디어가 총수를 찾아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소통의 물결’이 넘실거리도록 해야 한다. 정 부회장 특유의 소탈함과 유연성은 ‘소통의 큰 물결’을 만드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자동차산업은 ‘리더십의 산업’이다. 2만 개의 부품이 제 기능을 온전히 다할 때 최상의 성능을 낸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1000개 부품사, 업계 150만 종사자를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포용의 리더십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의 중핵 사업인 자동차산업과 현대·기아차의 미래는 정 부회장의 열린 마음과 소통 능력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