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글로벌 경제의 주된 리스크로 꼽히는 것들은 대부분 짧게는 약 10년, 길게는 수십 년간 세계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과 관련된 것이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수년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온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어떤 시련도 이겨내온 ‘단일통화’ 유로존의 붕괴 우려, 두 자릿수 성장률이 당연해 보이던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 세계 통화정책의 역사를 다시 쓰다시피 한 일본의 전무후무한 ‘돈 풀기’ 실험….
만약 이런 리스크가 나쁜 형태로 현실화한다면 과연 글로벌 경제에 어떤 일들이 전개될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또한 그만큼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소비와 투자 부진, 급속한 고령화 등 ‘내부의 적’들과 힘겹게 맞서 싸우는 한국엔 이런 대외 변수가 버겁게만 느껴진다. 글로벌 경제 리스크의 면면을 짚어보고 향후 전개방향을 예측해본다.
‘진통제’ 투여 중단 → ‘자본 이탈 쓰나미’?
미국 연방준비제도라(Fed, 연준)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 0~0.25%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QE,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시장에 돈을 푸는 것) 정책을 펴왔다. 양적완화는 지난해 종료됐다. 이제 금리 정상화(인상)만 남겨놓았다. 많은 전문가는 그 시점을 올 하반기로 예상한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올라섰음을 뜻한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최고 3%대를 바라본다. 실업률도 ‘완전고용’ 상태에 해당하는 5% 안팎으로 예상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 경제가 잘 굴러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글로벌 경제나 한국 경제에 청신호다. 양적완화 정책을 입안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최근 ‘동아일보’가 주최한 국제금융포럼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건 한국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과거에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 등으로 흩어져 있던 자금이 일순간에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경제력이 취약한 나라들이 줄줄이 휘청거렸다. 외국인 투자자의 급격한 자본 이탈을 감당하지 못하고 외환위기를 맞은 1994년의 멕시코,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인 경우다. 올해도 벌써부터 터키와 남아공,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이런 신흥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면 글로벌 경제에 위기감이 ‘전염’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여지가 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막대한 가계부채가 마음에 걸린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우리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에 반영된다. 6월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 총액이 11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늘면 한계 가구 파산,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침체가 우려된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된 변동금리 대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부채가 많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 연준이 연초부터 시장과 소통하면서 점진적인 통화정책을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 또한 설령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일부 신흥국 경제가 흔들린다 해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 건전성을 높여온 한국은 금융 부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고리로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고 대외개방도가 높은 한국이 그 중심에 있는 만큼, 금융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최선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 경제는 10% 안팎의 빠른 성장을 매우 당연한 일로 여겨왔다. 그러던 중국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간 성장률이 7.4%로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거대 기관차 중국이 멈춰 서면 한국은 물론 각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리스가 무너지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커다란 충격이 닥쳐오리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