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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공기업 지방이전 최우등생’ 한국전력과 빛가람혁신도시

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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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00개 기업 유치…“에너지가 미래다”
  • ● “고대 마한 중심지가 산업 수도로”
  • ● 흑자 전환, 주가 상승…‘돌아온 맏형’
  • ● “조환익 리더십, 성장과 공생의 조화”
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오전 8시 50분 사진기자와 함께 전남 나주역에 도착했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두 시간이 걸렸다. 나주역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입주한 빛가람혁신도시(광주전남혁신도시)까지는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나주는 이제 구도심과 혁신도시, 이렇게 구분되는 셈이다. 역으로 마중을 나온 한전 홍보담당 이정복 처장과 김형관 차장이 간단히 아침을 함께하자고 했다.

일행은 구도심의 중심가인 옛 나주목사관아 쪽으로 향했다. 오늘날의 전남 · 북도지사와 광주광역시장을 합쳐놓은 격인 조선시대의 나주목사가 집무를 보던 곳이다. 성벽을 갖춘 형태가 서울 왕궁의 축소판 같았다.

나주 하면 떠오르는 먹을거리가 ‘나주배’와 ‘나주곰탕’인데, 아닌 게 아니라 성벽을 둘러싸고 곰탕집이 빼곡이 모여 있었다. 조선시대 때부터 이곳에서 곰탕집들이 성업했다고 한다. 수많은 민원인이 관아에 일을 보러 드나들면서 여기가 호남 제일의 번화가였다고 한다.

이 처장은 “A곰탕집이 유명한데, B곰탕집으로 가시죠. 저희 사장님도 나주곰탕을 무척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자 이내 곰탕이 나왔다. 예상과 달리 곰탕 국물이 기름기 없이 맑았고 빛깔은 옅은 갈색이었다. 사골과 잡뼈로 고아내는 설렁탕과 달리 소의 양지 · 사태고기로 국물을 낸다고 한다. 탕 속엔 넓적한 수육이 가득 들어 있었다.

곰탕 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듣던 대로 ‘깊은 감칠맛’이 압권이다. 삼킨 뒤에도 그 맛이 입안을 떠나지 않고 맴돌아 이내 침이 고였다. 같이 먹던 사진기자가 “나주곰탕 대박! 끝내주네요”라며 감탄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맛있는 곰탕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나니 나주에 대한 첫인상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한전은 나주목사관아 주변 지역의 전신주를 지중화(地中化)해주기로 했다. 비용이 꽤 들지만 도시의 외양과 분위기가 한결 산뜻해질 것이다. 나주시와 시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한전 측은 “우리가 나주로 이전한 기념으로 시민들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이라고 했다.

차가 빛가람혁신도시로 들어서자 맨 먼저 한국농어촌공사(연간 예산 2조9000억 원) 본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본사가 눈에 들어왔다. 수 년 전 두 공기업 본사가 각각 경기 의왕과 서울 강남에 있을 때 찾아가 사장 인터뷰를 진행한 기억이 났다. 두 공기업이 우리 농 ·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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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도시 느낌

빛가람혁신도시엔 16개 공기업이 들어오는데, 이 가운데 14개 기업이 이전을 완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 우정사업정보센터 같은 내실 있는 기관이 많다. 그 핵심은 전력 관련 기관들이다. 한전을 필두로 한전KDN, 한전KPS, 한국전력거래소가 들어와 있다. ‘자족 기능’으로 보면 수도권의 웬만한 신도시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듯싶다.

733만㎢ 면적의 도시 전체는 ‘거대한 공사판’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아파트 단지, 오피스텔, 상가, 업무용 빌딩, 학교, 휴양시설이 건설되고 있었다. 1차 목표인 ‘인구 5만 도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듯했다.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에 위치한 곳답게 도시 전체가 거의 평지인 데다 곳곳에 호수와 공원이 있어 쾌적해 보였다. 전남 산림자원연구소에 들렀는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양쪽에 길게 심은 숲길이 인상적이었다. 주택가 인근에 골프장도 짓고 있었다.

한전 본사는 다른 전력 관련 기관들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지상 31층(154m)으로, 호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본사 전면으로 광활한 공터가 펼쳐져 있다. “앞으로 수도권의 판교처럼 첨단 기업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전 측은 설명한다. 주변에 각종 브랜드의 패스트푸드점, 식당, 판매시설이 입점해 벌써 신도시 티가 제법 난다. 본사에서 길만 건너면 닿을 거리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솟아 오르고 있다.

현재 상당수 한전 임직원들은 주변 오피스텔이나 임대 아파트에 전 · 월세로 거주한다. 몇몇 직원은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아파트를 분양받기도 했다. 이정복 처장은 “가족과 함께 정착하는 직원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곳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도시가 상당히 발전하고 학군도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그래선지 아파트 분양권 가격도 꽤 올랐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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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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