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안충영)의 활동도 간단치 않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관한 민간부문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를 조성, 확산하는 구심체가 되기 위해 2010년 12월 설립된 민간위원회. 따라서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이 ‘균형’이다.
그런 동반위의 김종국(57) 사무총장(차관급)이 동반성장 주간(11월 17~21일) 첫날 저서 ‘협력경영 동반성장’(부제 : 새는 날개 하나로 날 수 없다)을 펴냈다. 산업 현장 곳곳을 누비며 쌓은 경험을 생생하게 전한 이 책에서 김 총장은 동반성장이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나 보호를 위해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사회적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게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네트워크 형태로 변화한 기업 생태계를 감안해 새로운 동반성장 해법으로 ‘협력경영’을 제시했다. 그는 책 인세 전액을 동반위 활동에 기부했다.
1985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김 총장은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 해결과 규제 개선에 힘썼고, 전통시장·소상공인 지원제도를 마련해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에도 앞장서왔다. 특히 1998년 중소기업청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재래시장지원과장, 기업금융과장, 정책총괄과장,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연구위원, 중소기업 옴부즈만실 지원협력관,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등을 두루 거쳐 중소기업 분야 전문가이자 소상공인 지원정책과 동반성장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널뛰기 정신’
▼ 책을 쓴 계기는.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책이 드물다. 그간 경영이라면 대기업 경영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경영에 맞춤한 책을 내려고 업무 중에 체험하고 느낀 생생한 이야기를 추려 담았다. 흔히 동반성장을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양보, 퍼주기, 배려쯤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동반성장은 경영의 일환이다. 외부 역량을 내부 자원과 효율적으로 결합해 최대한 잘 활용하도록 유도해 경쟁력을 높이고, 서로가 원하는 방향을 갖추게끔 상생 방안을 찾는 경영 방식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활동이 될 것이다. 삼성이나 일본 도요타의 예에서 보듯,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기업 대 기업의 경쟁을 넘어 네트워크 간 경쟁이 화두다. 대기업이 납품 회사로서 자신의 네트워크에 속한 수십 수백 개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협력경영’이다.”
▼ ‘협력경영’?
“동반성장 활동은 경영 성과를 개선함으로써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본질은 개별 기업 단위의 이윤 추구가 아니라 협력사 역량을 키워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네트워크 중심의 ‘협력경영’에 있다. 지금은 협력적 분업의 시대다. 이 시대에 관심을 끄는 용어들, 예컨대 파트너십(partnership), 컨버전스(convergence), 코퍼레이티브(cooperative), 컬래버레이티브(collaborative), 거버넌스(governance) 등은 모두 파트너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협력경영’을 달리 표현하면, ‘널뛰기 정신’이다. 내가 더 높이 뛰어오르려면 상대방도 높이 뛰어오를 수 있게 힘껏 널을 굴러줘야 한다.
요즘 대기업 70여 곳에 동반성장 전담 부서가 생겼는데, 소속 직원들은 읽을 만한 교본조차 없다고 하소연한다. 공유가치창출(CSV·기업이 수익창출 이후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행위)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혼동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래서 실무 노하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도록 쉽게 쓰려 했다.”
시장 300곳 돌아다녀
▼ 동반성장 문화가 선순환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결국 수익의 증대로 연결된다. 그 형태는 제품 품질이나 생산성이 향상된 경우, 신제품 출시로 시장이 커진 경우, 협력을 통해 비용이 절감된 경우 등으로 나타난다. 동반성장은 대기업에도 도움이 되는데, 성과공유제 비율 추이를 보면 과거엔 대·중소기업이 나누던 비율이 7대 3이었는데, 2년 전엔 5대 5, 2014년 여름엔 4대 6으로 역전됐다.”
▼ 30년째인 공직생활 내내 다양한 정책을 만들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전통시장, 소상공인, 여성기업, 동반성장 분야 정책을 기획했는데, 전부 최초다. 전임자가 없어서다. 그래서 묵정밭에 쟁기질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보람이 큰 순서대로 들면 첫째는 여성기업 관련 정책이다. 외환위기 직후 남편의 실직 때문에 자영업에 뛰어드는여성이 많았는데,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일조해 교육, 컨설팅, 융자지원 등 구체적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당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설립을 위해 회원을 모으고 창립총회를 열었는데, 그때 80만 명을 좀 넘던 여성기업인 수가 지금은 130만 명이다.
둘째는 전통시장이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로선 도우려 해도 ‘how-to’가 없었다. 나도 한동안은 시장만 돌아다니다 이후 입법활동에 참여해 15대 첫 국회에서 전통시장 지원을 위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전통시장 현대화를 위해 아케이드를 둘러씌우는 게 쉬운 일 같아도 엄청난 발상 전환이 필요했다.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과 제품 품질 향상 노력, 상인 사기 진작을 위한 우수 전통시장 표창, 전통시장박람회 개최, 교육을 위한 상인대학 개설 등을 하면서 300여 곳의 시장을 돌아다녔다.
셋째는 소상공인 분야인데, 이것도 관련 정책이 아예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소상공인지원센터는 설치됐지만,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지는 못했다. 그러다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소상공인 1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소상공인혁신보고대회를 열었는데, 그걸 준비하느라 전통시장과 긴 인연을 맺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