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국가 간 경제 및 ESG 협력 도모
해외 각국 지도층 만나 경제 외 환경, 사회문제 등 폭넓게 논의
SK,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진 지배구조 구축 본격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존 오소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조지아주)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친환경 경제정책 및 산업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SK제공]
최태원 회장, 국익 위한 민간 외교관 면모 보여
11월 10일 최 회장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조지아주)과 만나 한-미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대응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34세의 오소프 의원은 50년만의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미국 정계에서 차세대 대권 주자로 주목받는 인물이다.지난 6월에도 최 회장은 한국을 찾은 크리스 쿤스(델라웨어주) 등 미국 상원의원들을 만나 양국 공동의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인 배터리, 반도체 협력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쿤스 의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미국 상원의원 외에도 다양한 해외 유력 인사들이 최 회장과 만나고 있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도 맡고 있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리더들이 국가 간 경제협력이나 ESG, ‘기후변화’ 같은 큰 주제를 논의할 수 있는 한국의 민간 파트너로 최 회장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라며 “최 회장의 민간 경제외교가 기업 경영은 물론, 국익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글로벌 스토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통해 국내외 환경 및 사회문제 해결에 나섰다. 글로벌 스토리란 국내는 물론 SK가 진출한 국가에서도 ESG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현지 국민들의 존중과 지지를 확보하는 SK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재계 전반의 이익과 국익까지 염두에 두고 글로벌 사업확장을 해나가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최태원 회장은 올해 코로나 제약 속에서도 5월과 7월, 10월 세 차례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월에는 한·미 산업장관과 주요 기업인들이 모인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데 이어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을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7월에는 SK 관계사들이 진행하는 사업과 글로벌 경제 동향 등을 점검하려 직접 방문했다.
10월에는 한국 기업인으로서는 드물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공화·민주 양당의 지도자들을 만나 온실가스 감축 등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의논했다.
11월에는 헝가리에서 열린 ‘한국-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 에도 참석해 현지 정·관·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한‧V4 투자협력 제고 △지속가능 에너지 개발 협력 △친환경 자동차 관련 사업기회 모색 등의 민간 경제외교 활동을 펼쳤다.
최 회장은 방문한 국가의 사회적 문제 해결 및 공헌 사업에도 열의를 보인다.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와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를 방문해 ‘美 6‧25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2018년부터 추진해 온 것으로,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 참전용사 3만6000여 명과 한국인 카투사 8000여 명의 이름을 새겨 넣는 사업이다.
SK그룹은 이 사업 기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다. 최 회장은 미국 내 아시아 소상공인 지원책과 아시아인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미국 현지 학계와의 협력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SK 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해외 방문 때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많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등 국제사회 공동 과제에 대한 대안 제시
2020년 1월 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 중심 경영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SK제공]
최 회장은 이 밖에도 매년 중국 보아오 포럼(4월), 상하이 포럼(5월), 하노이 포럼, 베이징포럼, 난징포럼(이상 11월), 도쿄포럼과 워싱턴에서 여는 ‘SK 나이트’(이상 12월) 등에 참석해 기후위기 등 국제사회 공동 과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기업이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왔다.
최 회장의 행보가 SK를 넘어 한국 재계 전반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판을 드높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탄소중립, 친환경 등 어젠다를 주도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공통의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파트너로 인식돼 재계 전반의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 회장의 ESG 경영과 글로벌 스토리 모델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감과 지지가 확산되면 ‘한국 경제’의 위상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는 “앞으로 미국 외에도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주요 협력 국가의 이해관계자들이 기대하는 글로벌 스토리를 만들어 파트너십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중심 경영 실천 통해 시장 신뢰 제고
최 회장은 ‘거버넌스 스토리’라는 이름의 기업지배구조 혁신 전략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각 관계사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CEO 추천, 평가부터 다양한 기업가치 제고 활동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의사결정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다.10월 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이 열렸다. SK와 관계사 이사 전원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다.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까지 전원이 모이는 자리는 재계에서 처음 이뤄지는 시도다. 최 회장이 제안해 올해에만 총 3번의 워크숍이 열렸다.
최근 열린 워크숍에서는 SK(주)가 올해 이사회 산하에 신설한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의 성과를 공유했다.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 평가 및 후보 추천, △사내이사 보수 적정성 검토 등의 역할을 하고, ESG위원회는 중장기 ESG 관련 성장전략을 검토한다. 사실상 이사회가 회사 경영 방식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이사진은 다른 관계사 이사회에도 이 같은 방안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이사진은 경영진 감시와 견제를 위해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사외이사 역량 강화, △전문성 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 발굴 △회사 경영정보 공유 및 경영진과의 소통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CEO와 함께 IR 행사(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시장과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또 워크숍을 계기로 그룹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이 수시로 지배구조나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문 역량도 키울 수 있는 ‘소통 플랫폼’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앞서 최 회장은 1,2차 워크숍을 통해 “각 사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이사회 권한 및 사외이사 역할 강화 등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현재 SK 17개 관계사 중 증시에 상장된 10개사 이사회의 사외이사의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 중 7개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SK㈜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인 최태원 회장과 이찬근 사외이사가 해외 투자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이사들이 찬성해 해당 안건이 가결된 것이 대표적이다.
9월 열린 SKC 이사회에서는 2차 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 실리콘 음극재 생산업체와 추진한 합작법인 투자 안건이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SK네트웍스 이사회가 국내 매트리스 제조업체인 지누스 인수를 부결시켰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각 관계사 이사회가 그룹의 관여나 가이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CEO 평가 및 보상을 결정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SK그룹 관계자는 “시장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프리미엄급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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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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