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호

구광모號 LG 4년… 고객에 방점 찍고 혁신 또 혁신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2-07-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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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사에 나타난 ‘고객 최우선 주의’

    • 혁신 낳은 고객가치 중심 조직·문화 개편

    • 윗물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CEO부터 ‘솔선수범’

    • 연구 조직도 고객 중심 미래 준비

    • 고객의 관점에서 답을 찾다

    LG화학의 마케팅 연구소인 경기 오산시 CS캠퍼스. [LG전자]

    LG화학의 마케팅 연구소인 경기 오산시 CS캠퍼스. [LG전자]

    “최신 기술을 과시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한순간에 사라진다.”

    2019년 구광모 ㈜LG(이하 LG)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밝힌 말이다. 구 대표는 2018년 6월 지주회사 LG 대표 취임 이후 줄곧 ‘고객가치’를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고객가치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둘째로는 이 감동을 다른 기업보다 앞서 주는 것, 마지막으로는 한두 차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객의 삶을 바꾸고 다른 기업보다 먼저 감동을 주는 것이다.

    구 대표 취임 이후 4년 동안 LG는 일관되게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을 지지하며 새로운 LG를 위한 토대를 쌓고 있다.

    “불편 사항 해결에 집중하라”

    2020년 신년사에서 구 대표는 고객가치 실천을 위한 출발점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 사항)’ 해결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LG 임직원이 먼저 고객의 불만 사항을 찾아 해결하고, 고객이 LG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세밀하게 파악하며, 고객 스스로도 몰랐던 숨겨진 욕구까지 찾아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다.<표1 참고>

    일하는 방식 역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사장단워크숍에서 구 대표는 “사업의 목적과 지향점부터 고객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재무적 지표에 앞서 고객가치로 정작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혁신할지 훨씬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구 대표가 지속적으로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진정성 있는 경영행보를 이어가자 구성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LG그룹 관계자는 “소속과 조직, 보직에 무관하게 ‘고객’을 이야기하는 구성원이 늘었다”며 “고객과 가장 자주 만나는 직군인 서비스엔지니어나 상담사는 물론 제조 과정에 혁신 공법을 적용해 고객가치를 만드는 연구원까지 각자 최선의 고객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LG 어워즈다. 남다른 고객가치를 만든 구성원에게 수여하는 LG 어워즈 수상자가 크게 늘었다. 시상 첫해인 2019년 27개 팀에 불과했지만 올해 수상팀은 74개 팀에 달한다. 수치상으로 보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LG 어워즈에서 최고상인 ‘일등 LG상’의 주인공은 최용제 LG유플러스 상담사. 청각장애를 가진 고객을 배려한 상담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 상담사는 “고객과 전화로 상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터라 전화통화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 되자 처음에는 막막했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을 거듭하니 조금씩 방법이 보였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고객 중심 조직·플랫폼 구축

    LG전자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은 원래 식용 채소를 전문으로 키워내는 제품이었으나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허브나 꽃도 기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LG전자]

    LG전자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은 원래 식용 채소를 전문으로 키워내는 제품이었으나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허브나 꽃도 기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LG전자]

    LG그룹의 고객에 대한 진심은 조직 체계 개편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LG전자는 생활가전, TV, 전장 등 주요 사업부에 있는 ‘상품기획’ 관련 조직 명칭을 모두 ‘CX(Customer Experience)’로 바꿨다.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산다’는 고객 관점 사고를 반영한 결과다.

    고객 피드백이 제품의 개발 방향을 바꾼 사례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을 선보였다. 개발 초기엔 ‘먹거리를 키우는’ 식물재배기로 출발했지만 LG전자는 1년간의 추가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의 식물재배기를 인테리어에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를 파악했다. 이에 허브와 꽃을 기를 수 있도록 했고, 제품 디자인을 개선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신기술을 활용한 플랫폼도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구성된다. LG 계열사들은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AI, 빅데이터 같은 DX(Digital Transformation)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구 대표는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어떻게 구체적인 가치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지 넓고 다양하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AI,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2020년부터 ‘LG씽큐(LG ThinQ)’를 통해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 패턴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LG전자는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점을 찾은 뒤 다음에 출시되는 모델에 적용해 왔다. 최근에는 매번 새로운 가전처럼 사용할 수 있는 ‘LG 업(Up)’ 가전제품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이후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

    올해 LG 어워즈에서 ‘일등 LG상’을 수상한 LG유플러스의 ‘유플맘살롱’도 고객가치 경영철학이 담긴 결과물이다. 유플맘살롱은 LG유플러스의 키즈 전용 콘텐츠 ‘아이들나라’의 고객인 키즈맘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LG유플러스는 키즈맘 고객이 직접 유플맘살롱의 운영진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고객과 신뢰를 쌓았다. 또 기존 설문조사나 체험단 운영 같은 방식으로는 들을 수 없던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힘썼다.

    기업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기업 간 거래(B2B) 고객사를 위한 통합 디지털 영업 플랫폼 ‘LG 켐온(Chem on)’을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기존 대면 중심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온라인에서 쉽고 빠르게 LG화학의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LG화학이 500여 개의 고객사에서 모은 데이터를 반영해 만들었다. LG 켐온에 접속한 고객은 클릭 몇 번만으로 부품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

    CEO 모범으로 완성된 성공 방정식

    LG그룹의 고객중심 경영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 [LG전자]

    LG그룹의 고객중심 경영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 [LG전자]

    LG 주요 계열사 CEO들도 LG의 고객가치 혁신 목표 달성에 앞장선다.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 CEO들은 각 사의 사업 특성을 고려해 매년 경영 메시지와 현장 경영 등을 통해 임직원에게 고객가치 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주완 사장 취임 이후 ‘F.U.N(First·한발 앞선, Unique·독특한, New·새로운)’ 관점에서 고객 경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조 사장은 ‘차별화된 혁신기술과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향상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삶과 가치를 제공하며 지속 성장하는 것’이 LG전자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조 사장은 이를 위해 고객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고객가치혁신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격하고 TV, 생활가전 등 각 사업본부에 고객 담당 임원을 배치했다.

    6월 9일 조 사장은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2’ 현장을 찾았다. LG전자의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 부스를 시작으로 독일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사 보쉬&지멘스(BSH), 이탈리아의 가전제품 브랜드 스메그(SMEG) 등 가전 경쟁업체를 방문했다. 세계 각국 고객의 가전 디자인 선호도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이외에도 조 사장은 가전과 무관해 보이는 업체의 부스도 골고루 방문했다.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 몰테니앤시(Molteni&C), 네덜란드 가구 브랜드 모오이(Moooi), 일본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Lexus),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등이 이날 조 사장이 방문한 부스다.

    LG 측은 조 사장의 행보에 대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가구, 자동차, 인테리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선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고객의 해’로 선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중심 전환’ ‘고객 가치 혁신’ 등 핵심 과제를 밝혔다. 신 부회장은 “조직의 나침반이자 본질은 바로 고객이며 LG화학의 구성원 각자가 고객가치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신 부회장은 경영혁신 총괄 산하에 있던 고객가치혁신담당 조직을 CEO 직속으로 배치해 격상시키는 등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 구조부터 문화까지 혁신해 나가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고객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는 목표하에 ‘핵심에 집중하는 보고·회의 문화’ ‘성과에 집중하는 자율근무 문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수평 문화’ 등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사내 배포용 ‘CEO 노트’에 고객가치를 강조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전 세계 2만4000여 명의 직원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 채널 ‘엔톡(EnTalk)’을 개설하는 등 임직원과의 소통 채널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충성 고객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찐팬론’을 전면에 세우며 고객 경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또 황 사장은 임직원에게 ‘Why Not(왜 안 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새롭게 성장해 나갈 것을 강조한다. 이 같은 노력에 고객들은 해지율 감소라는 수치로 화답하고 있어 황 사장의 ‘찐팬’ 만들기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구영 LG헬로비전 사장도 고객에게 가격, 속도, 화질 등 기능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헬로렌탈서비스’ 등 이용 경험 확대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 것을 구성원들에게 당부한다. LG헬로비전은 올해부터 ‘고객소통의 날’을 운영하며 매월 각 사업 조직의 리더가 직접 고객이나 대리점 직원을 만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구매 서비스’다. 헬로렌탈 직영몰에서 전화 상담 없이도 ‘셀프 렌털’이 가능한 서비스로 1분 만에 렌털 신청이 가능하다. 서비스 론칭 3개월 만에 하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다.

    연구 조직도 고객가치 혁신

    산하 연구 조직도 철저히 고객 중심 관점에서 LG의 지속 발전을 꾀하고 있다. LG전자와 LG화학 산하 연구 조직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R&D, 상품기획, 고객관리 등 전 방위적 차원에서 고객가치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 해결은 물론 시장 개척까지 돕는 전문 조직 ‘CS(Customer Solution)캠퍼스’를 운영한다. CS캠퍼스는 고객사의 요구를 미리 파악하는 ‘마케팅 사고(思考)’와 생산공정에 대한 전문지식을 동시에 갖춘 ‘테크니컬 마케터’를 지향한다.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LG화학 CS캠퍼스에선 250여 명의 국내외 전문 인력이 매년 200건 이상의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기술 지원을 받은 고객사는 전 세계 5000여 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LG화학의 가소제(벽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첨가제)를 사용하는 벽지 제조업체가 황변 현상 때문에 매년 수천만 원의 손해를 떠안는 사건이 있었다. CS캠퍼스는 조사를 통해 포장 비닐에 포함된 산화방지제가 공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하면서 내부 벽지 색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포장지 제조와 창고 관리 과정에 반영한 결과 지난해 해당 제조업체의 황변 불만 접수는 0건이 됐다.

    LG전자는 구광모 회장의 ‘고객가치 경영’ 주문하에 혁신 제품을 통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시에 주력하고 있다. LSR(Life Soft Research)연구소가 핵심축이다. LSR연구소는 1989년 설립 이후 고객만을 연구해 온 조직이다. 새로운 생활 습관, 감성, 취향 등 고객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연구하고 상품 기획 및 개발에 반영해 왔다.

    LG전자 얼음 정수기 냉장고 디오스 오브제컬렉션으로 만든 구형 얼음. [LG전자]

    LG전자 얼음 정수기 냉장고 디오스 오브제컬렉션으로 만든 구형 얼음. [LG전자]

    지난 6월 LG전자 얼음정수기 냉장고 판매량 90%를 견인한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냉장고가 LSR연구소의 대표작이다. 한국, 미국, 독일 등의 소비자 중 홈 바(bar)를 꾸미고 위스키나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 고객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LSR 연구소는 이를 통해 바에서 주로 사용하는 구(球)형 얼음의 수요를 예측했다. 이는 가정용 구형 얼음 제조 기능을 탑재한 ‘크래프트 아이스 냉장고’ 제작으로 이어졌다.

    LSR연구소는 매년 LG전자 소셜 매거진 ‘LiVE LG’에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며 고객 연구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2020년 말에는 뉴노멀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인포테라피’ ‘초대면 소통’ ‘배타적 경험 구역’ ‘스페이스 온앤오프’ ‘소비하지 않는 소비’ 등의 다섯 가지의 키워드로 했다. 지난해 말에는 필요(Needs), 욕구(Wants)의 시대를 넘어 욕망(Desire)이 중요해진 시대의 고객 트렌드를 ‘라이프스타일 쇼퍼’ ‘의미 메이커스’ ‘럭셔리 액티비스트’라고 분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SR 연구원들은 고객의 잠재적 니즈까지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며 “연구원들이 다양한 공유주거 브랜드에 입주해 석 달간 살아보면서 MZ세대의 주거에 대한 의식과 상품 이용 행태 변화를 심도 있게 관찰한 공유주거 에스노그라피(참여관찰)가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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