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영장류 CRO 플랫폼
신물질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
글로벌 7위 규모 최첨단 시설
헬스케어산업 발전 마중물
K-바이오 성장 위한 동반자
오송생명과학단지 한가운데에는 천연기념물 제522호로 지정된 수령 500년이 넘은 모과나무가 터 잡은 ‘목과공원’이 있다. 공원 중앙에 서 있는 모과나무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라고 한다.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조선 7대 임금 세조의 부름에 서산 류씨 문중 류운이 이곳에 은거하며 자신을 이곳 모과나무에 비유하며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불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목과공원 바로 옆에는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K-바이오를 뒷받침할 대한민국 국가대표 첨단기업 키프라임리서치가 들어서 있다. 키프라임리서치는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톡스텍이 설립한 자회사다.
K-바이오 뒷받침할 국가대표 첨단기업
키프라임리서치 사옥 전경.
바이오톡스텍은 연간 1500건, 누적 3만 건 이상의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백신, 세포치료제, 건강기능식품, 화학물질 등에 대한 비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창업 초기 6평 컨테이너에서 4명으로 시작된 바이오톡스텍은 현재 영장류 비임상 CRO인 키프라임리서치, 약물 분석 CRO인 키프론바이오를 포함 연구원 약 500명 규모의 국내 최대 바이오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로아19 팬데믹 시기에는 국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러 시험을 수행했고, 코로나 이전에도 신종플루 백신과 메르스 백신, 조류독감 백신의 안전성 평가로 국가재난형 질병 확산 방지에 기여해 왔다.
키프라임리서치 모회사 바이오톡스텍 강종구대표이사. [구자홍 기자]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는 “더욱 나은 서비스와 품질로 세계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키프라임리서치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 신약 개발
비임상 GLP 시험에서 최다 인증 항목과 최다 수행 실적을 갖고 있는 바이오톡스텍이 키프라임리서치를 설립해 영장류로 연구 기반을 확충함에 따라 국내외 신약 개발 회사가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개별 사육실과 공동 사육실은 동물복지 기준이 더 까다로운 유럽 기준을 충족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도 “키프라임리서치는 영장류 1150두를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글로벌 7위, 국내 최고 영장류 비임상 연구기관”이라며 “영장류 연구시설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 백신 자주권 확립과 바이오의약품 개발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국내외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이사.
특히 영장류 시험을 위해서는 실험동물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뿐만 아니라 시험 비용도 고가여서 해외 CRO에 영장류 시험을 의뢰해야 했던 국내 신약 개발사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란 이중고를 겪어 왔다. 그러나 2021년 세계 7위 규모의 NHP CRO 플랫폼 기업 키프라임리서치가 설립됨으로써 국내 신약 개발사들의 신약 개발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신뢰도 높은 데이터 제공
강종구 대표는 “키프라임리서치는 국내 기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영장류 연구 기반을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만 특이하게 발병하는 질환 모델 개발에서부터 신물질의 효능 연구, 독성 시험까지 수행하는 국내 최고 NHP CRO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강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은 NHP 시험만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경우보다 설치류, 비설치류를 이용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먼저 평가한 뒤, 시험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 평가로 인간과 유사성이 높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치류, 비설치류 시험을 담당하는 모회사 바이오톡스텍과 영장류 실험에 특화된 키프라임리서치는 신약 개발에 있어 상호 유기적 협력 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업체들은 수백 가지 자체 후보물질을 라이브러리(Library) 형태로 보유하면서 내부 스크리닝을 통해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해 낸다”며 “신약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공인된 GLP 기관을 통해 독성과 안전성 시험을 수행하는데 이때 필요한 기관이 바로 바이오톡스텍과 키프라임리서치”라고 설명했다.
안전성 시험의 경우 고객사와 CRO가 사전 협의를 통해 물질 특성과 분석법, 투여 방법과 투여 경로, 투여 횟수와 실험동물, 병리 판독 등 시험 디자인을 확정한 후 결정된 시험 디자인에 따라 단회 시험과 반복 시험을 수행한다고 한다.
시험 종료 후에는 신뢰성이 확보된 시험 데이터와 최종 보고서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고객사는 CRO가 생산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인허가 기관에 IND(임상시험계획)를 신청한다는 것. 즉 키프라임리서치는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비임상 실험을 영장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강종구 대표는 “제네릭과 카피약, 합성의약품 위주로 성장해 오던 국내 제약 산업은 2010년대 이후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단백질 의약품과 고분자 항체의약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을 본격 개발하는 추세”라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를 타깃으로 한 ADC와 ASO 등 국내 신약후보물질의 라이선스 수출 계약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K-바이오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신약 개발 경험이 부족하고 업력이 짧은 신생 벤처기업이 많아 후보물질의 모덜리티나 작용 기전, 분석법 개발 등 기초연구가 충분하지 못해 비임상 연구 과정에 속도가 지연되거나 잦은 시행착오로 부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며 “과거보다 비임상시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앞으로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0년 글로벌 매출 상위 10위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이 5품목을 차지할 만큼 비중과 시장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품목당 매출이 100억 달러가 넘고, 1위 휴미라 매출은 204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서도 바이오의약품은 전체 의약품 대비 44%를 점유하고 연평균 13% 성장하는 고수익 분야다. 이 같은 이유로 비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영장류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영장류는 실험동물 중 인간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 서열과 대사관여 수용-운반체를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 신약의 약 75% 정도가 영장류 비임상시험을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시험용 영장류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 수출을 금지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겨 영장류 가격이 5배 이상 폭등했다. 제약·바이오업계가 영장류 가격에 민감한 이유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 실험 결과가 인간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인허가 때 영장류 시험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데 있다. 영장류 수급 문제로 CRO에서 영장류 비임상시험을 하려면 최소 2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키프라임리서치 회사 관계자의 안내로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안내를 맡은 회사 관계자는 “연구 인력과 실험시설·실험장비는 물론 시험 방법에 이르기까지 키프라임리서치는 세계 최고 수준의 GLP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세계 최고 수준 GLP 기준 충족
키프라임리서치 임상병리 Lab실.
실제 실험실 곳곳에 영장류를 대규모로 수용하고 있는데도 어디에서든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 비결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자주 들었던 ‘음압 시설’에 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사람과 동물 간 전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실험실 전체가 기압차를 이용해 실험실 내부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음압 시설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통제실에서는 실험실 각 공간마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기준에 맞게 유지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동물실험을 직접 담당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에서 물질 정보를 제공하면 그것으로 독성과 안전성, 유효성 검사를 시행한다”며 “실험실 안에서 실험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 검증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이 구현돼 있다”고 소개했다.
2021년 설립된 키프라임리서치는 2023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단기간에 GLP 인증을 획득했고, 올 3월에는 실험동물윤리에서 국제적 표준이라 하는 AAALAC 완전인증을 취득했다.
강종구 대표는 “GLP 인증과 AAALAC 완전인증은 키프라임리서치 연구 결과가 글로벌 CRO와 견줄 만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최고의 연구 서비스를 제공해 비임상 시장에서 여럿 중 하나(One of them)가 아니라 특별한 하나(Special One)가 돼 궁극적으로는 국내외 헬스케어산업 발전의 마중물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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