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이 겪은 ‘낭패’, 은퇴 앞둔 50대 직장인의 애환
연금 합쳐도 ‘현직’의 절반…내 자산 ‘맨얼굴’ 마주하기
연금 수령까지 10년 공백…퇴직 이후 삶 시뮬레이션
금융자산 활용, 연금 보조할 파이프라인 설계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은퇴한 주인공이 카센터에서 일하는 장면. JTBC 공식 홈페이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김 부장 이야기’
드라마 속 주인공인 김 부장은 사랑하는 아내와 공부 잘하는 아들을 부양하는 외벌이 가장이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직원이다. 이 작품에선 식상하고 진부한 청춘남녀의 로맨스나 폭력이 난무하는 자극적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대신 은퇴를 앞둔 직장인의 애환을 현실 고증에 바탕에 두고 실감 나게 그려냈는데, 바로 이런 점이 인기 요인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금융 유튜버로서 흥미로웠던 점을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연금’이 주는 가짜 안정감이다. 김 부장은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과 서울에 있는 자가 아파트, 그리고 나중에 받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믿고 기세등등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 퇴직 시점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다음과 같은 현실에 직면한다.
①생활비의 격차: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도 현직 시절 받던 월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음.
②고정 지출의 함정: 품위 유지비, 아파트 관리비, 경조사비 등을 따져보니 연금만으로는 ‘지금처럼’ 살 수 없다는 공포를 느낌.
둘째, 연금보다 무서운 ‘현금흐름’의 부재다. 단순히 ‘연금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달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끊기는 순간 삶이 무너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①자산가치(집값)가 오른 것만 믿고 현금흐름 만드는 공부를 하지 않았음.
②연금만으로 부족해지자, 노후를 위해 아파트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거나 무리한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
김 부장의 사례를 통해 현실 직장인들이 얻어야 할 교훈은 뒤에 상세히 정리하겠다.
2025년 5월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인구 중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하고 있거나 취업을 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 고령층(55~79세)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적으로 17년 6.6개월을 근속하고 52.9세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로 확인한 노동시장의 현실
회사를 나가는 주된 이유로는 회사의 사정(사업 부진 등)이 25%, 근로자의 건강 악화가 22.4%, 가족 부양이 14.7%를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속 김 부장도 53세에 희망퇴직을 한 것으로 나오니 이 역시 고증의 사례로 보인다. 이외에 ‘자산 유형별 보유액과 구성비, 금융자산의 운용 방법, 노후 준비 방법’ 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드라마와 통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자산의 구성 비중과 운용 방법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 부동산의 시세차익만 노리는 투자가 아니라, 월 배당이나 월세처럼 연금을 보조해 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셋째, IRP와 ISA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주는 퇴직금과 국민연금 외에 개인이 준비하는 연금 계좌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IRP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납입해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계좌다. 연금저축펀드와 운용 목적은 비슷하지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직접 납입하는 저축IRP와 회사 퇴직금이 들어오는 퇴직IRP로 구분된다. ISA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3년 이상 유지 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목돈을 만들기 위한 필수 계좌로 꼽힌다.
드라마 속에서 김 부장이 퇴직 후 혼란을 겪는 이유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객관적 데이터가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김 부장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퇴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대부분이 당황하고 미숙해 실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잘 대처하기를 바란다면 은퇴 준비를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방법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준비에도 준비가 필요
1단계: 내 자산의 ‘맨얼굴’ 마주하기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내 자산의 구성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통계자료에 따르면, 50대 가구주의 자산 중 75%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쏠려 있는데, 이는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체 자산 중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분류하고, 거주 주택 외 다른 부동산이 있다면 이를 통해 임대 수익(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 아니면 매각 후 금융자산으로 전환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부채가 있다면 부채 상환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 추후 연금 수령에 따른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2단계: 퇴직 이후 삶의 시뮬레이션
공무원이 아닌 이상 직장인 대부분은 퇴직 시기와 연금 수령 시기 사이에 10년여의 공백이 있게 마련이다. 이 공백기를 재취업으로 메울 수도 있고, 개인연금으로 때울 수도 있는데 이 시기의 경제적 압박을 줄이려면 공백 기간과 지출 금액을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물론 미래를 정확히 예상할 수 없으니 공백 기간은 예상치보다 길게, 지출 금액은 크게 설정해 계산하는 식으로 보수적 접근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먼 미래일 수 있지만 연금 수령이 시작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3단계: ‘부족분’ 계산과 파이프라인 설계
1, 2단계를 정성스럽게 진행했다면 3단계는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된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
45세 직장인 박달수(가명) 씨의 현재 전체 자산은 10억 원(부동산 7.5억 원, 금융자산 2.5억 원)이다. 퇴직 나이는 55세, 소득 공백기는 10년, 10년간 예상 지출액은 월 300만 원으로 계산해 3.6억 원이다. 박 씨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은 월 100만 원, 퇴직연금 예상 수령액도 월 100만 원이다.
거주하는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금융자산 2.5억 원을 5년 동안 잘 굴려서 소득 공백기에 쓸 3.6억 원과 이후에 월 100만 원을 연금 형태로 인출할 수 있는 자금 흐름을 마련해야 한다. 아예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1년에 최소 40%의 수익률을 5년 동안 반복적으로 올려야 한다.
올해처럼 주가가 많이 오르고 마침 주식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했어야 가능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실적으로 연 6% 정도의 수익률을 반복해서 실현한다면 55세에 대략 3.35억 원으로 불어나게 되지만 이 금액은 소득 공백기에 전부 소진된다.
이제 2가지의 선택지가 남았다. ‘부동산을 활용하거나, 개인연금을 활용하거나’다. 우리나라는 주택연금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국인에게 집은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에 연금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녀에게 물려줘야 하는 등 복합적 성격을 가진 자산이라는 점에서다.
이제 다 왔다. 만약 김 부장이 30세부터 월 50만 원씩 불입해 25년 동안 연복리 6%로 운용했다면 55세에 3.5억 원의 자산을 가질 수 있다. 또한 30~40세까지 월 50만 원씩, 40~55세까지는 월 100만 원씩 불입해서 굴렸다면 총 5.6억 원을 모을 수 있다. 세액공제로 얻는 수익은 제외했으니 결과적으로 가장 확실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방법이다.
드라마 속 ‘김 부장’이 퇴직 직후 부동산 사기를 당해 퇴직금을 날리고 부채까지 떠안는 상황을 지켜보며 씁쓸함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하더라도 감정에 심취하지 말라. 그가 당한 낭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붉은 말처럼 힘차게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자.

● 1986년 경남 마산 출생
●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 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 뱅커(PB)
● 전 골든트리투자자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 총괄이사
● 유튜브 채널 ‘박곰희TV’ 운영(구독자 수 86만 명)
● 저서: ‘박곰희 투자법’ ‘박곰희의 연금부자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