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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동북 3성의 북한 노동자들

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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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北, 중국 내 불법취업자 철수 명령…단둥 비상
  • ● 노동자 식당 운영권 놓고 북-중 갈등
  • ● 샤프란 등 한국산 제품 인기…사용금지령
  • ● 기숙사 방 한쪽 비우고 ‘절대 3인’ 초상화 비치
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2014년 여름 중국 투먼의 북한 근로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이동한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일제히 양산을 썼다.

올해 2월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불법취업자에게 전원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제부터 남의 나라에서 불법으로 거주하며 취업하는 것은 안 된다. 왜 남의 나라에서 불법으로 거류하고 있나?”라고 성토한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북한 인력송출업체가 맡아오던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 내 인력관리 대표부를 당국에서 맡기로 했다. 북한 인력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은 이런 소식을 알리며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단둥은 중국에서 북-중 교역이 가장 활발하면서 불법 취업 북한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단둥의 북한 근로자 대부분은 해외연수 비자 또는 친인척 방문 비자로 들어와 불법으로 취업했다. 불법취업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취업 비자는 1년 기간인데 비해 해외연수 비자나 친인척 방문 비자는 1년 미만의 단기 비자여서 비자 갱신을 위해 주기적으로 북한을 다녀와야 한다. 합법적인 취업이 아니다보니 북한 당국에 갖다 바치는 일종의 ‘근로 세금’도 없지만 급여도 낮다.

2012년 상반기 해외연수 비자로 단둥에 들어온 북한 인력은 대체로 3년간 월 900위안(한화 약 16만 원)을 받고 일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투먼(圖們)과 훈춘(琿春) 등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북한 근로자가 3년간 월 1300위안(약 23만 원)~1400위안에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인건비가 낮은 편이다. 이처럼 급여가 낮은 이유는 불법취업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단둥 공안 당국에 로비를 해야 해서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단둥에서 북한 인력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전했다.

‘자본주의 물’ 빼는 정신교육

북한 당국은 불법 취업을 금지한다면서 대표적인 불법 취업의 사례로 단둥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를 특정해 지목했다. 북한 근로자 460여 명을 고용한 이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해결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이 훈춘에 ‘합법적으로’ 인력을 보내는 것이다. 훈춘에서 북한 인력 5000명 고용을 목표로 대규모 의류공장 건설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단둥에서 철수할 불법 북한 근로자 상당수는 이 공장으로 가기를 희망한다.



북한은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1회 근무에 최장 3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1년에 한 차례씩 비자를 연장해 최장 3년까지만 중국에서 일할 수 있고 이후에는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 3년을 기준으로 정한 이유는 뭘까. 북한 인력을 고용한 한 인사의 분석이 흥미롭다. 요약해 전하면 다음과 같다.

해외에 처음 나온 북한 근로자들은 첫 1년은 한국 사람과 제품에 대해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갖는다. 2년이 되면 한국 사람이나 제품이 북한에서 교육받은 것처럼 나쁘지 않고 우수하다는 것에 감탄한다. 3년째가 되면 한국 제품을 최고로 여긴다. 이렇듯 3년가량 중국에 체류하면 해외 문화에 물들기에 북한으로 불러들여 ‘자본주의 물’을 싹 빼내는 정신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다시 해외 근로를 내보낼 때도 재교육을 철저하게 한다.

그동안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관리는 북한 인력송출업체가 맡아왔다. 능라도 대성 등의 인력 송출업체에서 나온 이들이 중국 정부나 업체를 상대로 북한 인력 파견과 관련한 실무를 진행해온 것. 이들은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시에 대표부를 마련해 일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기능을 능라도 대성 같은 업체가 아닌 북한 당국이 직접 맡기로 한 것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당국 주도로 중국 파견 근로자를 손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중 간 인력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화 확보 차원에서 그동안 눈감아주던 불법 취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역에서 제조업 분야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측에 인력 송출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중국 처지에서 북한 인력은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다. 시키는 일을 묵묵하고 성실하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손재주 또한 우수하고 이직 우려도 낮다. 툭하면 힘들다며 이직을 일삼는 제조업 분야 중국인 노동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 당국 처지에서는 불법 취업을 합법 취업으로 양성화하면 ‘근로 세금’에 따른 당국의 수입도 크게 늘어난다. 이를 잘 알게 된 북한이 해외 파견 근로자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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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YTN 기자 |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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