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 동안 두 정권은 우리 체제에 대안적인 실험을 했다. 세금을 늘리고 경제활동에 대한 기업규제를 심하게 해 자본주의의 근간인 사유재산권을 흔들었다. 이 생각의 뿌리가 바로 ‘좌파이념’이다. 여기에 민족주의까지 합세했다.
시사평론가 복거일씨는 지난 10년간 정권이 가졌던 이념은 ‘민족사회주의 이념’이라고 못 박는다. 그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이런 대안적 체제실험에 대한 국민의 단호한 심판이었다”며 “다수의 시민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리인 자유주의 이념과 자본주의 체제를 충실히 따르려 애쓴다는 것을 선거를 통해 표현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념은 믿음이다. 중요한 것은 새 정부 사람들이 얼마나 올바르고 굳센 믿음을 가졌느냐 하는 점이다. 새 정부가 표류하는 것은 비록 총론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갖고 있다 해도 각론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날 영국을 이끈 마거릿 대처를 새삼 주목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대처는 한마디로 믿음의 정치인이었다. 그는 모든 불행의 씨앗을 정부와 남에게 돌리는 ‘남 탓 심리’가 ‘영국병(病)’의 원인이라 보고 이를 ‘자기 탓’으로 바꾸는 정신혁명을 이뤄냈다. 그리하여 영국은 눈부신 변신을 했다. 총리 재임 기간 11년 동안 영국병은 말끔히 치유되고 번영과 성장을 구가한 것이다.
대처의 정치인생은 정치가에게 ‘이념’과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자유시장경제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
대처는 옳은 것을 밀고 나갈 줄 아는, 현대 역사에서 몇 안 되는 신념의 정치가였다. 옳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제 한 말이 오늘 다른 숱한 정치인에게 익숙한 우리로서는 신념이 먹히는 정치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보인다. 대처는 정치야말로 모두의 삶을 한 단계 향상시키고, 그 기반이 되는 ‘정신혁명’을 가능케 하는 가장 훌륭한 자선(慈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역시 여성으로서 한계를 느낀 적이 많았다. “여자의 몸으로 총리는커녕 재무장관도 어렵다” “모든 여성 정치인은 2류이고 대처는 여성인 데다 경험도 경량급”이라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다. 그 스스로 “내 생전에 영국 정치 무대에서 여성 총리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낙심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설정한 한계를 스스로 깼다. 그렇다고 그가 여성운동가적 면모를 보인 적은 없다.
그는 ‘성(性)차별’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잡화점 딸이 영국 정계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는 그 자체만도 충분하며, 여성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1979년 4월 총선 때에는 대놓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여성운동 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남녀 구분 없이 인간은 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입니다.”
‘여성’을 부각하고 ‘여성’을 강조할수록 여성은 피해자요,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페미니스트들에겐 인심을 잃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남성 우월주의자들에게 여성도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 됐으니 이보다 더 큰 여성운동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