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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섹스 좋아한다 어쩔래?”

파란만장 性체험기 ‘이기적 섹스’ 펴낸 은하선

“그래 나 섹스 좋아한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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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나름대로 성(性)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졌다고 여겼다. 세계적인 성학자 홍성묵 교수 등 수많은 성전문가와 교류하고, 섹스에 대해 남다른 가치관과 경험을 가진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하며 쌓은 ‘내공’을 믿었다. 그런데 이 여자를 만나고 모든 게 무너졌다. 나 역시 ‘남근 중심 사상’에서 못 벗어난 한 마리 수컷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 나 섹스 좋아한다 어쩔래?”
표지부터 야릇하다. 남자 성기 모양의 네온사인이 달린 ‘Moving Sex Shop’ 트럭이 그려져 있고, 제목 양쪽에 정액이 분출하는 것 같은 이미지도 자극적이다. 부제도 도발적이다.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됐다’라니. 최근 출간된 ‘이기적 섹스’(동녘)란 책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용은 파격적이다. 중학생 시절의 첫 경험 등 파란만장한 성 체험과 새로운 시각의 섹스관(觀)이 ‘정말,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성기=나 자신’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고추 달린 놈’들에게 너희들의 섹스가 뭐가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질타한다. 이런 발칙한 책을 낸 은하선(필명 · 27)이란 여자가 궁금했다.

그를 만나러 서울 마포구 상수동 골목길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걸스타운이라는 비스트로 바를 찾았다. ‘걸스타운’, 이름부터 남다르다. 은하선 씨가 운영하는 건 아니고 친구가 하는 걸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게 귀퉁이에 ‘은하선의 빈 공간’이란 이름으로 자신이 소장한 여성용 섹스토이를 전시하고 있다. 60개쯤 됐다. 대부분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들이라고 한다. “돈이 꽤 들었겠다”고 하자 “구입비용을 다 합치면 최고급 명품백 하나는 사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

▼ 딜도든 바이브레이터든 어차피 기능은 그게 그거 아닌가.



“비슷한 것 같아도 제품마다 다 다르다. 진동의 강약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실리콘 성능에 따라 감촉이 다르다. 어떤 건 푹신하고, 또 어떤 건 겉은 부드러운데 안은 단단해서 압박감이 다르다. 손에 쥐는 그립감도 차이가 있다. 질적인 차이도 있고,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그가 바이브레이터 몇 개를 꺼내왔다. 컵케이크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는 섹스 기구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예쁘고 귀엽다. 전체가 실리콘으로 돼 있어 모든 부분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란다. 다이아몬드 모양도 있다. 케이스도 고급스럽다. “케이스를 열 때 프러포즈 받는 느낌이 들어 좋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흘렀다.

끝이 살짝 갈라진 제품도 눈에 띄었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용도인 듯했다. “손에 쥐는 느낌이 좋다”고 해 만져보니 부드럽고 폭신했다. 끝에 짧은 빨대 같은 게 달린 기구도 있다. 구멍에 새끼손가락을 대자 살짝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클리토리스를 빨아들이며 자극한다고 했다.

▼ 팔기도 하나.

“전시만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서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전시해놓은 것들 중에 우리나라에 아직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물건이 많다. 그래서 아쉬워하는 분이 많다. 독일로 돌아가면 구매대행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 독일에 살고 있나.

“대학 졸업하고 지난해 유학을 떠났다. 지금은 잠깐 들어온 거고 9월 말에 돌아간다.”

바이브레이터 찾는 노인들

▼ 섹스토이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고등학생 때부터. 그때도, 지금도 내 꿈은 여성 전용 섹스숍을 만드는 거다. 섹스숍은 내게 꿈같은 곳이다. 대학교 다닐 때 섹스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 기구들도 열심히 닦아놓고, 리얼돌에게 정성껏 화장도 해줬다.”

“그래 나 섹스 좋아한다 어쩔래?”
▼ 섹스숍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

“가게가 동대문 대로변에 있고 매장도 커서 손님이 많은 편이었다. 주로 할아버지들이었다. 커플은 두세 쌍, 여자 혼자 온 경우는 딱 한 명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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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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