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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 현대화는 무의미 아파트에 답이 있다”

‘건축예술가’ 서현 교수

“전통건축 현대화는 무의미 아파트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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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 현대화는 무의미 아파트에 답이 있다”
김호기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뉴욕은 거대한 공부 현장이지 않았나요? 맨해튼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도시사회학에서도 자주 다루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서현 1년 정도 살면 떠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진짜 좋다는 느낌이지요. 유명한 건축가들이 학교를 방문하니까 활자 속 인물이 아니라 자연인으로 직접 보게 된 게 매력이 컸죠.

김호기 학위를 마친 다음 곧 귀국했습니까.

서현 한국에 돌아오기 전 코네티컷으로 가서 4년 정도 설계사무소에서 일했어요. 서울로 돌아와 큰 설계사무소에서 2년 정도 일한 다음 개인 사무소를 냈습니다. 그때가 외환위기 직후라 일이 없어서 신문에 글을 쓰면서 돈을 벌었어요. 2년 후인 2000년 한양대 건축학과로 왔어요.

김호기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을 묻다’ ‘빨간 도시’ 등 건축에 관한 좋은 책을 펴냈습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고요.



서현 책을 쓴다는 것에는 건축가와 건축을 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게 건축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의도가 담겼어요.

김호기 자신의 대표적 건축물로는 어떤 것을 꼽는지요.

서현 제주도 해심헌이죠.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아름다운 제주 7대 건축물’ 중 하나로 꼽혔어요. 2007년 준공한 주택이에요.

김호기 경북 김천 상공회의소와 효형출판 사옥도 서 선생의 작품이지요?

서현 앞으로 좋은 건물을 많이 설계해야죠.

김호기 건축이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서현 20세기 들어와 건축에서 중요한 세 가치를 공간·기능·예술에서 찾았는데, 좀 딱딱한 표현이지만, 공간을 통해 인간의 생활을 재조직하는 작업을 건축이라고 규정할 수 있어요.

건축으로 사회를 바꾼다?

김호기 건축은 한편에서 실용적인 목적을 갖지만, 다른 한편에선 예술 작품이기도 합니다. 건축과 예술, 건축과 문화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서현 건축을 예술로 보는 것은 범주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술이 무엇인지가 규정된 게 18, 19세기부터인데, 이때 건축이 예술 범주에 들어가 있었어요. 건축이 문화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의 물음은 건축이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의 질문일 텐데, 한국 아파트가 이슬람 아파트와 다른 것처럼, 건축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 조직되는 방식이 구현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변화가 있었어요. 20세기 들어와 소극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고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건축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건축가들의 시도가 나타났어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의 가치죠. 1910년대부터 인간의 삶을 재조직하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대안을 건축이 제시한 겁니다.

김호기 사회학에서 말하는 문화에는 생활양식과 의미 추구 두 가지가 있어요. 전자의 생활양식은 다시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로 나뉘는데, 건축은 전형적인 물질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후자의 의미 추구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서 선생이 말한 게 크게 공감이 가요. 문화에선 역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가 중요해요.

서현 1910년대부터 그로피우스가 이끈 바우하우스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등이 건축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를 주장해요. 건축이 사회를 수동적으로 좇아가는 게 아니라, 건축을 통해 능동적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본 거죠. 이에 관해 다양한 토론이 있었지만 사회에 대한 건축의 관심을 환기한 것은 매우 중요했어요.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디컨스트럭티비즘 건축이 등장했어요. 참신한 시도였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김호기 광복 이후 우리 건축의 흐름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요.

서현 한국 현대 건축의 역사는 일천해요. 전통 건축이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해요. 기와지붕과 같은 한옥을 더는 지을 수 없어요.

김호기 서울 은평구 진관사 앞에 있는 한옥마을에 한번 가봤어요. 현대화한 한옥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현 한옥은 지금 생활상과 안 맞아요. 전통 한옥은 노비가 있는 것을 전제로 지은 가옥이에요. 지금 가족 구조와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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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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