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명의 사형수를 만나고 또 떠나보냈어요. 대부분 ‘흉악범’이라 불렸지만, 그들은 자신을 마수처럼 날뛰게 했던 욕망과 집착을 놓아버린 후 가장 순결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죠.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큰 이유는 사형이 그들이 선한 본성으로 돌아가 새 삶을 살게 할 기회조차 없애버린다는 데 있어요.”
5년 전 김씨는 사형수들과의 인연을 글로 쓸 결심을 했다.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물질문명의 해악과 오욕으로 상처 입은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집필한 글은 2003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5월말에는 그의 가슴에 가장 ‘아린’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형수 9명의 이야기를 담은 저서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을 펴냈다.
“가느다란 희망의 줄이 되고자 나섰는데, 오히려 그들이 내게 희망의 동아줄이 돼줬다”는 김씨. 그는 자신의 글이 사형제 폐지에 일조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