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전도사’로 잘 알려진 허동화 관장이 한국의 전통 가재도구들을 환경 설치미술로 살려낸 ‘새와 같이 살자’展을 열었다. 11월22일 서울 논현동 한국자수박물관 지하1층 컨템포갤러리에서 개막된 이 전시회는 ‘환경운동가 허동화’를 선언하는 첫 무대다. 소줏고리, 고무래, 청동 수저, 밧줄, 대패…. 주위에 버려진 흔한 생활도구들이 허 관장의 손을 통해 정겨운 장식품으로 태어났다.
“10여 년 전쯤, 일본 히로시마에 초청 전시회를 하러 갔다가 재일교포의 책상 위에 놓인 오브제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죠. 나무 조각으로 만든 새였는데, 어찌나 탐나던지…. 문득 내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인 재료로 더 멋진 걸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데요.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작품이 전문가의 호평을 얻는 걸 보며 자신을 얻었습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우리 옛 보자기 수천점을 수집, 그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허 관장은 “조각천을 아름답게 재활용한 보자기야말로 환경운동의 대표 선수”라고 강조한다. ‘환경작품 수집가’에서 어엿한 ‘환경 작가’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문화 안보(安保)’의 시대, 전통 문화의 명맥을 잇고 보자기로 환경운동을 일군 그에게서 청년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