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기(28)의 첫인상은 뭐랄까. 기름이 쫙 빠진 뒤의 담백한 느낌이었다. 키 173cm의 늘씬한 모델 출신 탤런트의 몸매에서 빠질 기름이 있을까마는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다소 불안한 듯하던 눈빛도 착∼ 가라앉은 듯 보였다.
알고 보니 그는 탤런트 선배이기도 한 아버지 조재훈씨가 간암으로 투병하는 2년 동안 외부활동을 끊고 간병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한시라도 뛰지 않으면 잊히는 게 연기자의 운명이다. 그도 연예계의 이런 생리를 모를 리 없었으리라.
아픈 만큼 성숙한 것일까. 복귀한 뒤 찍은 첫 드라마 ‘무적의 낙하산 요원’(SBS)에서 ‘은수정’ 역을 선보이자 그는 “가벼운 모델 이미지를 벗고 진중한 탤런트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병상에 계신 아버지께서 미세한 부분까지 코치를 해주셨어요. 시선이나 대사의 억양 처리에서 어색함을 털어낸 것도 아버지 덕분이죠.”
아버지의 병세엔 아직 차도가 없지만, 아버지가 연기자 생활을 하며 뿌려놓은 후덕한 인심과 세심한 배려 덕분에 조향기는 미끄러지듯 연예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