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돌아온 IT ‘전도사’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

“꽃 키우고 잡초 뽑는 ‘벤처 정원사’ 되겠다”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01-08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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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1 지방선거 이후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세간엔 끊임없이 ‘잠재적 대권후보’라는 말이 돌았지만, 막상 그는 고향에서 터를 닦고 있었다. 유망한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 노하우도 조언하는 ‘투자보육센터’를 차린 것. 그는 변화가 거의 없는 한국 대기업 리스트에 ‘신규 진입자’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돌아온 IT ‘전도사’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
    ‘진대제 펀드’라고 불리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PEF) 1호가 2006년 12월 중순부터 공식적인 투자활동을 개시했다. 이 펀드는 진대제(陳大濟·55)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백두산 천지(天池, Sky+Lake)에 육성(Incubate)+투자(Invest)의 영문이니셜을 합했다. 복잡하지만 뜻을 세우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모펀드의 규모는 200억원대.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진 대표가 투자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한 달 만에 200억원이 모였다. ‘진대제’라는 이름을 보고 수십억원을 베팅한 기업인들도 있다고 했다. 진대제 펀드 1호는 두 차례 더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어서 운영자금은 300억∼4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IT업계는 벌써부터 그가 ‘찍을’ 기업이 어딘지 잔뜩 기대하고 있다.

    “벤처생태계 복원하겠다”

    진 대표는 2006년 한 해에만 무려 네 개의 명함을 만들었다. 정보통신부 장관, 열린우리당 경기도지사후보,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석좌교수,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이사. 그런데도 언론은 여전히 그를 여권의 대선후보군(群)으로 분류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 진대제’ 시절은 거의 잊은 듯 보였다. ‘새로운 꿈’에 푹 빠진 사업가라고 할까. 인터뷰 중 간간이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진 대표와의 면담을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 전공 분야로 돌아온 셈이네요.



    “요즘 엄청 바쁩니다. 여기가 무슨 복덕방 같아요.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거든요. 투자해달라는 분도 많고, 회사를 차리려는데 코치 좀 해줄 수 없겠냐는 분도 있어요.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들고 와서 저에게 품평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몇 마디 칭찬을 해주면 큰 격려가 됐다며 흐뭇해하죠. 좋은 IT기업 많이 육성해서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게 제 꿈이었어요. 이번에야말로 그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이 무지 재미있습니다.”

    ▼ 회사 이름에 ‘육성(育成)’이란 의미를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어요. IT업체들의 기본적인 현황도 솔직히 몰랐어요. 정통부 장관할 때 조금 깨달았죠. 외국에서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저더러 한국의 우수한 IT기업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삼성 LG SK나 KT정도만 얘기해줬어요. 아무리 많이 잡아도 번듯한 곳이 10개 업체가 안 돼요.

    한국 벤처기업의 역사가 15년쯤 됩니다. 그 사이에 개구리가 알을 낳고, 부화하고, 어떤 건 죽거나 도태됐어요. 그럼 개구리를 닮은 올챙이라도 몇 마리 있어야 정상인데, 온전한 개구리(대기업)로 성장한 게 몇 개나 됩니까. 벤처 생태계가 이미 파괴된 것이나 다름없어요. 민간에서 자발적인 힘으로 벤처를 창업한 게 아니란 얘깁니다. 정부가 지원하다보니 돈은 많았죠. 그러나 어디에 투자할지를 몰랐어요. 어디든 투자는 해야 하니까 ‘묻지마 투자’로 흐른 겁니다. 미국에선 이런 행태를 ‘스프레이 앤 프레이(Spray · Pray, 돈 뿌리고 나서 잘되기만 기원하는 전략)’라고 비난합니다.

    제가 정부에서 일할 때 뛰어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옥석을 가릴 만한 정보력도 약하고, 자칫하면 세금을 낭비할 것 같아 못 했어요. 무엇보다 제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잖아요. 자기 돈이어야 절박함과 책임을 느끼지 않겠어요?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털사 인사들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갖고 투자유치설명회도 열었는데 그저 의례적인 행사로 끝났어요. 이걸 보고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다르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어요.”

    ▼ 회사의 모델로 삼은 기업이 있습니까.

    “35년 전 미국에 세워진 KPCB라는 회사가 있어요. 아마존, 선, 구글, 야후, 베리사인, 진앤테크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IT기업 대부분이 거기서 자금을 조달하고 초기 육성 및 상시 경영자문 서비스를 받았죠. 그 회사는 스스로를 ‘선린관계와 벤처캐피털사(社)’(Relationship · Venture capital company)라고 표현합니다. 투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반영한 것이죠.

    큰 틀에서는 KPCB와 비슷해요. 세부적으로 보면 우리가 좀더 적극적인 경영서비스를 한다는 점이 좀 다를 거고요. 예를 들면 우리 회사 전문가들이 투자한 회사에 직접 나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을 겁니다.”

    ▼ 옥석을 가린다지만 투자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든 것 아닙니까.

    “기존의 벤처 캐피털 회사들이 하지 못했던 걸 해보려고 합니다. 투자를 해서 기업을 키우는 것은 물론 때로는 투자를 하지 않아 죽일 수도 있어요. 화단에 비료와 물을 왕창 뿌리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먼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랍니다. 그건 솎아줘야죠. 솎아주는 것도 우리가 할 겁니다. 그 의미는 시간에 쫓기는 무리한 투자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아니다 싶은 기업은 철저히 외면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 직원들도 일부러 ‘당장은 돈 없어도 생활하는 데 지장 없는 사람들’로만 구성했죠(웃음).”

    ‘반도체 대기업’ 구상 중

    이 회사엔 IT실무 및 금융 법률 분야에서 임원 혹은 파트너로 일하는 4명의 부사장이 포진해 있다. 진 대표와 부사장들은 5·31 지방선거 후, 두 달쯤 지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기투합했다.

    최승우 부사장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에서 소니-에릭슨, LG-노텔 등 굵직굵직한 IT업체의 인수·합병(M·A)에 참여했다. 박상일 부사장은 피츠버그대 전자과 교수를 거쳐 삼성전자 전무로 벤처사업팀을 총괄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전자공학 박사인 이강석 부사장은 삼성전자 연구원을 거쳐 인텔 한국본사의 초대 연구개발센터장을 맡았고,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이응진 부사장은 최근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부사장은 M·A와 세법이 전문분야다. 진 대표는 곧 삼성전자 및 노키아 출신의 임원급 인사, 해외 유명 투자은행 재무책임자를 몇 명 더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핵심기업 몇 개를 키우는 걸로 끝납니까, 아니면 그 이상의 계획이 있습니까.

    “과도한 경쟁이 지금 IT업계의 문젭니다. IT 분야에 국내 중소기업이 비교적 많이 진출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미래 생존과도 직결돼 있어요. 예컨대 휴대전화 만드는 회사가 10년 전만 해도 전세계에 200여 개가 있었어요. 지금은 50개로 줄었죠. 그나마도 상위 5개 기업이 95%의 시장을 장악하고 나머지 기업들이 고작 5%를 놓고 싸우고 있어요.

    우리의 목표는 견실한 중소 IT업체를 선택해 투자하고 육성해 1차적으로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겁니다. 그 다음 이들 간의 M·A를 통해 대기업으로 육성할 겁니다. 지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만 해도 한국에 6300개가 있지만, 매출 300억원 넘는 곳이 30개밖에 없어요. 99% 소기업의 운명이 암담합니다. 누군가 정리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외국의 벤처캐피털이 중국을 제쳐두고 한국 벤처기업을 도와줄 리도 만무합니다. 코스닥시장의 수익률도 낮은 판에 그런 천사 같은 투자회사가 나타나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죠. 미국 IT기업 ‘구글’이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아 세계 최대의 IT기업이 됐듯 이런 기업이 한국에서 나온다면 국내 기업의 생존판도가 확 달라질 겁니다.”

    ▼ 구체적으로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이 있습니까.

    “몇 군데로 압축했어요. 늦어도 1월말까지는 발표할 겁니다. 그중에는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도 있고, 반도체 관련기업도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 회사에 반도체 전문가가 많으니까, 향후 퀄컴(Qualcomm)이나 마벨(Marvell)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을 키워보고 싶은 욕망도 있어요.”

    진 대표는 사모펀드에 관한 법 규정상 업체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계적으로 ‘뜨는 사업’이다. 한국의 ‘싸이월드’나 미국의 ‘마이스페이스닷컴’이 대표적인 곳. 그가 찍은 곳이 궁금했지만 참기로 했다.

    돌아온 IT ‘전도사’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

    IT업계로 컴백한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 요즘 ‘가장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 ‘IT 대기업’을 만들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겠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큰 것 아닌가요.

    “반도체 기업을 하나 만들려고 해도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 정신이 필요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1등과 2등을 제외하면 돈을 벌기 힘든 시대예요. 앞으로 가로, 세로 1cm짜리 반도체칩이 상상 가능한 모든 정보를 집약할 텐데,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첨단기술이 필요하겠습니까.

    개별 업체로 흩어진 상태에서는 기술사용에 필요한 지적재산권 도입이나 관리만 해도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같은 IT분야라도 기술보다는 영업력에 강점이 있는 업체가 있는데, 이런 업체도 따로 떨어져서는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부가가치는 훨씬 커집니다.

    ‘반도체 대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펀드를 운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대기업 같은 위험부담을 함께 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정비용 지출이 많은 설비분야 기존 업체들과 제휴하는 게 서로 ‘윈▼ 윈’할 수 있는 방법이고요. 아직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구도가 짜인다면 동부, 하이닉스 같은 업체와 공통분모가 생길 여지도 충분하겠죠.”

    목표수익 5년내 3배?

    ▼ 융합이란 주제는 미디어업계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구글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군으로 분류하는 전문가도 있고요. 미디어에 투자할 의향은 있습니까.

    “우리의 핵심역량을 발휘할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야 출자자들이 맡긴 돈을 제대로 키울 수 있지 않겠어요? 미디어의 테크놀러지가 아닌 콘텐츠 부분이라면, 온라인게임 분야엔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영화나 방송용 콘텐츠 분야의 진출은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소프트웨어, 반도체, 통신, 콘텐츠 분야에서 기술력과 해외진출 가능성 차원에서 경쟁력이 높은 10개사가 최종 투자처 후보로 올라있다고 했다. 코스닥상장 종목과 중견기업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 인수·합병(M·A)이란 게, 한국 정서상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M·A에 대한 시각 자체가 좀 경직돼 있죠. 그걸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가 몇 가지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합니다. 한국의 벤처기업은 코스닥 상장이 굉장히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상장도 못하고 실적도 좋지 않을 경우엔 퇴출 말고는 비상구가 없어요. 미국 벤처기업은 나스닥에 상장되는 비율이 5% 남짓입니다. 나머지 중 절반은 큰 회사에 합병되면서 생명을 이어가죠.”

    가장 궁금한 것은 ‘진대제 펀드’의 목표 수익률. 이에 대해 진 대표는 “사모펀드 규정상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귀띔한 바에 따르면 목표 수익률은 해외 최상위 벤처캐피털사의 수익률인 연 평균 25% 정도. 뜻대로 된다면 5년 뒤엔 초기 투자금의 3배가 된다. 최근 3년간 국내 최상위권 창업투자사의 연 평균 수익률은 20%대다.

    화제를 정치 쪽으로 슬쩍 돌렸다. 당초 진 대표는 정치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궁금한 것 몇 가지는 빠뜨릴 수 없었다.

    ▼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했지만, 패배했는데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큰 충격이었습니다. 쉬면서 처음 겪어본 ‘정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패배도 그렇지만, 제가 여태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별로 해보지 않고 살았는데, 이번에 엄청나게 많이 했거든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를 얻으려면 유권자에게 필연적으로 빚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의 빚뿐이 아닙니다. 선거 때는 각종 민원을 안 들어준다고 할 수 없잖아요. 일단 하겠다고 하죠. 기업에선 약속했으면 어김없이 지켜야 하는데, 거기선 ‘너 죽고 나 죽자, 나중에야 대충 어떻게 통하지 않겠냐’고 하죠. 제 성격하고는 맞지 않더라고요.”

    ▼ 선거 이후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서민경제회복위원회를 만들며 위원장을 좀 맡아달라고 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압니다.

    “예. 그게…, 선거 끝난 지도 얼마 안 됐고, 또 당에서 그런 제안을 한 게 대통령의 뜻하고는 거리가 있잖아요. 제 처지에서 대통령과 각이 서는 듯한 일을 하기는 좀 그랬습니다.”

    “빚지는 게 정치”

    ▼ 언젠가 정치를 ‘창의적인 분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대중 정치라는 게 준비가 안 된 보통사람이 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선출직을 하려면 본인도 좀 대중적으로, 뭐랄까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어려운 사람과도 공감하고 부닥치고, 봉사활동도 하고….

    경제 외교 환경 등 모든 분야의 갈등요소에서 접점을 찾고, 그 접점이 본인의 가치, 나아가 시대정신과 맞아야 제대로 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도자가 되면 새로운 정책이든 이념이든 강한 추동력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 점에서 정치를 창의적이라고 말했던 겁니다.”

    지방선거 이후 줄곧 여당의 ‘잠재 대권후보’로 이름이 올랐던 진 대표는 최근 국가정보원장 유력 후보로도 거론됐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내부 승진은 곤란하다”고 말한 것과 그에 앞서 진 대표를 국정원 특별강연 연사로 초청해 각별한 관심을 보인 정황이 증폭돼 나온 것. “김승규 원장이 진대제를 민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 대표는 “금융가 ‘찌라시(정보지)’에 비슷한 이야기가 실렸다는 것을 나중에 듣긴 했지만 정식으로 원장직을 제의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 사업을 시작하긴 했습니다만, 여당에서는 계속 진 대표에 대한 ‘대권후보 옹립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거 정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신문에 이름 나오는 것 빼달라고 했다던데요. 저는 지금 가장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있다보면 제 이름도 신문에서 곧 사라지겠죠. 허허….”

    진 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30년 만에 처음으로 푹 쉬어봤다고 말했다. 회사를 차린 시점은 2006년 10월12일이고, 한국정보통신대학교의 석좌교수로 나가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한 달 전쯤이라고 하니, 그가 쉰 날은 100일 남짓하다.

    ▼ 쉬면서 뭘 했습니까.

    “두어 달까지는 책도 보고, 해외 선교단을 따라 외국에 나갔다 오고 그랬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데요.

    손주들 보는 재미는 각별했어요. 친손녀가 이제 10개월입니다. 외손자는 태어난 지 2주밖에 안 됐고요. 예전에 아들 딸 키울 때랑 또 다른 즐거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바깥일에 정신이 없어 애들 귀엽고 예쁜 모습을 제대로 못 봤어요. 대신 아프고 그러면 걱정할 일은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손주들은, 일단 그런 아픈 상황 같은 건 걔들 부모가 다 책임져야 하고 저는 즐겁게 같이 놀기만 하면 되니까 참 좋더라고.”

    진 대표는 요즘 짬짬이 애플사의 MP3인 ‘아이포드’에 미국 인기 드라마 ‘로스트, 시즌3’을 다운로드받아 본다고 한다. 미국 방송분을 거의 실시간으로 본다는 뜻이다. ‘아이포드’는 다운로드 방식이 국산 제품과 달라 20∼30대도 수월하게 조작하기 쉽지 않은 디지털 기기다. 그는 “이것에 재미가 붙어서 TV는 거의 안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못 말리는 ‘IT 전도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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