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긴급조치 4호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무효이고, 피고인의 행위도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피고인은 유신 헌법을 비판하고 독재 정권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은 후 큰 고난을 당했다. 당시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진실로 사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인이 1970년 ‘사상계’에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시 ‘오적(五賊)’을 게재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는 법정 최하한형인 징역 1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을 증명할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법리상 한계 때문에 유죄 판단을 유지한 점을 양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재판 후 소회를 묻자 김 시인은 “아무 생각 없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며 무표정하게 답했다. 이어 “오적 사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풍자시를 쓸 수 없었는데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점이 아쉽다”며 “앞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고에서) 27억 원씩 받고 도망간 여자도 있는데 사형선고 받고 얻어터진 김지하가 몇 푼 받아서야 되겠느냐. 30억 정도는 돼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시인은 오적 필화 사건 선고유예에 불복해 1월 8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