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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명 코스모스를 찾아라’

대통령 의전 숨은 2인치

‘코드명 코스모스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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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존중이 첫째

의전의 바탕은 상대 문화 및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출발한다. 지구상에는 190여 개국이 넘는 나라가 다양한 문화, 다양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의전 관행도 있지만, 문화권별로 독특한 것도 있다. 예컨대 우리의 경우 집 안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다. 의전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빈들을 배려하는 자세, 외빈의 입장에서는 지역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나 관습이 다르다는 것은 그 사회나 국가가 추구하거나 갖고 있는 가치가 서로 다름을 의미한다. 어느 나라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어느 나라는 술을 안 마시는 등의 차이가 있다. 소를 우상시하는 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쇠고기로 만든 요리를 대접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나라에서 온 손님에게 술을 대접하는 것은 결례 중에도 큰 결례다.

2007년 4월 이라크 말리키 총리 방한 시 이라크 측은 대통령 주최 만찬이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상호 건배 제의를 하지 말자고 요청했다. 술 대신 사전에 준비한 사과 주스도 건배하는 사진에는 술로 비칠 수 있으므로 자국 내 보수적인 이슬람교도들에게 비판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날 만찬은 건배 제의도 없이 밋밋하게 시작됐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1999년 4월 이란 지도자로서는 20년 만에 프랑스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란 정부가 공식 발표한 표면상의 이유는 ‘양국 간 일정에 합의하지 못해서’였지만 실제 이유는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 측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찬석상에 포도주가 오를 경우 자리를 함께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금주’를 규정한 이슬람 율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프랑스 측은 ‘외빈이 초청국의 문화 관습을 따르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불쾌한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상호이해 부족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2001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할 당시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this man”이라고 호칭, 한국 언론에서는 미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무시했다고 호되게 비판한 적이 있다. 호칭에 민감한 우리 문화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이해 부족과 미국의 캐주얼한 문화 차이에서 생겨난 에피소드였다.

문화와 의전

우리가 속한 문화권이 아닌 경우 이른바 상식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따라서 좀 더 세심한 의전을 위해서는 그 나라의 전통과 습관들을 미리 확인하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우리의 경우 감사의 뜻으로 전하는 카네이션이 프랑스, 러시아 등지에서는 장례식에 주로 쓰인다. 또 멕시코인에게는 노란색 꽃, 브라질 사람에게는 자주색 꽃, 일본 사람에게는 흰 꽃이 죽음을 상징한다.

중국 사람들은 ‘우산’이라는 말이 이별을 뜻하는 말과 발음이 같아 우산을 선물하지 않는다. 또 종이 달린 것은 ‘끝내다’ 또는 ‘죽음’을 상징하는 ‘終(종)’을 연상시키므로 괘종시계를 선물하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은 칼이 관계의 단절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선물하지 않는다. ‘죽음’을 연상시키는 흰색 종이로 선물을 포장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중동지역 국가의 경우 국가 의전행사 때 여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드물며, 모스크에서 예배를 보는 장소도 남성과 여성의 공간을 엄격히 구분한다. 반면 서구문화에서는 여성에 대한 우대가 특별하다. 서구의 의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여성 존중(lady first)’에서 유래된 측면도 있다. 이처럼 지역별, 나라별로 상이한 의전 관행과 문화를 이해해야 좋은 관계를 일궈나갈 수 있다.

상호주의 원칙

의전은 또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상호주의는 상호 배려의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내가 배려한 만큼 상대방으로부터 배려를 기대하는 것이다. 즉 의전에서는 국력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가 1대 1의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 한국 대통령이 상대국 방문 시 국빈으로 성대하게 대접을 받았다면, 그 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우리 측도 이와 유사한 의전상 예우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자국 대통령의 해외방문 때 의전상 소홀한 점이 있었다면 외교경로를 통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기도 한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2006년 4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환영식장에서 중국의 국가 명칭을 ‘People´s Republic of China’가 아닌 ‘Republic of China’로 부른 것이라든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때 파룬궁 여성의 돌발시위 등을 막지 못한 것이 중국의 불만을 자아냈고, 미국 측은 이를 해명하느라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전상 결례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전, 사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해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상호주의가 항상 등가로 작용되는 것은 아니며 엄격히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다. 상호주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 대통령이 중동국가를 방문하면 영빈관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국가에서 제공하는 호텔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최고급 호텔에 PRS(Presidential Suite)를 포함, 여러 개의 최고급 객실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이 경우 엄격한 상호주의는 오히려 우리에게 지키지 못할 짐이 되기 때문에 ‘상호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Reciprocity will not be applied in the same way)’는 전제를 상대국에 미리 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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