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 통일전선사업부(한국에서는 통전부 혹은 통일전선부라고 하는데 고유명칭은 통일전선사업부가 맞다)에서 근무하다 2004년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탈북자다. 그리고 나는 오늘 서울에 온 지 4년 만에 내가 그 일부에 관여했고 전 과정을 지켜본 오익제씨 납치사건을 세상에 공개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이 사실을 공개하는 데 4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그동안 국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특수신분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위반되는 어떤 증언도 공개적으로 할 수 없도록 통제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북한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몇 차례 북한에서 일어난 대형사건을 익명의 육필수기 형식으로 ‘신동아’ 등에 기고한 바 있고, 외국 언론과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정권의 권력구조나 실상에 대해 증언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노무현 정부 동안 공식적인 불이익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국에는 월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오익제씨가 실제로는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던 것은, 이 사건의 성격이 익명으로 전달할 경우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사건에 대한 내 증언의 신뢰도를 증명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실명으로 증언할 그날을 기다려온 것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 특히 일부 북한 전문가들까지 북한의 통전부를 남한의 통일부와 비교하곤 한다. 과거의 통일부와 달리 현재의 통일부는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를 전담하는 공식 채널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그러나 내가 일했던 북한의 통전부는 ‘통일외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시스템을 철두철미하게 적화통일 차원에서 역이용하는 이중적인 기능의 부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화나 교류도 대남공작의 연장선에서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대남공작 부서다.
특히 통전부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체계적이면서도 종합적인 거대 남한 연구 전문조직과 기술적인 심리전 부서들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토대해 대화와 협상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적화정책의 두뇌부서이기도 하다. 또한 남한 내 친북·좌익 조직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반을 통해 남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남한에 공작원을 침투시키는 방식에 의존하는 35호실이나 대외연락부가 못하는 일을, 통전부는 남한 내의 친북좌익들을 동원해 때로는 공격적으로 수행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