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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MB’ 선봉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권 전략

‘원칙(박근혜) 對 원칙(김문수)’의 대결구도 만들자!

‘반(反)MB’ 선봉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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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정치와 행정의 경계를 서슴없이 넘나든다. 언뜻 보면 자치행정에 필요한 발언인 것 같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노림수가 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넘어
  • 2012년 대권을 염두에 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반(反)MB’ 선봉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권 전략

김문수 경기도지사.

일찌감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된 김문수 경기지사의 발걸음은 빠르고 거침없다. 정치권에선 그의 말 한마디를 모두 ‘차기’와 연결지어 판단한다. 이완구 충남지사 등 ‘안티(Anti) 김문수 세력’도 나타났다.

김 지사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립하는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독설을 퍼붓고 있다. ‘수도권 규제 철폐’가 그의 대표적인 요구 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른 지방 경제 침체를 우려한 비수도권의 반발에 부딪혀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이란 명분도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급기야 정부는 ‘선(先) 지방 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를 지방정책의 기본 틀로 제시했다.

“MB와 차별화하려면 빨리 해야”

그러자 김 지사는 “배은망덕한 정부” “대학을 못 짓게 하는 것은 공산당도 하지 않는 짓”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상궤를 넘는 발언”이라며 경고를 보냈지만 “기업을 못살게 군다”는 등 오히려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을 겨냥해 “균형발전론은 대통령의 오만” “나와 경기도가 대통령에게 속은 기분”이라고 했다.

김 지사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 지사는 대선 이전부터 ‘친(親)이명박계’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김 지사는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함께 이 대통령 측의 중진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 지사가 차기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전선을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 주자로는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김문수 지사가 꼽힌다. 박 전 대표는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된다. 정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회의 등을 통해 현안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많아졌다. 반면 경기도지사는 정치적 목소리를 낼 기회가 거의 없다. 묵묵히 도정(道政)만 살펴서는 경기 지역 언론에 가끔 소개되는 정도가 전부다. 김 지사도 “국회의원 때보다 인지도가 더 떨어졌다. 여기(경기도) 있으니까 신문이나 TV에도 잘 안 나온다”고 했다.

‘김문수의 총선’은 실패작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면 빨리 해두는 것이 좋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 임기 초반에 이 대통령과 확실히 차별화하는 것이 2012년 대선 레이스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잠한 이때 김 지사는 ‘2000만 수도권의 대변인’으로 자신이 상징화되는 것이 나쁠 게 없다고 보는 듯하다”고 했다.

여권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국회 내 ‘김문수계’ 형성에 나섰다가 사실상 실패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 지사 측 후보는 선거구가 51개인 경기도에서만 1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부분 김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등으로 데리고 있었던 그의 참모 출신이다. 경기도 사정에 밝은 당 관계자는 “김 지사가 알게 모르게 노력한 측근까지 합하면 20명도 넘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김문수계 후보들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당선된 사람은 김 지사의 보좌관을 지낸 뒤 김 지사 지역구를 물려받은 차명진 현 한나라당 대변인(경기 부천 소사)과 김 지사의 지구당 사무국장 출신인 임해규 의원(경기 부천 원미갑) 정도였다.

이처럼 차기를 염두에 두고 원내에 지지기반을 확보하려 한 구상에 차질이 생기자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수도권을 결집시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지사가 목소리를 높이자 여권 내에 동조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수도권 출신이다. 공성진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전여옥 의원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김 지사의 말이 맞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서울·경기의 초선 의원들은 김 지사의 문제 제기 이후 ‘연구 모임’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의 ‘도발’과 비슷한 시점에 40여 명의 현역 의원으로 발족한 당내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돕기 위해서”라는 것이 참여자들의 주장이지만 정가에선 ‘이재오계 모임’이란 시각이 많다. 김 지사의 측근인 차명진·임해규 의원은 이재오계로 분류되면서 이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지사가 최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자 ‘범(汎) 이명박 진영’에 소속돼 있던 일부 의원들도 덩달아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8월28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 뒤풀이에서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김문수 지사와 관련된 미묘한 분위기로 읽힐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시 술자리에는 정몽준 최고위원, 차명진 대변인, 윤상현 대변인 그리고 일부 출입기자들이 함께했다. 윤 대변인은 ‘친박근혜’ 몫으로 대변인을 맡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성격이 털털한 차 대변인이 “김문수 만세”를 외치자 윤 대변인이 “김 지사보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낫다”고 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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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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