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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여야 대선주자들 ‘글로벌 전략’ 全無

대기업 비난할 자격 없다

이명박과 여야 대선주자들 ‘글로벌 전략’ 全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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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위 무역 대국이지만 세계에 관심이 없고 남이 뒤에서 뭐라고 하건 괘념치 않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개념이 없는데 ‘전략’이 있을 리 없다. 나름의 국가전략이 없지는 않은데, 고작해야 내 살길을 모색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신세 진 세상 사람들에 대한 고려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로지 ‘나’뿐이다. 한반도 남단에 오글오글 모여 사는 사람들 말이다. ‘나’가 위대한 것은 맞다. 식민지 시기와 전쟁을 거치면서 초토화된 나라를 이 정도까지 끌어올린 국민은 아직까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위대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통상국가 맞지?

한국은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낼 잠재력을 지닌 나라일 것이다. 강대국 가운데 과거에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었던 나라는 없다. 미국 정도가 식민지에서 독립했다고는 하지만 제3세계 나라가 당한 것하고는 비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미국은 그 이후 지금까지 패권 국가였다. 아시아의 강대국인 일본과 중국도 제국주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전통의 선진국 문명이 여전히 지구를 뒤덮고 있지만 이들이 만든 문명은 이미 한계에 봉착해 붕괴하고 있거나 붕괴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식민지를 경험한 대다수 나라의 희망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3세계 출신의 국가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 같은 초우량 글로벌 기업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 고유의 대중문화를 아시아로 세계로 확산시키는 나라도 한국 외엔 없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제3세계 어떤 나라에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스스로 핵무장을 영구히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제3세계의 여러 나라가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이유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이들은 궁금해한다. 한때 식민지였던 나라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Pride of Asia’를 훌쩍 뛰어넘어 ‘Pride of World’가 되어야 한다는, 정작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인식하지 못한다. 백인의 짐(The White mans burden). 정글북으로 유명한 루디아드 키플링이 1899년에 쓴 시다. 처음에 이 말은 서구제국주의의 도덕성을 상징하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나중엔 부담을 기꺼이 져야 한다는 명분으로 곳곳에 개입해 이익을 편취하는 행동을 상징했다. 한국이 이를 답습해선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 반대로 가야 한다. 다른 나라가 우리로부터 물고기 잡는 방법을 원한다면 그것을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한국은 통상국가로 살아가는 것 외에 별다른 생존법이 없다. 통상국가로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선, 그러니까 소위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리기 위해선, 우리의 상품을 사주는 고객 국가들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이 취해야 하는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 있다고 본다.

이를 실천하는 일을 개개인 차원에 맡겨선 안 된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청와대와 행정부 내에서 누군가 이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외교관 가운데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할 법도 한데, 정작 이들이야말로 개도국 지위 고수를 자기들의 대단한 치적이라도 되는 양 홍보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이것이 애국이라는, 시대에 동떨어진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외교관은 행정부 내에서도 국제사회의 변화에 오히려 둔감하고 관습 위에 안주하며 권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공직자로 인식되고 있다.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들을 비롯한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대권주자 중 누구도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글로벌 전략을 밝히기는커녕 국제적 이슈와 관련해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이들의 시선은 오직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할 따위가 표를 가져다 줄 성싶지 않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선진국 내지 무상 복지국가로 만들겠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그것이 어떤 모습의 나라일 것인지, 어떠한 방법으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비전을 전혀 내놓지 않는다.

대기업이 글로벌 전략의 선구자

글로벌 전략은 로컬 전략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내 전략과는 다른 맥락에서 따로 만든 전략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전략과 국내 전략이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내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과 무관할 수 없다. 글로벌 전략은 사회가 지키려고 하는 내재적 가치의 맥락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글로벌 전략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미국 사회의 일반가치를 담고 있다. 세계의 대다수 국가가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것을 지킬 만한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미국의 가치를 받아들여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체제를 만들어온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제 우리만의 가치, 우리 사회의 일반가치를 다듬고 새로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전략은 대외 전략이자 대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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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국제도시가 됐다. 2008년 11월 5일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외국인들이 미국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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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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