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 17개월 만에 친박(親朴) 몰락” “여 당권 비주류 손에”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에 선출된 것을 전하는 신문 1면 제목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여러 번 각을 세웠고 김기춘 대통령실장을 공개 비판했다. 여권은 박 대통령에 냉랭해진 여론이 여당 대표 경선 결과에도 영향을 줬다고 본다.
박 대통령의 7월 중순 지지율은 40% 초중반. 세월호 사건 이전 60%를 상회하다 상당히 떨어졌다. 그러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사석에서 걱정을 토로한다. 대구 출신 A 의원은 “인사 파문으로 날을 지새웠다.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북 출신 B 의원은 “눈물의 대국민담화를 했지만 일이 진척되는 게 없다. 죽을 쑨다”고 했다.
“조언은 무슨…야당 되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황태순 황태순정치컨설팅 대표로부터 보수진영이 박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봤다. 윤 전 장관은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일 때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다. 여권 사정에 밝은 내부 관계자 C씨도 인터뷰했다.
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지금 위기인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는 끝난 거 아닌가요? 더 이상 기대할 게 뭐 있나요? 한때 일했던 친정이라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지금은 스스로 정한 자숙기간”이라며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짧은 코멘트 속에서 “끝난 거 아닌가?”라는 더없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이상돈 명예교수도 “보수진영이 박 대통령에게 전례 없이 실망한다”고 말했다.
▼ 지금은 보수의 대위기라는 시각이 있는데요.
“위기는 결과죠. 원인을 따져봐야죠.”
▼ 원인이 뭔가요?
“뻔한 것 아닙니까? 도덕적 타락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부정부패에 입을 다물어요. 공직 후보들은 줄줄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왼쪽에 문창극(총리 후보), 오른쪽에 김명수(사회부총리 후보) 두고 국정운영을 하려 했으니 그런 결과가 나오죠.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그 수준을 보여준 거죠.”
▼ 보수정권의 재창출도 어렵다고 보나요?
“보수가 다시 집권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두 번 만에 종 친다고 봐야죠. 더구나 박 대통령도 거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이 명예교수에게 “그래도 박 대통령이 참고할만한 조언을 하나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사례를 말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역사의 종말’의 저자인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논객입니다. 그러나 2008년 대선 초반 ‘공화당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자격이 없다’고 단언했죠. 이어 오바마 민주당 경선 후보를 지지했어요. 후쿠야마는 ‘공화당은 앞으로 4년 내지 8년간 야당이 되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것이 무의미하며 야당이 되어 직접 느껴보는 게 낫다는 뜻. 김종인·이상돈 두 사람은 ‘개혁적 박근혜’의 아이콘이었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보수도 권위주의 질색”
황태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 파기 △4차원 인사 △허약한 정책 집행력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잃었다고 봤다. 보수 성향 사람들은 신뢰성, 합리성, 추진력 같은 가치들을 좋아하고 박 대통령이 이런 가치에 부합하는 줄 알았는데 최근 급격히 실망한다는 것이다.
▼ 박 대통령은 보수 성향 대통령이 분명한데요. 보수진영에서 보기에 박 대통령은 보수의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 중 어디에 더 가깝게 서 있나요?
“대선 때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면서 새로운 변화를 암시하는 듯했어요. 막상 집권 후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줬죠. 구체적 징후는 인사에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국가권력의 무능, 부패, 무책임한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