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일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한다고 발표한 후 거세게 항의하는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
“일요일(6일) 새벽에 만났다. 종로구 인사동에서 새벽 2시 30분쯤. 광주에서 올라오는 길인 것 같았다.”
▼ 기 전 부시장이 만나서 뭐라고 하던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마음을 (불출마 쪽으로) 상당히 정리하고 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데 얘기 끝에 스스로 미련이라도 없게 하려고 그랬는지 ‘나라도 출마하면 안 되겠느냐’는 뉘앙스로 묻더라. 그래서 내가 단호하게 얘기했다. ‘형, 당 지도부 한두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불공정한 공천을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 둘 다 죽습니다. 형과 나 사이의 23년 개인적 인연은 차치하더라도,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들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렸습니다. 제발 잘 판단해주세요.’ 동민이 형은 나와 만난 뒤 고민 끝에 당 지도부에 ‘불출마 통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자 동민이 형에게 온갖 압박을 가하고 갖은 얘기로 협박했다고 들었다.”
▼ 어떻게 압박하고 무슨 말로 협박을 했다는 건가.
“그건…. 나보다는 기동민 선배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 당에서 결정한 전략공천을 기 전 부시장이 거부했어야 한다고 보나.
“기 선배가 애초 출마를 선언한 ‘광주를 지키겠다’는 초심을 지켰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동민이 형의 출마를 막고 나선 것이 아니다. 당 지도부의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공천에 항의하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달라고, 다시 논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루만 보류해달라
▼ 8일 재보선 출마 선언 이후 기 전 부시장에게서 연락이 왔나.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 만났나.
“‘나중에 보자’고 했다. 이번 일로 상처받은 지역 주민과 당원, 가족을 만나는 게 먼저다. 14년 동안 지역에서 동고동락한 당원과 주민에게 현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동민이 형을 잘 아는 가족도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당 지도부가 무능한 것은 알겠는데, 동민이 형마저 왜 그래’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주말(12~13일)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뵈려고 한다.”
▼ 전략공천 결정을 전후로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로부터 연락은 없었나.
“연락은 무슨…. 당 대표실에서 농성할 때조차 한 번도 안 온 분들이다.”
▼ 전략공천 결정에 앞서 사전에 별다른 언질은 없었나.
“최고위원회의에서 기 선배를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 선배와 얘기해볼 테니, 하루만 결정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그냥 발표를 밀어붙이더라.”
▼ 당에선 기동민을 전략공천한 이유로 ‘경쟁력’을 꼽았다.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떻게 경쟁력을 조사하더라도 내가 앞설 자신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당 지도부에 보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당시 여당에서 거론되던 김문수, 김황식 등 어떤 후보가 나와도 내가 경쟁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당 지도부의 무모한 결정에 동의해주다니…. 지금도 왜 기 선배가 독박을 뒤집어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공천권을 가진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결정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번 전략공천은) 철저하게 민심을 거스른 결정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뿐더러, 당원의 뜻도 거스른 결정이다. 당권을 쥐고 있다고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당원이나 국민이 그 같은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겠나. 정당은 국민 세금과 당원의 당비로 운영된다. 그런 정당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면 최소한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는 것이 원칙과 상식에 맞는 일이다. 대표실에서 농성한 이유가 ‘허동준에게 공천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민주적 절차를 지켜달라,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달라는 호소였다. 대화를 단절하고는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독재정권 방식 아닌가. 7·30 재보선 결과에 상관없이 안철수, 김한길 두 대표는 국민과 당원의 기대를 저버린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 당 지도부가 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하던 기 전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더니 이번에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했다.
“점입가경이란 이런 경우에 쓰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국정원 댓글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 ‘외압’을 폭로한 당사자를 재보선에 공천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권 전 과장은 양심과 소신을 갖고 외압을 폭로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대한민국 양심의 표상과도 같은 분을 여야가 대립하는 정쟁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것이 옳은 일일까. (권 전 과장이)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겠나. 왜 자꾸 이런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리는지 안타깝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한 뒤 새누리당은 ‘국정원 댓글사건 외압 폭로의 대가로 권 전 과장을 공천한 것’이라며 ‘정치적 사후뇌물죄’까지 거론하며 정치 공세를 폈다. 7·30 재보선은 여권에 악재가 많아 야권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정운영의 총체적 난맥상과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 그리고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부적절한 인선 책임론 등이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상에서였다. 그러나 동작을 전략공천 파동에 권은희 전략공천에 대한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재보선 판세는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