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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갚는 천사’ 아라우부대 180일 기록

“참전 용사께 대하여 경례!” “고마워요, 한국”(6·25 참전 노병)

‘은혜 갚는 천사’ 아라우부대 180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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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군과 함께 부르던 아리랑, 지금도 불러
  • ●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 보은(報恩) 파병
  • ● 필리핀 초등학교, 일장기 대신 태극기
  • ● 태풍 피해 주민 “한국 영원히 기억할 것”
‘은혜 갚는 천사’ 아라우부대 180일 기록

아라우부대 장병이 6월 24일 필리핀 레이테 주 타클로반 시에서 복구작업을 하기 전 한국전 참전용사인 도밍고 라가스에게 보은의 경례를 하며 예를 갖췄다.

도밍고 라가스(88) 씨는 6·25전쟁 때 국군과 함께 부른 ‘아리랑’을 지금껏 기억한다. 64년 전 2600㎞ 떨어진 나라에서 터진 전쟁에 포병 장교로 참전했다. 한국 민요를 부르는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중공군 공세 탓에 후퇴할 때 이 노래를 불렀다. 유엔(UN)군이 없었다면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는 없을 것이다. 아무 것도 없던 폐허의 나라가 부자 나라가 돼 필리핀을 돕는다. 참전은 일생의 자랑이다.”

라가스 씨는 필리핀 레이테 주(州) 타클로반 시(市)에 산다. 한국이 필리핀에 T-50(고등훈련기)을 수출하는 것, 일본과 갈등을 빚는 것을 알 만큼 한국 소식에 밝다. 필리핀은 6·25전쟁 때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파병했다. 169명이 불귀의 객이 됐다(사망 112명, 실종 57명). 229명이 다쳤다.

베라르미노 필리핀 8사단장은 “7420명을 파병했다. 부대 명칭은 한국탐사대(Philippine Expeditionary Forces to Korea)다. 8사단 예하 3개 대대가 최전선에서 공산군에 맞섰다”고 말했다.

라가스 씨는 “내가 속한 대대 병력이 1000명인데, 전우 수십 명이 이제껏 살아남았다. 잊지 않고 노병(Old Soldier)을 찾아줘 고맙다. 한국군이 은혜를 갚고자 왔다는 게 더욱 기쁘다”면서 웃었다.



국군은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피해 복구를 돕고자 12월 27일 레이테 주 동부지역에 아라우부대(필리핀합동지원단)를 파병했다. ‘아라우’는 현지어로 태양, 희망이라는 뜻이다.

아라우 부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로 정비를 비롯해 도시 기능 회복을 도운 것. 긴급 구호 활동을 하면서 1월부터 학교 병원 관공서를 1주일에 한 곳꼴로 재건했다. 팔로(221㎢)·타나완(78㎢)·톨로사(23㎢) 시 29곳에서 건물 개축 및 보수 공사를 완료했다(7월 1일 현재). 직업학교 운영, 무료 급식, 한글학교 운영, 무료 진료 활동도 펼친다.

합동참모본부 윤용권 중령은 “아라우부대는 육·해·공군 및 해병대 280명으로 짜인 합동파병부대로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보은(報恩) 파병이자, 유엔이 아닌 재해 당사국 요청을 받아 인도주의 목적으로 파병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7000명 사망, 110만 채 붕괴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타격한 태풍 하이옌(海燕·바다제비) 탓에 레이테 섬은 쑥대밭으로 변모했다. 관측 사상 가장 센 태풍(순간 최대 풍속 379㎞)이 7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가옥 110만 채를 파괴했으며 이재민이 390만 명에 달했다.

6월 23일 하늘에서 내려다본 레이테 섬의 집과 토지는 거칠어져 못쓰게 된 게 태반이었다. 방파제가 아직도 부서진 채로 파도를 맞았다. 폭풍해일 탓에 육지로 밀려온 대형 선박에는 이재민이 살림을 차렸다. 휘어져 녹슨 철골이 을씨년스럽다.

집 잃은 이는 움막을 연상케 하는 나무집을 짓고 산다. 유니세프, 유엔난민기구(UNHCR)가 제공한 천막으로 비바람을 막으면서 삶을 버텨내는 이도 많다. 뿌리째 뽑히거나 허리가 잘려나간 야자나무가 살풍경(殺風景)하다.

권두영 아라우부대 공보과장(소령)의 설명이다.

“타클로반 항(港)에 해군 함정을 댄 후 처음 상륙했을 때는 건물 잔해와 쓰레기더미가 지역 전체를 뒤덮어 이동조차 불가능했다. 한동안 길을 내는 일과 재건 활동을 병행했다. 현재는 도로 전기 수도가 70%가량 회복됐다.”

초대형 태풍은 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는 참전 용사 라가스 씨의 집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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