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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통일대박론’은 1층 안 짓고 2층 짓겠다는 것”

원로 언론인·정치인 남재희가 본 대통령들

“박근혜 ‘통일대박론’은 1층 안 짓고 2층 짓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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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美 카터 정부 홀부르크의 ‘박정희 제거론’과 10·26
  • ● 노태우 북방정책·전작권 환수 추진은 시대 흐름 순응
  • ● YS가 하나회 척결 안 했다면 노무현 때 일 났을 수도
  • ● 現 야당 집권하려면 DJ의 연대전략 배워야
  • ● MB는 싱거운 사람… 철학이 없었다
  • ● 참모들이 받아 적기만 하는 건 만화 같은 일
“박근혜 ‘통일대박론’은 1층 안 짓고 2층 짓겠다는 것”
193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언론인, 정치인으로 살면서 역사의 격랑에 몸을 맡겼다. 1952년 서울대에 입학해 의대 2년을 마치고 법대로 옮겨 1958년 졸업한 후 언론계에 투신했다. 조선일보 정치부장,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지냈다. 이승만 정권 반대 시위에 앞장섰다. 1979년 10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서울 강서구에서 공화당 공천으로 당선돼 13대까지 4선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참여했으며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정계 의원 중 가장 먼저 김영삼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정계를 떠난 후에는 진보진영 인사들과 소통하면서 진보적 담론을 강조해왔다.

동아시아가 요동한다. 오바마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이 충돌한다. 정경유착 자본주의를 뒷배로 삼은 러시아 푸틴의 동진(東進)도 요란하다. 아베의 일본도 편 가르기 연대, 셈법 외교에 혈안이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집단은 넋 나간 이념을 손에 쥐고 도발을 일삼는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기민한 것도 아니다. 주변 정세가 급변하는데도 “통일은 대박”이라는 식의 설익은 수사만 난무할 뿐 국가미래전략에 대한 논의가 빈약하다. ‘신동아’와 미래전략연구원이 2015년 연중기획으로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를 시작한 까닭이다.

국가미래전략을 올바르게 세우려면 현대사를 이끌어온 역대 대통령의 공과(功過)와 관련한 역사적 교훈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첫 순서로 남재희 전 장관을 선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1월 26일, 12월 4일 서울 중구 관훈클럽에서 그를 두 차례 만났다.

이승만과 김구의 엇갈린 행보



▼ 역대 대통령의 공적과 허물 중 교사(敎師)로 삼을 것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것을 국가미래전략과 연관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것부터 여쭤보겠습니다. 현대사의 대표적인 가정적 질문입니다만,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범 김구 선생이 협력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면 친일파 문제와 관련한 논란 등을 극복해 지금보다 더욱 통합적인 사회가 구성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현대사의 거인인 두 인물이 합작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또한 두 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신동아’ 편집장을 지낸 손세일 전 국회의원이 내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쓴 ‘이승만과 김구’라는 책이 10권 넘는 시리즈로 나와 있습니다. 손 전 의원이 이승만 박사와 김구 선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철두철미하게 연구했습니다. 팩트 조사를 철저하게 했는데, 해석은 다른 문제입니다.

두 인물을 평가할 때 광복 후 미군이 남한에 진주했다는 팩트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승만 박사는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김구 선생은 ‘국부 중국’에서 활동했어요. 젊은이들은 잘 모를 텐데 ‘장제스(蔣介石) 중국’을 국부 중국이라고 합니다. 국부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중국’과 내전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미군이 38도선 이남에 진주하면서 모든 게 결정된 겁니다. 진주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점령한 것이지요. 이 박사와 김구 선생의 라이벌전은 그날로 끝난 겁니다.”

▼ 그렇더라도 두 분이 힘을 모았다면….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두 분 다 훌륭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인호 KBS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의 공로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더군요. 독립운동만 했지 대한민국과는 무관하다? 그건 궤변입니다. 김구 선생도 이승만 박사처럼 신탁통치를 반대했습니다. 반공, 반탁을 한 겁니다. 두 사람은 ‘남한만 선거하는 게 옳으냐’ ‘북한과 대화 노력을 해본 후 선거하는 게 옳으냐’는 절차적 문제를 놓고 다툰 것입니다. 김구 선생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뿌리가 아닐 수 있습니까.”

美 뉴딜러가 주도한 토지개혁

▼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강조해 현대사를 해석하는 이들은 김구 선생을 깎아내리는 반면 김구 선생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을 폄하합니다. 두 진영의 다툼이 지금껏 현실 정치와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거듭 말했듯 두 분 다 훌륭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그런 편파적인 논법을 지양해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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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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