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협상을 이끄는 한국 대표는 외교부의 박노벽 대사다. 그는 한국 원자력계의 조력을 받아가며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 등과 4년째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나머지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도무지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에 우리 속을 보일 수도 있어 기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역작용을 낳았다. 미국으로부터 재처리 동의를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조성된 것. 미국은 어떤 경우든 한국에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니 이 짐작은 옳다. 유엔은 ‘P-5’로 불리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에만 군사용 핵무기 제조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안 돼요, 돼요, 돼요…”처럼, ‘긍정의 노(No)’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협상에서 박 대사는 무엇을 어떻게 챙겨왔는가. 이를 살펴보려면 원자력의 A to Z를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박 대사를 앞세워 한국 원자력계가 받아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기폭장치 개발이 핵심
우라늄은 자연계에 있는 원소 가운데 가장 무겁다. 우라늄에는 우라늄 232에서 238까지의 동위원소가 있는데, 이 중 가장 많은 것이 우라늄 238이다. 숫자 238은 질량을 나타낸다. 우라늄 238은 전체 우라늄에서 99.3%를 차지하기에, 우라늄의 질량은 238로 통칭한다.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0.7% 존재하는 우라늄 235다. 234 등 나머지는 ‘너무너무 적어’ 따로 카운트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핵폭발이라고 말하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235다. 중성자는 수소를 제외한 모든 원소의 핵에 들어 있는 입자다. 이 중성자가 우라늄 235를 때리면, 우라늄 235가 깨지면서, 품고 있는 중성자 2~3개를 내놓으며 강력한 열을 낸다. 우라늄 235는 핵이 분열되면서 에너지를 내기에, 원자력을 ‘핵분열 에너지’라고 하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우라늄 235는 절대 핵분열을 하지 않는다. 농도를 높이는 ‘농축’을 해줘야만 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0.7%에 지나지 않는 235의 비율을 7%→17%→77% 식으로 농축하다보면 재밌는 현상이 발견된다. 90% 이상 농축하면 20kg만 있어도 핵분열하지만, 30%대 농축에서는 수십 t이 있어야 한다. 농축도에 따라 결정되는 핵분열 질량을 ‘임계질량’이라고 한다.
핵무기는 미사일에 올려야 하니 90% 이상으로 농축한다. 그런데 이 우라늄은 20kg만 있어도 바로 핵분열하니 문제가 된다. 적국(敵國)에 날아가서가 아니라 농축하는 나라에서 터져버리는 것. 따라서 임계질량이 되지 않도록 잘게 쪼개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 미사일이 발사돼 적국에 도달했을 때 합체해, 핵분열하게 하는 것이다.
자국에서 다룰 때는 임계질량에 이르지 못하게 하고, 적국에 도달할 때만 임계질량이 되게 해주는 장치를 ‘기폭(起爆)장치’라고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100만분의 1초 이내에 기폭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 시간을 넘기면 이 핵탄두는 핵무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핵분열을 해 방사성 물질은 뿌리지만, 위력이 한참 미달하는 ‘더티 밤(dirty bomb)’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