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최고위원회라는 게 최고 의결기구잖아요. 대외적으로는 당의 정치적인 대표 기구죠. 최고위원과 원내대표까지 해서 9명인데, 사실 당 대표가 이 자리에서 모든 당무에 대해 일상적으로 토론하고 결정한다는 게 시간적으로 불가능해요. (당 대표) 비서실장이나 당무위원들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소통 기능을 해줘야 해요. 대표는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다녀야죠. 그런데 이게 제대로 잘 안 됐어요. 문 대표나 우리 당의 한계였다고 봐요.
기자 문 대표가 당내 분란이 예상되는데도 왜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다고 봅니까.
주승용 (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 시켜놓고 ‘공천에 관여 못하게 하겠다’? 그건 무슨 의미예요, 그런 사무총장 뭐하러 합니까. 사무총장이란 우리 당의 모든 조직과 당원을 다 관리하고 재정권까지 가진 실무 책임자예요. 공천에 관여시키지 않는다고 관여 안 할 수가 없어요. 막말로, 친노가 공천 관여하려면 대표하고 사무총장만 차지하면 돼요. (문 대표가) 다 그래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정책위의장이 공천하고 뭔 관계가 있습니까. 그러면 정책위의장과 조직부총장 등 나머지는 (비노에) 다 줘서 당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문 대표나 친노는 ‘정책위의장은 잘하니까 유임시키자’는 둥 왜 그렇게 작은 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노영민 공천 과정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아요. 총선 때는 공천심사위원장을 사무총장이 하지 않고, 외부 인사를 앉혀요. 사무총장은 거기서 간사 구실도 못해요. 총선 공천심사를 할 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있어요. 정량평가는 전략홍보본부장, 정성평가는 조직부총장 담당이에요. 오히려 이 두 자리가 더 중요합니다.
주승용 지금까지 조직부총장은 원외위원장이 다 맡았는데, 그 지휘권을 사무총장이 갖고 있잖아요.
노영민 그러니까 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정책위의장과 조직부총장 등 추천권을) 이미 다 줬어요. 추천하라고 그랬대요. 이 원내대표가 이미 추천한 사람도 다 있는데, 발표 시점만 늦춰달라고 해서 (문 대표가) 늦추는 거랍니다.
그리고 문 대표는 원래 사무총장을 최재성 의원으로 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어요.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외압과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집행하려면 그럴 만한 추동력을 가진 사람이 적합해요. 차기 지방선거에 나가거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어 한번 쉴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추천받았는데 다 거부했어요.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게 최재성 카드였던 거죠. 20대 총선 불출마 의향이 있었던 사람이니까. (불출마 여부는) 본인의 정치적 신의의 문제니까 그건 나중에 보면 알 테고.
기자 노 의원 말씀처럼 문 대표가 비노 측에 다 양보했다면 주 최고위원께도 복귀할 명분이 생긴 것 아닌가요.
주승용 저는 당무를 거부한 게 아니라 사퇴한 거잖아요. 복귀하면 내가 ‘공갈’ 친 게 되는데, 하하.
노영민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호남 민심? 실망 넘어 절망”
주승용 우리 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대단히 중요하잖아요. 수도권에 있는 호남 사람들이 의외로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더군다나 저는 호남을 대표하고 호남에 지역구(전남 여수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쪽 민심을 많이 알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당에 대한 거부감이 무지 많아요. 특히 문 대표와 친노에 대해. 거의 반반이에요.
정청래 의원이 6개월 당무정지 받았으니까 저더러 당에 들어가서 문 대표에게 쓴소리도 하고 협력도 하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반대로 문 대표와 같이 가지 말고, 심지어 그만두라(탈당하라)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호남 민심에 귀를 기울여서 그걸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에요. 당이 분당될 때 분당되더라도 다시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당을 살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제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명분을 주는데도 제가 다시 안 들어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일단 사퇴해서 어렵습니다. 문 대표는 틈만나면 ‘기득권 내려놓겠다’ 말로만 하고 있어요. 그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