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7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긴급 최고위원회의 끝난 지 3일밖에 안 됐다. 계속 유 원내대표 보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받아쳤다. 김 최고위원이 재반박하려 하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 회의 끝내” 하며 나갔다.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은 “김태호 저 XXX가…”라고 욕을 했다.
몇몇 언론은 김 최고위원이 돌출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알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분간 인터뷰를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7월 2일 일에 대해 말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자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다음 날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말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의 언론 인터뷰 자제령 등 김 최고위원의 상황이 이해됐다. 하지만 그의 발언 중엔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 적지 않아 일부를 게재하기로 했다.
진실게임의 비극
▼ 그날 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인 6월 29일 비공개 최고회의 때 여러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에게 ‘잘잘못을 떠나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유 원내대표는 두 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 하더니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 ‘최고위원회에 내 사퇴 문제를 거론할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어요. 대답이 딱 그거였어요.”
김 최고위원에 따르면 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숙고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 적이 없고, 사퇴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으며, 회의 이후 사퇴 반대 의원들이 세력화하기에 7월 2일 다시 사퇴를 촉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원유철 의장이 ‘며칠도 못 참고 해도해도 너무한 요구를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진의를 왜곡해 이를 재반박하려 했다는 것이다.
▼ 김무성 대표는 “중복·삼복 발언은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는데요.
“대표도 ‘그만하라’고 말한 다음엔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라고 말했어야죠. ‘회의 끝내’라고 한 것은 부적절하죠. 내가 돌출행동을 한 것으로 비쳐지게 됐습니다.”
▼ 대표 비서실장이 최고위원에게 욕을 했는데요.
“당 대표 모시는 처지에서 대표가 화내며 나갔으니까 뭐 그렇게 했는지 모르지만…당시까지만 해도 유 원내대표 체제 유지, 그 부분도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느냐….”
▼ 그때까지도 김 대표가 사퇴와 유지, 두 개를 같이 봤다?
“뭐. 그렇게 이야기한 거예요. ‘대표께서도 이쪽저쪽 이렇게 눈치 볼 때가 아닌 것 같다. 빨리 결단 내려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가 직접 전한 거예요.”
▼ 김 대표가 평소 회의를 민주적으로 주재합니까.
“평소 정당민주주의 신념도 강하고.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거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에 초점을 두셨죠. 그래서 그날은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 제가 볼 땐 당 대표가 돌출했지. 제게 발언 기회를 줬어야 공평한 거죠.”
▼ 진실게임이 하나 있는데요. 5월 28일 밤 유 전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청와대의 뜻을 알고도 통과시킨 건가요, 아니면 청와대의 뜻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건가요.
“허허허. 이런 진실게임을 해야 하는 게 우리의 비극이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해진 수석 원내부대표에게 전화해 ‘공무원연금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은 안 된다’고 말했어요.”
조 부대표는 이병기 실장에게 ‘직접 유 원내대표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이 실장과 유 원내대표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얼마 뒤 이 실장과 유 원내대표가 연결됐다”고 말했다.
▼ 이 실장과 유 전 원내대표가 통화를 했네요?
“통화했지. 이 실장은 유 원내대표에겐 ‘공무원연금법이 안 되더라도 국회법은 안 된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국회법은 안 된다’고만 말했대요. 어찌됐든 청와대는 ‘국회법은 안 된다’는 의사를 유 원내대표와 조 부대표에게 직접 전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