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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밀영·혜산 6500㎢ 관광벨트 “南 투자, 관광객 없이 성공 어렵다”

北 관광당국이 작성한 백두산 국제관광특구 계획

삼지연·밀영·혜산 6500㎢ 관광벨트 “南 투자, 관광객 없이 성공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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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베개봉에 스키장, ‘백두산 체육촌’ 단장
  • ● ‘백두산관광철도 돌격대’ 철도공사 투입
  • ● 초현대식 호텔·쇼핑가로 관광객 유치
  • ● “성과 못낸 경제특구 전철 밟을 소지 커”
삼지연·밀영·혜산 6500㎢ 관광벨트 “南 투자, 관광객 없이 성공 어렵다”
백두산은 북한의 이른바 ‘혁명 성지’다. 김정은은 2013년 11월 측근들과 백두산 삼지연을 찾았을 때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언론은 장성택 숙청 직전 양강도 삼지연군에 모인 이들을 ‘삼지연 8인방’으로 칭한다.

성과를 냈거나 일을 잘한 노동당 당료, 내각 인사는 백두산 관광을 포상휴가 격으로 받는다. 내각 노동성 휴양관리국이 이를 관리한다. 노동당 양강도당 간부로 일하다 탈북한 한 인사는 “국제 경기를 치르려고 건설한 수준급 스키장도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백두산 밀영에는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귀틀집이 있다. 백두산 관광에 나선 북한 주민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다. 항일 빨치산이 나무껍질을 벗겨 김일성·김정숙(김정일의 어머니)을 칭송하는 구호를 새겼다는 ‘구호나무’들도 필수 여정(旅程).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수단으로 사용되는 구호나무는 후대에 위조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앞서의 인사는 “북한에서 오랫동안 선전·선동을 책임진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구호나무 각각의 글귀를 모두 외워 놀란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혜산-삼지연 철도공사 시작



북한 당국이, 성지로 여겨온 ‘백두산의 문’을 열고 국제관광특구로 개발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것. 삼지연군 일대에 국제관광특구를 조성하기로 4월 확정했다. 백두산 일대의 교통·전력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6월 4일 삼지연군과 혜산시(양강도 소재지)를 잇는 철도 착공식이 삼지연대기념비 앞에서 열렸다. 철도가 연결되면 백두산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수송하기 편리해진다. “김정은 동지의 원대한 구상에 따라 진행되는 삼지연지구 철길 건설…”이라는 조선중앙방송의 보도대로 백두산 국제관광특구는 ‘나라 차원’에서 이뤄지는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다.

김정은은 고모부를 처형하는 등 폭정에 가까운 통치 행태를 보이면서도, 시민의 저항을 막고자 빈곤화·우민화(愚民化)에 나선 역사책 속 독재자와는 달리, ‘경제 살리기’ 조치는 적극적으로 취하는 양상이다. 평양은 2013년 6개 경제특구, 13개 지방경제개발구를 동시다발로 지정한 후 외자를 유치해 경제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투자를 유인해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특히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는 집요해 보인다. 한 대북소식통은 “금강산, 백두산, 칠보산 외에 각도의 경제개발구에도 관광산업을 육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모든 온천, 바닷가, 명승지를 관광 및 휴양지로 개발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관광총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조선중앙통신이 촬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 제2청사(7월 1일 준공) 시설은 언뜻 봐도 ‘수준급’이다. 마식령스키장, 문수물놀이장 등 현대적 레저시설도 속속 들어섰다. 김정은은 1월 1월 신년사에서 경제정책과 관련해 관광산업을 콕 집어 강조했다.

“대외 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北 당국, ‘신동아’ 기사에 격분

‘신동아’ 5월호는 북한 당국이 올해 작성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계획’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의 법률적 환경’ 문건, 지난해 작성한 ‘금강산 1단계 개발 총계획’ ‘투자 개발 설명’ 등 6개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다(‘김정은 비즈니스 원산-금강산 80억 달러 개발 총계획 전모’ 제하 기사 참조). 북한이 내놓은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은 이 기사의 결론은 “한국의 투자와 한국인 관광객 없이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

북한 관광당국은 이 기사에 격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5월 15일 금강산관광특구지도국 명의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괴뢰잡지 신동아의 모략 망발질을 두고’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놓았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가 이 성명을 전재했다. 다음은 이 성명의 주요 대목이다.

“우리의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사업과 경제개발정책에 대해 악랄하게 시비한 문제는 저들의 죄악을 미화하려는 얼토당토않은 나발질” “동족의 경제개발정책에 대해 못마땅해하면서 특히는 우리의 생명인 최고존엄을 모독한 데 대해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따를 수도, 지닐 수도 없는 가장 숭고하고 열렬한 절세위인들의 민족애와 도덕 의리심을 훼손시키고 우리의 경제정책을 헐뜯어보려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추악한 궤변”….

성명은 “단언하건대 우리는 무엄하게 우리의 최고존엄을 걸고드는 자들을 그가 누구든 첫 번째 징벌대상으로 단호히 처단할 것이라는 것을 한두 번만 강조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 끝을 맺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평양의 경제정책을 소개한 후 그와 관련한 전문가 의견을 실은 한국 언론 기사에 대한 반응으로는 이례적인 것이다.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는 김정은 주도로 이뤄지는 나라 차원의 비즈니스다. 평양이 신동아 기사에 격하게 반응한 것은 ‘최고존엄이 주도해 진행하는 사업’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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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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