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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주목 지자체장 연쇄 인터뷰

“핵무장 준비 공개 토론하자”

남 / 경 / 필 경기도지사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핵무장 준비 공개 토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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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모병제는 안보·경제·사교육 해결사”
  • ● “수도권 3000만…수도 이전으로 ‘대한민국 리빌딩’ 해야”
  • ● “文 싱크탱크? 스마트 무기 시대에 탱크부대로 전쟁하나”
  • ● “미르·K스포츠 문제, 지금 밝히는 게 낫다”
“이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분명히 있다. 진실은 있는데, 양측이 일부러 다르게 해석하거나 다르게 해석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돌아가신 건 인간의 소중한 삶이 끝난 거고, 가족들은 아버지를 그냥 보내고 싶어 하지 않나. ‘주치의가 외압을 받았다’며 사망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야당이나, 가족이 반대하는데도 국가 책임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부검을 해야 한다는 여당이나…. 이건 돌아가신 분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생산적이지 못하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인간의 도리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국정감사를 보니 병사(病死) 판정을 내린 주치의(백선하 서울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도 의사로서의 자세와 양심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백남기 씨가 병상에 눕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경찰의 물대포 때문이니 여당은 이를 인정하고, 야당은 주치의의 말(가족의 연명치료 거부로 인한 병사)을 존중해 함께 죽음을 애도해야지. 중요한 건 가족의 뜻이다. 가족의 의견대로 (장례)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 유가족을 만났나.

“사망 소식을 듣고 빈소에 조문했다.”



▼ 여권 인사 중에선 드문 조문객이었겠다.

“그런 듯하다. 문상을 하겠다니 주변에서 말리더라. 거 참, 이게 무슨 비극인가.”

▼ 조문 다녀와서 전화 많이 받았나.

“아니다. 당이든 어디든 전화는 없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웃음).”

남경필 지사는 요즘 연일 대형 이슈를 선점하며 차기 대권 후보가 마땅찮은 새누리당에서 차곡차곡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국판 모병제와 수도 이전론, 공유적 시장경제, 핵무장 준비, 전시작전권 환수 등 그가 던지는 이슈는 열띤 찬반 논쟁을 낳으며 강한 흡인력을 일으킨다. 2014년 경기도지사 취임과 함께 선언한 ‘경기 연정(聯政)’은 야당 의원들도 인정하는 ‘협치(協治)의 아이콘’이 됐다. 10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한 달 전에 봤을 때보다 수척해 보였다.



‘웰컴 머니’

▼ 언론 인터뷰와 국정감사 준비로 바빴던 것 같다.

“지난 추석 연휴 때 덜 먹고 운동해서 3kg쯤 뺐다. 보기 괜찮나(웃음).”

▼ 어제(10월 11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만났다고 들었다. 지난해 경기도청 방문 이후 1년 5개월 만의 재회인데.

“슈뢰더 전 총리는 인간적으로 큰형 같은 느낌이다. 어제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의사결정자들의 레벨(수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내가 궁금했던 게, 통일 과정에서 동·서독 화폐를 1대 1 가치로 교환한 것인데, 이건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된다. 생산력이 서독의 4분의 1 수준인 동독 화폐를 서독 화폐와 동등하게 교환했으니 동독 기업의 자산은 순식간에 4배로 불었다. 그래서 동·서독 모두에게 마약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동독 기업은 굉장히 빨리 구조조정이 됐고, 서독 경제에도 약이 됐다.

동독 사람들의 구매력을 4배 올려주니 이들은 서독으로 와 물건을 사서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질 높은 서독 상품을 사서 써보니 눈이 높아졌고, 동독 기업들도 이렇게 높아진 소비자 수준에 맞춰야 했다. 1대 1 화폐교환은 경제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이었다. 헬무트 콜 당시 총리의 탁월한 식견을 짐작게 한다. 슈뢰더 전 총리는 당시 동독 사람들이 서독에 올 때 ‘웰컴 머니’를 줬다고 표현하더라.”

▼ 우리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도 통일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다시 집(북한)으로 돌아가도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전략적으로 잘 디자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난해에는 경기도에서 ‘연정 특강’을 했는데. 정치 관련 얘기는 없었나.

“독일은 제도적 합리성이 정착된 나라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정치적 라이벌이 감옥에 가지 않는다(웃음). 항상 권력의 30~40%를 공유하고, 다른 당 인사를 의석 수에 맞춰 장관에 앉힌다. 사민당 슈뢰더 전 총리의 ‘어젠다 2010’을 기민당 메르켈 총리가 이어받지 않았나. 슈뢰더 전 총리는 ‘원래 정치인은 사임하면 인기가 더 좋아진다’며 웃더라.”


聯政의 합리성

슈뢰더 전 총리는 통일 이후 저성장 고실업에 허덕이던 독일을 살리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성장을 끌어올리는 어젠다 2010 개혁을 단행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당 정체성과는 맞지 않았지만,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순 없었다. 그 역풍을 맞아 2005년 총선에서 중산층 기반의 메르켈 총리에게 패배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의 어젠다 2010 승계를 선언했고, 빠른 시간 안에 경제 재도약을 이뤄냈다. 남 지사는 이러한 ‘연정의 합리성’을 강조한 것이다.

▼ 그런데 지금 한반도 상황은 통일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남 지사도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핵무장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하자는 건 아니다. 핵무장을 하려면 어떤 준비 절차가 필요한지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도 나서서 ‘공개적’으로 논의하자는 거다. 미국 내부에서 북한 선제타격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도 다양한 옵션(선택)을 생각해야 하지 않나. 최근 미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의 발언에서 드러났듯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국민의 인식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제공하던 핵우산이 벗겨질 수도 있다. 미국민의 인식이 변한 만큼,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북핵과 한미동맹 문제는 정치권에서 또 불거질 것이다.”

▼ 우리가 핵무장에 나서면 국제 제재가 우려된다.

“핵보유를 선언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 정부가 핵무장 준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해보자는 거다. 우리 내부에서 논의를 끝내고 실전 준비단계에 이르렀을 때 미국과 대화하면 된다.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변화가 현실로 다가오는데 이에 대한 대비와 플랜(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 실제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보나.

“국내외 뉴스에서, 그리고 미국 안보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내부의 인식 변화가 엿보인다. ‘왜 우리가 남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느냐’는 현실적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북핵이 미국에도 직접적 위협으로 다가온 데다 계속되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피로감이 커진 탓이다.

미국에도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 아닌가. 방위비 분담금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라거나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이런 기류가 정책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민의 절반 정도는 한국을 향해 ‘너희 안보는 너희가 지켜라’ ‘돈을 더 내든지, 핵을 개발하든지 해’라고 말한다. 한미동맹은 튼튼하게 유지하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준비하는 것처럼 자위적 차원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모병제가 더 정의롭다”

▼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 주장도 같은 맥락인가(전작권은 2015년 12월 1일 환수 예정이었으나 2014년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환수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했다).

“한반도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거다. 우리에게 전작권이 없으면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우리 국방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우리가 갖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이라는 ‘큰형’의 그늘에서 언제까지 ‘형’ ‘형’ 하며 의지할 건가. 예산이 부족하면 ‘안보 증세’라도 해야 한다.”

▼ 모병제에 대한 찬반 토론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를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현재 36만 명 수준인 20세 남성이 2025년이면 22만 명으로 확 줄어든다. ‘인구절벽’에 직면했기에 지금처럼 63만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마당에 우리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원병에게 월 200만 원가량의 9급 공무원 대우를 해주면 수십만 개의 안정적인 일자리도 생긴다. ‘군대 안 갈 수 있는 자유’도 줄 수 있고, 징병제보다 ‘정의’를 더 잘 실현할 수 있다. 안보, 정의, 일자리 같은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게 모병제다. 사교육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 모병제가 사교육을 해소한다?

“군에 다녀온 사람이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같은 국가공무원을 할 수 있게 제도화하고, 국가가 예비역 100% 취업을 보장하도록 디자인하면 된다. 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하면 9급 공무원이 되고, 제대 후에도 안정적인 직장이 생긴다면 굳이 중고교 다닐 때 사교육에 허덕일 필요가 있을까. 제대 후 대학 진학을 계획한 군인은 군 복무를 하면서 학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군내 폭력과 인권유린 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 유승민 의원은 “가난한 젊은이들만 입대할 것이다. 정의롭지 못하다”고 모병제를 비판했다.

“모병제를 놓고 토론하기를 원한다면 언제든 환영한다. 다만 모병제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유 의원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한다는 뜻인데, 모병제는 바로 그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행복’에 기초한 제도다. 군대 안 갈 수 있는 자유, 제대로 대우받으며 행복하게 군 생활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지금의 징병제가 더 정의롭지 못한 거 아닌가. 그간 ‘흙수저’들은 거의 모두 군대에 가고, 군대에 가서도 대부분 힘든 보직을 받았다. 반면 일부 ‘금수저’들은 군 복무를 면제받거나, 군에 가더라도 대개 편한 보직을 받지 않았나. 모병제를 통해 우리 사회를 훨씬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 수도를 이전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관습헌법’을 근거로 서울을 수도로 규정하는데.

“국회의원 시절인 2010년부터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청와대, 국회, 대법원을 옮기는 수도 이전을 제안했다. 2020년 경기도 인구는 1700만 명, 수도권 인구는 3000만 명에 달한다. 국민 60%가 수도권에 모여 살게 된다. 전셋값, 출퇴근 교통, 교육, 환경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번에도 그랬지만 국정감사 때면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서울로 올라와 며칠을 국회 주변에 머문다. 평소에도 서울-세종시를 오가는 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길과장’ ‘길국장’이 허다하다.

지금의 수도권은 경제 수도, 세종시는 청와대와 국회를 옮겨 정치 수도, 통일 후 평양은 문화·역사 수도로 삼는 ‘수도의 다원화’를 꾀하면 안 될까. 책임 있는 리더라면 미래를 내다보고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 수도 이전은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한 어젠다다.”

▼ 헌법에 수도를 명시해야 하는데.

“개헌은 찬성한다. 다만 국민에게 ‘넌 오브 마이 비즈니스(None of my business, 나와 상관없는 일)’인 개헌은 안 된다. 국민의 실제 삶과 관련된 문제, 예를 들어 교통, 사교육, 전세대란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개헌이라야 한다. 협치의 제도화, 수도 이전 문제도 개헌 이슈화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공약으로 정해 공론화해서 국민이 선택하게 하면 된다. 국민에게 선택받은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는 게 옳다. 물론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권력구조 개헌’도 필요하고.”



한국형 協治 대통령제

▼ 권력구조 개헌은 어떻게?

“많은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 하니 4년 중임 대통령제가 맞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의회와 협력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정당별 의석 수에 따라 장관을 배분하는 ‘한국형 협치 대통령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 남 지사가 꺼내든 모병제, 전작권 환수, 핵무장 준비론 등이 ‘대선용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누가 되든 다음 대선에서 국가적 어젠다를 심도 있게 토론해보자는 의미로 제기한 이슈들이다. 국가 위기가 현실화하는데도 누구 하나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 정부도 달라진 국내외 안보 환경 변화에 대비한 플랜을 짜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고, 정치권에서도 토론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손 맞잡고 머리 맞대고 플랜을 짜야 한다.”

▼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백남기 씨 사인(死因) 공방 등으로 여야가 손잡고 플랜을 짤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미르, 그것도 언젠가는 다 밝혀진다. 결국 대선 과정에서 다 밝혀질 건데, 우리 지도부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시각으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데…. 지금 밝히는 게 오히려 나은 일 아닌가.”

▼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야당 유력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문가 500명이 참여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시켰다.

“‘백 투더 퓨처’가 아니라 ‘백 투더 패스트(Back to the past)’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02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할 때 내가 대변인을 했는데, 당시 우리가 세(勢)를 과시하던 모습이 데자뷰(旣視感)처럼 떠올랐다. 첨단경영 시대에 대학교수 500명으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만들어 폴리페서(polifessor, 정치교수) 논쟁을 일으키는 게…. 각종 스마트 무기가 등장하면서 탱크가 무용지물이 돼가는데 ‘(싱크)탱크 부대’로 전쟁을 치르려는 건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다.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 멤버들 이름은 다 아는지 모르겠다.”

▼ 남 지사는 정책 조언을 어떻게 받나.

“난 네트워크형이다. ‘카톡방’에서 대화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가끔 모여 토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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