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앞선 후보가 경선 승리? 김칫국!
우호적 선거인단 확보 여부가 경선 결정
‘지지 의원 다수’ 정세균 캠프, 선거인단 투표 기대
수십만 선거인단 투표 성향 예측 못해
후보자 간 합종연횡 따라 순위 뒤바뀔 수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통과해 본경선에 진출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 [뉴시스]
민주당 경선 일정은 당초 8월 7일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8일 세종·충북, 14일 대구·경북, 15일 강원 지역 순회 경선을 마친 직후 1차 선거인단에 응모한 76만 명의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변수로 등장했다.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수도권은 7월 12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됐다. 국민에게는 방역을 위해 사적인 모임을 갖지 말라고 하고서는 집권당이 전국을 돌며 경선 행사를 여는 모습이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민주당은 최소 2주 이상 경선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경선 일정 연기, 누구에게 유리할까
그렇다면 경선 일정 연기로 가장 유리한 후보는 누굴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지사 측은 하루라도 빨리 본경선 진출을 확정 지으려고 했다. 시간을 끌수록 악재를 방어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 그에 비해 다른 후보들은 경선 연기를 통해 이 지사를 추격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반기는 경향이 있다.일정 연기에도 민주당 경선 최대 승부처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시점이 될 공산이 크다. 지역 순회 경선 때에는 해당 지역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공개하지만 3차에 걸쳐 모집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경선 중간중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사상 열세에서 출발했던 노무현 후보가 울산과 광주 경선 승리를 발판 삼아 역전에 성공한 것처럼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이변이 연출될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러나 그 같은 예상은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가능성도 상존한다. 여론조사는 투표권이 있든 없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표조사인 데 반해, 민주당 대선 경선은 매월 당비를 낸 권리당원과 선거인단에 지원한 유권자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인단 모집 때 어느 후보 진영에서 우호적인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했느냐에 따라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각 캠프는 1차 경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선거인단 모집에 사활을 걸었다. 이낙연 캠프에서 활동 중인 양기대 의원(경기 광명을)은 “의원 한 사람당 목표를 1만 명으로 잡고 선거인단 모집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캠프에 가장 많은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정세균 후보 측은 “대선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1차 경선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기남 전 국무총리 정무실장은 “SK(정세균 전 총리의 영문 이니셜)는 당대표를 세 차례 경험하면서 당직 인선과 지방선거 공천 등을 매개로 전국 방방곡곡에 정치적 동지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가 많다”며 “1차 선거인단 모집 때 SK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국 각 지역 단위에서 선거인단 모집에 열심히 나선 만큼 1차 경선 결과를 열어보면 뜻밖의 결과를 마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타 캠프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양기대 의원은 “몇백 명, 몇천 명 수준의 선거인단이라면 선거인단에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 성향 파악이 가능하지만 만 명을 넘어 수십만 명으로 불어난 선거인단의 투표 성향을 파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컷오프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여론이 1차 선거인단 투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선 투표 가면 반(反)이재명 연대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선거 선거인단 모집을 알리는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각 캠프에서 주장하는 것에는 허수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은 “각 캠프 주장대로 선거인단 수를 합해 보면 76만 명의 2배도 넘을 것”이라며 “서로 자기 캠프에 유리하게 선거인단 숫자를 세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차 경선 선거인단 모집은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높을 때 모아진 반면, 2차 경선 선거인단 모집은 이 지사 지지율이 하락하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1차 못지않게 않게 2차 경선 결과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차 경선 결과를 보면 결선 투표로 가느냐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제주와 광주·전남, 전북 등 권리당원 숫자가 많은 호남 지역과 부산·울산·경남과 인천 등 이른바 친노무현, 친문재인 성향 권리당원이 많은 지역을 순회한 이후 발표된다는 점에서 본선 진출자의 윤곽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다는 것.
경기와 서울 등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 순회 경선 이후 발표할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발표되면 본경선은 마무리된다. 그러나 1위 후보가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하고 결선 투표를 실시할 경우 1위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 간 연대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경선을 앞두고 7월 12~13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32.9% 지지율로 50%를 밑돌았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적합 도 조사가 경선 결과로 이어질 경우 결선 투표는 불가피하다. 결국 1차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결선 투표에서 후보자 간 합종연횡 결과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선거는 여론조사로 결정되지 않는다. 투표한 사람이 당락을 결정한다.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가 확정되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각종 이슈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출렁이는 민심의 흐름을 참고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대통령선거는 대선 투표일에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가 결정한다면, 민주당 대선후보는 민주당 권리당원과 선거인단 응모자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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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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