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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우위’ 깨지자 김재섭 대표론까지 고개

다시 겨울 맞은 보수, 당권·대권 제로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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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4-04-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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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대선·22대 비례대표 투표 비교

    • 서울과 충청권 전역, 울산에서 이탈

    • 부동산 민심 서울… 50.6→43.7%

    • 수도권 겨냥 대표·대권주자 가치↑

    • “黨 원래 주인들 목소리 커질 것”

    • “한동훈 철부지” vs “당권 도전 가능”

    • “지금 보수는 ‘제2의 이준석’ 필요”

    [영상] 윤석열 심판, 그 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동훈(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인),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 유승민(전 국회의원), 안철수(국회의원). [동아DB, 뉴스1]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동훈(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인),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 유승민(전 국회의원), 안철수(국회의원). [동아DB, 뉴스1]

    보수의 봄이 끝났다. 4연패(2016 총선,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는 길었으나 3연승(2021 보궐선거, 2022 대선, 2022 지방선거)은 찰나였다. 표심의 조타수인 중도 유권자가 지지를 철회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이념으로 요약되는 집권 세력의 강공 노선이 낳은 결과다. 한 단어로 갈음하면 독단(獨斷)이다. 의료 대란은 ‘윤석열 정부는 독단적’이라는 인상을 강화했다. 불만을 억누르는 통로인 사회경제적 성과는 미진하다. 중동 위기 등 대외 여건은 한국 경제에 악재다. 불만이 누적되면 분노로 바뀐다. 분노는 심판론의 에너지를 키운다. 4·10 총선에서 보수가 받은 성적표의 함의다.

    어떤 의미로는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이라고 일컬을 상황이다. 정권의 힘이 빠지자 권력 쟁탈의 역학이 달라졌다. 당권이건 대권이건 주류라고 할 주자가 없다. 누구도 현직 대통령의 유산을 상속받지 않으려 한다. 친윤(親윤석열) 명찰은 족쇄다. 대통령의 검찰 후배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마치 야당처럼 비친다. 이 지점에서 국민의힘 당권·대권 경쟁의 새로운 성격이 드러난다. ‘누가 주류와 가까우냐’의 논쟁은 불필요해졌다. 되레 중요해진 논쟁은 ‘수도권이냐 영남이냐’다. 보수가 2년 사이에 어디서 표를 잃었는지 살피면 자연스레 도출되는 결론이다.

    보수는 어느 시·도에서 표를 잃었나

    2022년 3월 열린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국 17개 시·도 중 10개 시·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앞섰다. 서울, 강원, 대전, 충북, 충남,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이다. 서울에서는 윤 후보가 50.56%를 얻어 이 후보에 비해 31만766표를 더 받았다. 이 덕분에 경기에서 이 후보와의 격차(46만2810표)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 과장해서 말하면 윤 후보는 서울의 변심으로 대통령이 됐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8차례 대선에서 6번을 민주당 계열이 서울에서 이겼다. 보수정당 후보가 서울서 과반 득표를 한 전례는 딱 한 차례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2007년 17대 대선이다. 당시 투표율은 63.0%로 역대 최저치였다.

    표심 변화를 읽기 위해 22대 총선 지역별 비례대표 득표율을 살폈다. 지역구 투표에는 개별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특정한 판단이 작용한다. ‘여당은 싫지만 2번 후보가 인물이 더 낫다’거나 ‘야당은 싫지만 1번 후보가 일을 더 잘할 것 같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흔히 접하는 사례다. 반면 비례대표 득표율은 여야에 대한 민심을 1차원적으로 보여준다. 각 세력에 대한 신임 투표와 비슷하다. 대선과 비교하기 위해 범보수(국민의미래·개혁신당·자유통일당)와 범진보(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녹색정의당)로 나눴다. 개혁신당은 반윤(反윤석열) 색채가 강하지만 주축 인물들이 보수정당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그 결과 대선에서 윤 후보를 택한 10개 시·도 중 5곳이 이탈했다. 서울, 대전, 충북, 충남, 울산이다. 서울에서 범보수는 43.7%, 범진보는 53.9%를 얻었다. 대전에서 범보수는 42.0%, 범진보는 55.7%다. 충북에서 범보수는 44.3%, 범진보는 52.9%다. 충남은 44.4%가 범보수를, 52.8%가 범진보를 택했다. 지난 대선(51.9%)에 이어 이번 총선(61.5%)에서도 민주당을 택한 세종까지 포함하면 충청권 전역이 파란색 물결이다. 울산은 지난 대선에서 54.4%가 윤 후보를 택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범보수를 택한 비율은 46.8%에 불과하다.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하락세가 완연하다.

    표를 보면 보수가 부활할 방법이 보인다. 서울과 충청, 울산을 탈환하고 경기와 인천에서 잃은 표를 벌충해야 한다. 교통 발달로 충청 일부 표심이 수도권과 닮아가고 있다. 성장세에 있는 도시라면 특히 그렇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 인접한 충남 천안·아산 지역구 5곳을 민주당이 석권했다. 청주 지역구 4곳도 민주당이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보수세가 강한 충주에서조차 2.23%포인트 차로 신승하는 데 그쳤다. 울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사업장이 있어 소득이 높고 노조의 전통이 강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윤종오 진보당 후보가 울산 북구에서 당선했다. 보수가 수도권에서 그러하듯 외연 확장을 목표로 접근해야 하는 도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쓴 ‘부동산 정책과 후보자 도덕성: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슈가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를 보면 20대 대선에서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다. 31.1%의 응답자가 1순위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지역별로 살피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보인다. 충청(37.2%)과 서울(35.7%)에서 부동산 문제를 꼽은 응답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서울에서 시작된 부동산값 폭등 여파가 충청권까지 번진 점과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지역별 득표와 관련해서 본다면 이재명 후보가 서울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뒤졌다는 것이 매우 치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썼다.

    고로 윤석열 정부는 본질상 전통적 국민의힘 유권자 그룹과 탈(脫)민주당 유권자 그룹 간 연합정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역사관·세계관에서 별반 공통점이 없는 두 유권자 그룹은 부동산을 비롯한 민생 이슈에서 전략적으로 공동전선을 폈다. 그 핵심 요충지가 서울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진영과 무관한 사회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걸었어야 했다. 정작 대통령이 자신의 세계관을 토대로 꺼낸 단어가 이념과 공산 전체주의다. 세계관이 상이한 유권자들의 연합을 바탕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자충수를 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유권자의 이탈은 자연스럽다.

    “김재섭, 당대표 도전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대표론이 분출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는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 의원과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권영세(서울 용산),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거론된다. 원외에는 경기도를 새로운 정치 거점으로 삼은 유승민 전 의원이 있다. 1983년생으로 재선 고지에 오른 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도 인지도를 앞세워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최근에는 서울 도봉갑에서 승리한 1987년생 김재섭 당선인을 언급하는 경우가 늘었다. 1990년생인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인도 주목받는다. 서울 마포갑에서 생환한 1972년생 조정훈 의원도 후보군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와 나눈 문답이다.

    보수가 참패한 상황에서 어떤 인물들에게 기회가 열릴까.

    “중도지향적 사람들이 좀 더 주목받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입김이 당에 먹혀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보수정당이 권력 진공상태에 놓인 것 아닌가.

    “후임 인사를 봐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그간의 고집대로 자신이 아는 낙선자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공기업에도 보내고 대통령실에도 기용하면 대통령이 더 어려운 상태가 될 것이다. 야당은 협조할 리 없고 당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은 굉장히 약해질 거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의 원주인들 입김이 세지겠지.”

    원주인이라면….

    “이번 당선인 중에는 나경원·김태호·윤상현·권영세가 대표적이고, 낙선했지만 원희룡도 있다. 모두 당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다. 주목할 포인트는 세대교체다. 그런 면에서 김재섭·조정훈·김용태의 역할이 있다. (다만) 조정훈 의원은 주류인 이철규 의원과 함께 움직였고, 김용태 당선인은 다소 이미지가 약하니 김재섭 당선인이 주목받겠지.”

    원래의 정치 문법대로라면 김 당선인은 최고위원에 도전할 체급 아닌가.

    “당대표도 도전할 수 있다. 지금은 보수에 ‘제2의 이준석’이 필요한 시간이다.”

    다만 전당대회가 현행대로 ‘당원 투표 100% 룰’로 치러지면 김 당선인의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2021년 6·11 전당대회에서도 당원 투표에서는 나경원(40.93%)-이준석(37.41%) 순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비윤(非윤석열)·수도권 브랜드가 있되 당원 사이에서 지지도가 높은 나경원 당선인이 우세한 구도다. 당헌·당규를 고쳐 당원 반영 비율을 낮추면 안철수 의원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한동훈 전 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변수다. 총선 책임론은 ‘한동훈의 귀환’ 가능성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전장이다. 총선 패배의 더 큰 책임이 윤석열에게 있느냐, 한동훈에게 있느냐의 논쟁이다.

    후자의 스피커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전략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놀이나 한 것”(4월 14일 페이스북)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 탓이다. 한 전 위원의 전략과 메시지가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판세를 좌우한 건 아니다”라면서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다.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무직으로 정치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반면 ‘한동훈 비대위’에서 활동한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4월 15일 SBS ‘정치쇼’에 나와 “(한 전 위원장이) 이번 당대표 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본다”고 했다.

    오세훈·홍준표·유승민의 운명

    2021년 9월 14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당시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방문한 모습.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2021년 9월 14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당시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방문한 모습.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보수 부활의 가늠자가 될 시기는 2026년 6월이다. 이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아울러 지방선거 직후 21대 대선 경선 국면에 들어선다. 전국 단위 선거 2개가 맞물려 있다. 대권주자 중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장 출마로 방향을 정할 개연성이 크다. 잠룡으로 꼽히는 현직 지자체장은 지방선거 재도전과 대선 도전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주어진 선택지다.

    수도권 대권주자론이 분출하면 오 시장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2위를 한 홍 시장도 우량 주자다. 대선 여론조사(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3월 30~31일 성인 1000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12.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당시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이재명 29%, 한동훈 33%)을 벌인 한 전 위원장에게도 공간이 있다. 수도권에 소구력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재도전이 유력하다. 관건은 본선 경쟁력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의 설명이다.

    “(21대 대선에서) 한 전 위원장에게도 기회가 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보수우파의 차기 지도자로 한 전 위원장이 1등으로 나온다. 민심과 지지층에서 뒷받침하고 있으면 기회는 생긴다. 그분들(오세훈·홍준표·유승민 등)에게도 기회는 있다. 이재명 대표와 양자 대결 여론조사를 했을 때 승산이 있거나 경쟁력을 입증하면 대권후보로 인정받을 것이다. 이 대표가 외연 확장이 부족한 주자이니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층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으면 경쟁력이 담보된다.”

    신동아 5월호 표지.

    신동아 5월호 표지.



    2024 총선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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