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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문정인 한마음’ 고백 ‘아마추어리즘 극치’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난맥상

  • 이종훈|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문재인-문정인 한마음’ 고백 ‘아마추어리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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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부 갈등 심각
  • ● 강경화 외교, 우려한 대로 무능
  • ● 대북화해협력 인물 일색
  • ● ‘운전자’ 안보전략 자체가 오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다. 임기 초반이던 6월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무려 84%에 달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역대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최고치였다. 그런데 9월 29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65%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이 뭘까? 안보 불안이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첫 번째가 ‘북핵·안보’ 32%로 나타났다. 두 번째가 ‘과거사 들춤·보복 정치’ 15%, 세 번째가 인사 문제 7%였다.

리얼미터 정례조사 결과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9월 3주차 조사에서 65.5%까지 떨어졌다. 추석 연후 끝자락인 10월 8일과 9일 사이에 실시한 조사에서 69.5%로 회복되긴 했지만, 임기 초반 지지율과 비교해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리얼미터 역시 안보 불안을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지지율 하락 요인은 ‘안보 불안’

안보 불안 때문에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민대다수가 대통령이 안보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떤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볼까? 안보전략? 안보라인?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만, 당장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안보라인 문제다.

9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 당시, 야당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한 것이 안보라인 인적쇄신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세계가 한국인이 핵 위협에 둔감하다고 수군댄다고 한다. 외교팀의 내부 혼선까지 겹쳐지니 더 불안하다. 우리 안보팀 역량을 문제 제기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라며 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했다. 안 대표는 다음 날에도 “외교안보팀에 북핵 문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없으니 교체 수준의 강화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은 별다른 답이 없었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도 회동 당시 “대한민국의 안보를 대실패로 규정한다”며 안보라인 문제를 제기했다. 바른정당도 회동 다음 날 “문 대통령은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의 서로 다른 목소리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대북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이번 합의문은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회동 당시 대북특사 파견과 함께 청와대 안보라인 쇄신을 주문했다.

누가 가장 문제라고 보는 것일까?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가운데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월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4강 대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문정인 특보를 가장 큰 문제로 보는 것 같다. 문정인 특보는 9월 27일 “많은 사람이 ‘한미동맹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홍 대표는 “대통령 왕특보의 북핵 인식에 대한 마구잡이식 발언을 들어보면 경악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면서 대통령의 뜻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역시 “문정인 특보 말대로면 우린 북한이 쳐들어와도 손발 들고 있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며 문정인 특보가 그만두든지 대통령이 문 특보를 해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정인 특보 못지않게 야당의 반발을 유발한 인물은 노영민 주중대사다. 노 대사는 9월 29일 외교부 출입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관련해 이렇게 언급했다.

“복합적 요인이 있다. 나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들어가려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철수했는데 사드와 아무 관계가 없다. 롯데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왜 싸웠나? 대중국 투자가 실패했다는 주장이었지 않나?”

이 발언에 재계가 먼저 반발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곤란한 지경인데, 오히려 책임을 기업 탓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후 노 대사는 어느 나라 대사냐는 비난이 야3당으로부터 불거졌고, 경질 요구로 이어졌다. 이미 안철수 대표가 4강 대사 교체를 요구한 터에 두 보수정당까지 가세한 형국이 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정의당을 제외한 야3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사퇴하면서, 송영무 장관은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사퇴하면서, 반사 이익을 봐서 임명된 측면이 강하다.


강경화 vs 니키 헤일리

강 장관의 경우에는 도덕성도 도덕성이지만, 외교관으로서 전문성 부족이 논란이었다. 우려한 대로 강 장관은 안보위기 국면에서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국민의 눈길을 끈 것은 여성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였다. 그녀는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를 주도하면서 차기 미국 국무장관 후보로 등극한 상황이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년간의 유엔 산하기관 근무 경력을 기반으로 뭔가 보여주길 기대했지만, 강 장관은 유엔 안보리 제재 국면에서조차 존재감이 미미했다.

강 장관이 후보자 시절 야당의 집중공세에 처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당차고 멋진 여성이라며 확실하게 힘을 실어줬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지난 8월 23일 외교부 업무보고 당시 문 대통령은 강 장관에게 4강 외교 중심에서 외교 지평을 넓혀달라는 주문을 내놨다. 그런데 이 주문을 질책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요즘 두 보수야당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물론 문정인 특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인 까닭이다. 송 장관은 8월 30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대북 억제력 강화 차원의 핵잠수함 구비 필요성, 미사일 지침 개정,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거론하며 미국 정부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청와대의 전술핵 재배치 반대 방침과 다른 돌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송 장관은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부인했다. 국방부는 당시 전술핵 배치가 논의된 게 아니라 야당과 언론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정도를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 장관은 9월 4일 개최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술핵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9월 18일 국회 대정부 질문 때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치고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그날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에게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

김정은 참수작전 부대 창설계획에 대해 문 특보가 정제된 용어를 사용해야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킨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매우 이례적으로 송 장관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다. 두 보수야당은 오히려 이것이 문제라며 정 안보실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몇몇 국방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청와대의 경고를 받은 건지 모르겠다. 청와대의 일방적 문정인 편들기가 군대의 사기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한말 적전분열相’과 유사

송 장관에 대한 경고 사태로 두 가지는 분명해졌다. 외교안보라인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는 점, 문정인 라인이 송영무 라인보다 더 세다는 점이다. 안보위기보다 외교안보라인 내부 갈등이 더 심각한 안보 불안 요소다. 구한말 적전분열(敵前分裂)상이 떠오른다.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를 중심으로 독자 외교를 벌이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그것보다는 정부 내 갈등이 훨씬 치명적이다. 우려의 강도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외교관 중심으로 이뤄져서 국방전문가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국가안보실 이상철 1차장은 군 출신이다. 그런 점에서 반드시 맞는 지적은 아니다. 다만 국방부 전 군비검증통제단장 출신으로 전투 현장과 약간 거리가 있는 보직을 주로 수행했다. 또 남북군사회담과 북핵 6자회담 대표단으로도 활동한 대북 협상파 내지 온건파로 알려진다.

야당들은 결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내에 전투지휘 경험이 있는 국방전문가가 없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북 압박 메시지를 기획하고 실행할 사람도 필요한데, 너무 화해 협력 메시지를 내보낼 인물로만 구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7일 여야 대표들과 청와대에서 회동할 당시 안보라인 교체 요구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북한의 존재 자체가 이중적인데, 담당 부처에 따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일종의 역할 분담을 전제로 조율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정의용 안보실장이 문정인 특보와 논쟁을 벌인 송영무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낸 것은, 일관성이나 조율하고는 거리가 먼 아마추어리즘의 극치였다. 정 안보실장이 송 장관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을 때에는 그 나름대로 기대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직접적 효과는 송 장관이 문 특보에게 사과하고 본인의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원하던 기대효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정책 방향성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해졌다. 반미(反美) 성향 문정인 특보가 주장하는 방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정인 특보가 한마음’임을 고백한 것으로 비친다. 한 외교가 인사는 “청와대가 이래놓고 무슨 미국과 외교를 하겠다는 건지”라며 혀를 찼다.


‘균형자’와 ‘운전자’

문정인 특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는 ‘동북아 균형자론’이다. 그것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 바로 문 특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온 외교 독트린의 핵심은 바로 ‘운전자론’이다. 균형자론과 기본 개념이 같다. 강대국 틈새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한반도 주변 상황을 이끌어가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동북아 균형자론은 실패로 끝났다. 말은 근사하지만 균형자 역할을 하기에는 국력이 받쳐주질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미국 정도의 압도적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또는 주변 4강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경제력을 지녔다면, 굳이 스스로 나서 균형자론을 설파하지 않더라도 균형자로서 역할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알아서 모셨을 거란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내건 균형자론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다.

더욱이 현실은 어떠한가? 주변 4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여전히 우리나라의 그것을 압도한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많이 강해졌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당분간은 그들의 수준을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비루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호기롭게 균형자니 운전자니 하며 주도권을 내세운다고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문정인 특보와 문재인 대통령은 운전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은 듯하다. 이것이 바로 안보전략의 오류다. 최근 부각된 안보라인의 엇박자도 내막을 깊이 들여다보면 안보전략의 오류가 원인이다. 잘못 설정된 안보전략이기에 이견이 없을 수 없고, 이견이 간혹 표출되면서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나마 임기 초반이기에 이 정도지, 시간이 지나면 불만은 좀 더 공개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것이 진짜 안보 위기일지 모른다.

지난 9월 21일 제72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표현한 인물인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하스 회장은 외교적 해법에서 창의적인 방안들도 함께 고민해 내놓을 때 한미가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숨 돌려야 가능?

귀국하는 기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이 ‘창의적 외교해법’에 대해 긴장이 좀 완화되고 한숨 돌려야 가능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과연 그럴까? 지금이야말로 ‘창의적 외교해법’을 찾아내야 할 때인지 모른다. 최근 유럽 국가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 의사를 거듭 피력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이 9월 26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북미국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최 국장은 귀국길에 대화에 만족한다고 언급했다. 최선희 국장의 러시아 외출은 10월에도 이뤄진다. 그는 10월 19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해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소장’ 직함으로 동북아 안보 관련 세션에 직접 토론자로 나선다. 이 회의 때 미국 전직 관리들과 접촉할 것으로 보여 또 한차례 북·미 간 비공식 간접대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러시아의 개입은 당연히 유럽 국가들을 긴장시킨다. 영국 정부가 최근 최신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호를 조기 취역시켜 F-35B 전투기 12대와 함께 한반도 인근에 조기 배치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말고도 도리스 로이타르트 스위스 대통령이 9월 5일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치를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이 또한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 스위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 위원장이 유학 생활을 한 나라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메르켈 독일 총리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중재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심지어 총선 유세 과정에서 “우리는 외교로 문제를 풀기 원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그랬듯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럴 용의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독트린이 전쟁이나 압박보다는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이들의 중재 의지와 역량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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