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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라인’ 동쪽으로 美 몰아내는 게 中 목표

미국 vs 중국, 태평양 패권전쟁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정치학박사

‘하와이 라인’ 동쪽으로 美 몰아내는 게 中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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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도련선’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의 부상과 도전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 지난봄 다롄에서 만난 중국 선양군구 소속의 한 장군은 “미국과 같은 세계제국이 패권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도전국을 선제공격하는 것이다. 패권국이던 티무르 제국이 1402년 7월 앙카라에서 신흥제국 오스만투르크를 공격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오스만투르크는 황제 바야지트 1세가 티무르 제국군에게 사로잡히는 등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고 이후 국가 재건에 수십 년을 소모했다.

둘째, 도전국을 봉쇄하는 것이다. 1940년대 말~1950년대 초 미국의 대(對)소련 봉쇄정책이 그런 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는 한편, 이후 소련과 중국 간 갈등을 이용해 중국을 끌어들인 뒤 소련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셋째, 도전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과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해 도전국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한국·일본·호주·베트남 등 동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동맹 강화, 일본, 호주, 베트남, 싱가포르 등과의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을 포함한 경제협력망 구축 시도가 그런 유형이다.



넷째, 후퇴해서 세력을 보존하고 있다가 상황이 유리하게 변화할 때 도전국을 응징하는 것이다.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가 촉한(蜀漢) 제갈량이 공격해오자 일단 후방인 위수(渭水) 유역으로 후퇴해 있다가 제갈량이 병사하고 촉한이 약해지자 대군을 보내 일거에 촉한을 멸망시킨 것이 그러했다. 닉슨 독트린도 여기에 해당된다.”

미국은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수준의 상호 핵무장과 경제의존 때문에 도전국 중국을 향해 선제 군사공격을 가하거나 경제봉쇄정책을 펼 수 없다. 경제력을 배경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의 팽창을, 상대적으로 경제력과 군사력이 약화하는 미국은 일정한 선까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은 또 ‘후퇴’할 것인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군인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해군제독 류화칭(劉華淸)은 1980~1990년대 중국의 중장기 해양 전략을 수립했다. 그는 세계 물동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해양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대양해군’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오키나와를 기점으로 우선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에 이르는 선을 제1도련선(第一島련線)으로 정하고, 2010년대에는 이 해역에서 미군을 축출한다는 것이다. 이후 2030년까지는 항공모함 편대를 구성해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를 연결하는 제2도련선 해역에서 중국의 제해권을 수립하는 것이 주요 글자다.

제2도련선은 2차대전 때 일본의 태평양 최대 팽창선과 상당 부분 겹친다. 2012년 중국 해군의 양이(楊毅), 인줘(尹卓) 제독 등은 경제력과 군사력의 상관관계에 비춰볼 때 미국 해군은 머지 않은 장래에 제2도련선 밖으로 후퇴를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세력 보존을 위해서라도 서해-오키나와 제도-대만-남중국해 라인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제2도련선 이동(以東)의 하와이 라인으로 후퇴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로버트 카플란은 ‘중국의 지리학(The Geography of Chinese Power)’에서 미국이 국력을 회복하려면 중국에 서태평양을 양보해 하와이로 후퇴하고, 일본이나 한국 등 동북아시아보다는 인도양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앞으로 신(新)고립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중국이 주도하고 일본, 인도, 한국, 호주, 베트남 등이 참가하는 새로운 체제에 아시아를 맡겨놓고, 활동범위를 동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더 깊어가는 한국의 고민

미국은 동아시아-서태평양에서의 패권을 포기하고 하와이 선으로 후퇴하더라도 유라시아 대륙의 서반부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 등 세계 육지와 해역의 3분의 2 이상을 계속 통제하면서 중국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자원 부족이라는 약점을 지닌 중국이 미국의 견제와 일본, 러시아, 인도 등의 저항을 뚫고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에서 확고한 패권을 수립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미국은 일본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팽창하던 1930~1940년대 초 짧은 기간 하와이 라인(line)으로 후퇴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1931년 만주, 1937년 중국 본토의 화북·화중 일부, 1941년 홍콩을 점령했고 동남아를 거쳐 인도를 향해 진군했다. 1941년 12월 항공모함 기동대를 앞세워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한 데 이어 1942년 4월에는 필리핀 마닐라만(灣) 바타안 반도에서 필리핀 주둔 미군의 항복을 받아냈다.

전성기 일본은 웨이크 섬, 솔로몬 제도, 길버트 제도 등 하와이 이서(以西) 서태평양 거의 전역을 수중에 넣었다. 국토 면적, 인구, 경제력 등 여러 측면에서 기본 국력이 약한 일본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전쟁을 통해 크게 팽창했다가 결국 패배하면서 현재 규모로 축소됐다. 그러나 중국은 19~20세기 전반기의 미국과 같이 거대한 국토와 인구, 경제력을 배경으로 서서히 팽창해 나가기에 속도는 완만해도 일단 팽창하고 나면 세력을 오래 유지할 것이다.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2차대전 전승절 기념행사 때 드러났듯 우리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을 포함한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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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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