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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용감한 사냥꾼 오리온자리

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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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은 별 구경 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별자리의 왕’ 오리온자리가 겨울 밤하늘에 밝고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동서양에서 거인, 혹은 사냥꾼으로 여겨지는 오리온자리에는 신과 인간의 못다 이룬 슬픈 사랑의 전설이 전해진다. 또 오리온자리 근처에는 옛사람들이 두려워하던 저승의 별도 반짝이는데….
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경남 합천 가야산의 청량사에서 촬영한 오리온자리.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사람들은 새해 첫 일출을 보러 바다나 산을 찾는다. 밝게 빛나는 겨울 별들이 저물고 여명의 시간이 지나면 둥근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 다시 한 해의 시작이다.

사실 해와 별은 같은 존재다. 해는 가까이 있어 크고 밝고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요, 별은 너무 멀리 있어 단지 작은 점으로 보이는 것뿐이다. 인류가 가장 오래 관심을 가져온 자연의 대상은 밤하늘의 별일 것이다. 별을 통해 운명을 점쳤고 믿음과 문화를 이야기로 만들어 전했다. 또 별을 길잡이 삼아 먼 대륙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므로 별자리 여행은 우주로 떠나는 여행인 동시에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별자리 속에는 오랜 세월에 걸친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세상의 많은 것이 변했다. 하지만 거의 변치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하늘의 별이다. 물론 별도 조금씩은 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시간 개념으로는 거의 변치 않는 존재다. 자, 이제부터 수만 년 동안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밤하늘 별자리로 여행을 떠나보자.

용감한 사냥꾼

겨울만큼 별이 아름다운 계절은 없다. 밤이 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밝은 별들이 겨울 하늘에 가장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별 중에 가장 밝은 별을 1등성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15개 1등성 중 절반에 가까운 7개가 겨울 별자리 속에 모여 있다. 또한 차고 건조한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 변화가 심한 겨울철 대기의 흐름 덕에 별빛의 반짝임은 겨울철에 특히 많아진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옛사람들은 무얼 하며 살았을까?

눈을 감고 가만 생각해보면 어디선가 두꺼운 가죽옷에 커다란 활을 멘 사냥꾼이 나타난다. 겨울은 사냥의 계절이다. 먹을 게 부족한 고대에 사냥 잘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우상이었을 것이다. 특히 겨울에는 사냥꾼이 더욱 멋지게 보이는 법! 겨울 밤하늘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 역시나 사냥꾼이다.

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오리온자리.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눈꽃과 별꽃이 한데 어우러진 겨울밤은 정말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그 별꽃들 중에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것이 바로 오리온자리다. 수많은 별자리 중 오리온만큼 화려한 별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별자리는 확실히 없다. 오리온은 ‘별자리의 왕자’로 예부터 여러 나라에서 거인이나 용감한 사냥꾼의 모습으로 여겨졌다. 오리온자리는 하늘의 적도에 위치해 지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1등성은 모두 21개다. 그런데 별자리가 88개이니, 평균적으로 4개의 별자리에 1등성이 하나 포함되는 셈이다. 그만큼 1등성은 귀한 별이다. 그런데 오리온자리는 1등성을 두 개나 갖는다. 100개가 채 안 되는 2등성도 5개나 갖고 있다. ‘별자리의 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두 개의 1등성과 다섯 개의 2등성이 모여 만든 커다란 별자리, 오리온자리는 마치 풍물놀이에 쓰이는 장고처럼 생겨 우리나라에선 ‘장고별’ 혹은 ‘북별’로 불렸다. 서양에서는 모래시계나 나비의 모습으로 보기도 했다. 별자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오리온’이란 단어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먹어온 오리온 초코파이를 통해 이 이름에 꽤 익숙한데, 우연인지 몰라도 오리온제과의 상징에 둥글게 등장하는 별의 개수도 일곱 개다.

망가진 국자처럼 보이기도

내가 별을 찾아 여행 다니던 중 오리온과 관련된 인상 깊은 두 가지 추억이 있다. 하나는 과자 오리온의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오리온자리에 얽힌 이야기다.

지금은 우리나라 전자제품이나 K팝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오리온 초코파이만큼 우리나라 국위를 선양한 제품이 또 있을까 싶다.

1996년 3월의 일이다. 나는 1997년 3월 9일에 있을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미리 몽골을 찾았다. 일주일 동안 울란바토르를 시작으로 몽골의 북쪽 국경 지역까지를 돌아보았다. 3월이라고 해도 몽골의 밤 기온은 영하 30도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추웠다. 그런 몽골의 외딴 시골에서도 몽골인들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제품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무궁화 빨랫비누였고, 또 하나는 바로 오리온 초코파이였다. 국경 마을의 작은 상점에 늠름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오리온 초코파이. 사실 별자리에 익숙해지면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밤이 되면 고향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익숙한 별들이 하늘에 보이기 때문이다. 낯설고 추웠던 몽골의 시골이었지만 밤하늘에 빛나는 오리온자리와 더불어 오리온 초코파이를 통해 나는 이곳이 고향 같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었다.

오리온자리에 얽힌 경험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속초로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늦은 밤 숙소 앞 공원을 걷다 우연히 여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한 여학생이 하늘을 가리키며 뭔가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여학생들이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키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인상을 쓰고 있으면 삿대질하는 것이고, 미소를 띠고 있다면 별을 보는 사람이다. 그녀들은 하늘에서 북두칠성을 찾았다며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밤에 속초에서 북두칠성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시간에는 북두칠성이 북쪽 지평선 근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녀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북쪽이 아니라 남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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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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