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ichard A. Posner</b><br>▼ 1939년 미국 뉴욕 출생<br>▼ 예일대 졸업, 하버드 로스쿨 졸업<br>▼ 미국 법무부 반독점법국 근무,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br>▼ 現 미 연방 제7항소법원 판사<br>▼ 저서 : ‘반독점법’ ‘성과 이성’ ‘대재앙’ 등
대다수 독자에겐 낯설겠지만, 미 연방 제7항소법원의 리처드 포스너(69) 판사는 미국 법조인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의 판결문이 나오면 다음날 로스쿨들이 앞 다퉈 수업시간에 다룰 정도다.
그런 그가 대법원 판사가 아닌 것은 그의 자유주의적 태도 때문이다. 낙태도, 대리모 문제도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 정도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그래야만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렇듯 확고한 신념에 부담을 느낀 역대 대통령들은 그를 대법관으로 추천하기를 망설였다.
그 신념의 핵심에는 법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법을 경제학의 방법론으로 이해하고 판결하는 것이다. 그의 법경제학은 지난 40년간 미국 법조계의 판결 경향을 크게 바꿔놓았다. 미국 법조인들이 경제논리에 밝아진 배경에도 포스너의 법경제학이 크게 작용했다. 법경제학은 미국 법조계에 스며든 시장경제적 사고의 뿌리를 이루는 것이다. 법경제학의 개척자인 포스너 판사를 만나기 위해 시카고에 있는 제7연방항소법원을 찾았다.
법경제학 논리 뚜렷한 판결 쏟아져
김정호 포스너 판사의 사상은 법경제학이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경제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포스너 법을 일종의 경제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장에서 물건 값이 높아지면 소비가 줄어들잖아요. 법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면 그만큼 범죄가 줄어듭니다. 또 부주의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배상액수를 높여서 판결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되겠지요. 법을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고, 법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지 고민하는 학문이 법경제학입니다.
김정호 한국에선 법경제학이 아직 생소한 학문입니다. 일반인은 물론 법조인들에게조차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법경제학의 논리가 실제 판결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포스너 최근 들어 그런 경향이 부쩍 짙어졌습니다. 미국에서도 판사들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그래서 법경제학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아주 보수적이었지요. 그럼에도 최근 특히 증권법, 회사법, 반독점법, 공기업 관련법, 상거래법, 노동법, 지적재산권법 분야의 판결에서 경제학 논리가 많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에도 법경제학이 큰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해요. 그러나 불법행위법, 연금법, 헌법, 환경법 분야의 판결에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정하는 데도 법경제학의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